김동연은 작년 8월20일, 인구 1만8000명의 소읍인 음성군 음성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자신이 창당한 '새로운 물결' 후보로 대권도전을 선언했다. 자신의 롤모델인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처럼 철 지난 이념과 기존 정당의 문법을 깨트리겠다는 의미도 있지만 내심으론 '충청 대망론'의 주역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그는 이날 "기존 정치세력에 숟가락을 얹지 않겠다. 저의 길을 뚜벅뚜벅 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대선 9일을 앞두고 물거품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제3지대 정당 후보의 한계를 절감했을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패배로 앞날이 불투명했던 김동연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윤심'을 등에 업은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와 밤새 피말리는 승부를 펼친끝에 경기지사로 선택받았다.
김동연은 지방선거 이후 '나 혼자 산다'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이재명 당선인보다 더 주목받고 있다. 초상집 분위기의 민주당에서 가장 돋보이는 인물이 됐다.
김동연은 지난 2일 실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전국 18세이상 1001명 대상 유무선 전화면접 방식, 95% 신뢰 수준에 ±3.1%p)에선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과 함께 20% 지지를 받아 광역자치단체장 당선인 중 가장 기대가 큰 인물로 꼽혔다. 이 조사에서 차기대권 후보로 분류되는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은 4%였다.
김동연은 당선되자마자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그의 승리로 이재명측에서 "졌지만 잘싸웠다(졌잘싸)"고 하자 김동연은 "그건 틀린 생각, 잘못된 생각이다. 그 생각을 한다면 더 깊은 나락에 빠질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동연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경기지사로 당선되면서 더욱 탄력을 받았지만 나름 상품성도 갖췄다. 그의 정치적 자산은 '고졸신화라는 감동적인 성공 스토리와 경제관료 출신으로서 전문성, 그리고 '구멍뒤주 프로젝트'와 '유쾌한 반란(사)'등을 통한 다채로운 커리어다.
그가 노무현 정부 때 '국가비전 2030' 작성의 실무를 총괄했고 이명박 정부시절 예산실장, 박근혜 정부 때 초대 국무조정실장,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수장에 발탁되는 등 보수와 진보 정권에서 두루 중용된 것을 보면 능력과 실력은 검증됐다.
그가 경기지사 임기를 마치고 대선 도전에 나설 가능성은 90% 이상이다. 그땐 이재명 당선인과 당내에서 격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목표를 이루려면 경기지사로서 행정능력뿐만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갈라파고스 신드롬'에 빠진 민주당을 리빌딩할 수 있는 역량과 리더십을 키워야 한다.
김동연은 작년 5월 페이스북에 "생각이나 말보다 실천을 통해서 저도 가보지 않은 길을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보려 한다"고 했다. 김동연이 경기지사 4년간 어떤 길을 걷느냐에 따라 '충청대망론'이라는 꿈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KPI뉴스 / 박상준 충청본부장 p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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