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 위장해놓고 실제론 살림집…각종 탈세 징후
세무당국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지만 현장은 딴판 지난 3월 중순의 평일 낮. 서울 잠실 시그니엘 주차장에는 차가 많지 않았다. 주말엔 반대였다.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최고급 오피스텔 시그니엘 탈세의혹 취재의 출발점은 입주민 전용 주차장의 '이상한 풍경'이었다. 상식적으로는 반대여야 했다. 애초 시그니엘은 업무용 시설이고, 실제 법인 명의가 태반이다.
취재 과정에서 또 다른 기이한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입주민들이 가끔 짐을 빼는 소동을 벌인다는 것이다. 이사하는 것도 아닌데 이삿짐센터를 불러 세간살이를 뺏다가 다시 들인다고 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관할 세무서에서 실사(實査)를 나올 때마다 반복되는 풍경이다.
심증은 맞아떨어졌다. 형식은 법인 업무용 오피스텔, 실제론 개인 살림집이다. 겉으론 법인 업무용으로 위장해놓고 실제로는 개인이 살고 있는 것이다. 입주민 상당수가 그렇게 '사무실로 위장된 가정'에서 살고 있다는 얘기다.
시그니엘에 살 정도면 돈깨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이 이런 숨바꼭질을 하는 이유? 결국 돈이다. 이래저래 세금을 꽤 줄일 수 있다. 숨바꼭질 재미가 쏠쏠하다.
탈세는 복합적이다. 자기 소득으로 내야할 주거비를 법인이 지불케 했으니 소득세 탈루, 법인 입장에선 개인 주거비를 회사가 내주고 비용처리하니 법인세 탈루다. 상업용 시설로 쓰겠다고 신고하면 부가세도 깎아주는데 실제는 그렇게 쓰지 않으니 이것도 탈세다. 죄목을 더하자면 형법상 배임, 횡령도 추가되겠다.
대한민국 최고급 오피스텔 시그니엘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주변에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런데 정작 관할인 잠실세무서는 느긋하다. "기본적으로 데이터로 다 관리한다. 상업용 시설로 신고해 부가세를 환급받은 뒤 매출이 없으면 의심을 갖고 실사를 나간다"고 했다. "국세청이 철저히 관리한다는 사실은 당사자들이 더 잘 안다"고도 했다.
세무당국이 그렇게 철저하다는 걸 안다는 사람들이 이삿짐센터까지 불러 숨바꼭질을 벌이나. 이쯤 되면 또 다른 심증이 굳어진다. 저 높은 부자들의 성채 시그니엘에서 벌어지는 탈세와 비리. 잠실세무서는 못 잡나, 안 잡나.
KPI뉴스 / 송창섭 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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