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충돌 논란속 장관 물망 오르는 인수위원들 대통령직인수위는 새 정부 국정 운영의 틀을 정하는 기구다. 인수위 결정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그런 만큼 인수위원의 처신은 중요하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공정과 정의가 상징이다. 정부 출범을 준비하는 인수위원에겐 더욱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
인수위원은 전례를 보면 청와대, 정부 등에서 요직을 맡아 일하는 경우가 많다. 새 정부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다 실제로 추진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주요 언론엔 인수위에서 활동 중인 일부 위원들이 조각 명단 후보군에 오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해충돌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특정 기업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인사가 해당 정책을 준비하는 것도 모자라, 입각 후보까지 오른다면 논란은 불가피하다.
인수위원 10여명 현재 기업 사외이사 재직 중
지난달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주요 기업 사외이사 풀에 등록된 인수위원들은 얼마나 될까. UPI뉴스는 총 200여 명 규모 인수위 구성원 가운데 정부에서 파견된 실무위원을 제외한 위원장, 간사, 전문위원, 인수위원의 기업 사외이사 재직 여부를 살펴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언론 보도 내용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올 3월 말 기준 10여 명의 인수위원이 현재 기업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선임 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지난달 16일 당선인 특별고문으로 임명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은 3월28일 열린 주총에서 LF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이 전 실장은 LF에서 감사위원도 겸임하고 있다. 이 전 실장은 지난해 3월 SKC 사외이사로 선임됐는데, SKC 사외이사 임기는 2024년 3월까지다.
기획조정 인수위원인 최종학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도 올해 주총에서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외이사에 재선임됐다. 임기는 2025년 3월까지다.
최 교수는 2016년 3월부터 최근까지 6년간 풀무원 사외이사를 지냈다. 지난 2020년 상장사 사외이사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됐는데, 최 교수는 풀무원에서 재직 가능한 임기를 모두 채웠다.
외교안보 전문위원인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SBS콘텐츠허브 사외이사에 재선임됐다.
산업장관 유력 이창양, LGD 사외이사로 3월 재선임
경제2분과 간사인 이창양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도 2019년 3월부터 LG디스플레이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데, 3월 주총에서 재선임됐다. 이 교수는 현재 산업부 장관에 유력시 되고 있다.
신규 선임된 경우도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달 17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재천 전 국회의원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임기는 3년이다. 최 전 의원은 17,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후 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변호사로 활동했다.
앞서 최 전 의원은 지난달 14일 인수위 산하 기구인 국민통합위원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국민통합위 기획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아직 사외이사 임기가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인수위에서 경제2분과 전문위원이자 부동산TF 팀장으로 활동 중인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21년 6월부터 부동산 개발사업과 부동산 펀드를 운용하는 메테우스자산운용에서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임기는 오는 6월까지다. 심 교수 역시 국토교통부 장관 물망에 오르고 있다.
경제1분과 전문위원인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2021년 3월 롯데렌탈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임기는 2023년 3월까지다.
기획분과 위원으로 활동 중인 최원식 전 국회의원도 2021년 8월부터 WI에서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며 임기는 24년 8월까지다. 과학기술교육 전문위원인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학부 교수도 2018년부터 2년 간 WI 사외이사를 맡았다. WI는 반도체 검사장비, 반도체 부품 제조사업 등에 주력하는 기업이다.
당선인 특별고문으로 합류한 특별고문 박보균 전 중앙일보 부사장은 2021년 3월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 사외이사 겸 감사로 재직 중이다. 임기는 23년 3월까지다.
인수위원 사외이사 겸직, 이해충돌 논란 우려
현재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위원 중 일부는 인수위 분과와 소속 기업 사업이 맞물려 있다. 자칫 이해 상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경제 분과에 소속된 인수위원들이 사외이사로 재직하는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사실 인수위원들이 사외이사로 겸직하고 있는 것은 법적 제재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경제 분과에 소속된 인수위원이 밀접한 관계에 있는 민간기업 사외이사로 재직하는 것을 두고는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기업 이사회에서 수년간 활동한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주고받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인수위에는 SK출신이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자체로 시장에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며 "특히 인수위원이 새로 사외이사를 맡는 것은 부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롯데렌탈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권남훈 건국대 교수는 "인수위 참여시점부터 사외이사 활동을 중단했고 회사에도 (인수위 참여에 대해)통보했다"며 "인수위에서 별도 지침이 있다면 언제든 사임할 의사가 있다. 다만 겸직은 금지사항이 아니고, 인수위 활동기간도 짧아서 문제되지 않는다고 해서 놔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새 정부 인선 후보자들, 사외이사 줄사임 이어지나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해서일까. 장관 후보자로 거론되는 일부 인수위원들은 줄줄이 사외이사직을 내려놓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은 지난 3월22일 신한금융투자 사외이사 임기를 만료했고 코스피 기업 일동홀딩스의 사외이사직은 자진 사임했다. 인수위 경제1분가 간사로 합류한 최 전 차관은 현재 금융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장 후보 물망에 오른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인수위 정책특보)도 지난 4일 신영증권 사외이사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경제1분과 인수위원에 합류한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3월 초까지 재직 중이던 한진칼과 현대카드 사외이사직을 사임했다. 경제분과 인수위원이 민간기업 사외이사직을 겸직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인수위 관계자는 8일 오후 "현재 인수위원 2명은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는 통보를 받은 즉시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고 해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에 오른 이창양 교수와 금융위원장 후보로 유력 거론되는 최상목 교수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인수위원 가운데 소개 프로필에 기업 사외이사 재직 여부를 밝힌 이가 한손에 꼽을 정도인 것은 그만큼 본인들도 부담을 느껴서 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탐사보도부 tams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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