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라인' 넘은 北…文 평화프로세스 파국, 尹은 시험대

허범구 기자 / 2022-03-24 20:06:47
北 모라토리엄 파기…文정부 평화정책 성과 물거품
임기말 뾰족한 대응책도 없어…'지나친 낙관론' 비판
집무실 이전 충돌서 안보태세 강조했지만 명분 약해
'尹정부' 출범전 北 고강도도발…남북관계 험난 예고
북한이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쐈다. 올 들어 12번째 무력시위를 벌인 끝에 결국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은 것이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스스로 천명했던 '핵실험·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를 파기한 것으로 평가된다.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관련해 긴급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마친 뒤 청와대 유영민 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발사된 미사일은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된 '화성-17형'으로 군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괴물 ICBM'으로 불리는 신형ICBM 사거리는 화성-15형의 1만3000㎞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본토 전역은 물론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주요 대륙이 모조리 사정권에 든다는 의미다.

북한은 우리의 정권 교체기마다 무력 시위를 벌여왔다. 새 정부 대북정책 기조를 가늠해보려는 의도다. 다만 이번엔 모라토리엄 파기로 한미의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가 적극 추진해온 유화적 대북 정책의 성과가 물거품이 되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사실상 파국을 맞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구상이 임기 말 원점으로 회귀하는 셈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놓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정면충돌하며 '엄중한 안보태세'를 반대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임기말 한반도 안보 불안이 확산하며 문 대통령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문 대통령이 예전과 달리 이날 지체 없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이례적으로 북한을 강력 규탄한 건 위기의식을 반영한 행보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이번 발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ICBM 발사 유예를 스스로 파기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30일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당시 NSC 긴급 전체회의를 주재하며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당시보다 이날 발언 수위가 한층 강했다.

문 대통령도 북한의 ICBM 발사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행위로 본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100일 회견에서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을 레드라인으로 규정한 바 있다.

북한이 약속을 깨버린 이상 문 대통령이 쓸 방법은 마땅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도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의 길로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북한이 임기 종료를 앞둔 현 정부와 대화, 협상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지나친 낙관론 탓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모라토리엄 봉인을 해제한 북한이 앞으로 고강도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북한은 다음달 15일 김일성 110회 생일을 앞두고 있다. 내달엔 한미연합훈련도 예정돼 있다. 북한이 안팎으로 분위기 조성을 위해 대규모 무력시위를 벌이며 한반도 정세가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5년 전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윤 당선인으로선 취임 전부터 험난한 남북관계가 예고된다. 윤 당선인의 위기 관리와 대응력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윤 당선인의 북한 해법은 '원칙 있는 대응'에 방점이 찍혔다. 윤 당선인은 그간 수차례 "북한의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북 대화의 문을 열어두겠다"면서도 "쇼는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윤 당선인이 북한의 무력 도발 시도에 문재인 정부보다 강경하게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로 일치된 목소리를 내며 북한을 압박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해 보인다.

윤 당선인이 대북 압박을 위해 미국, 일본과 공조를 강화하면 동북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구도가 고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미국 등이 추가 대북 제재까지 내놓으며 경고했음에도 도발을 감행했다. 당분간 대화보다는 강 대 강 대치를 감수하며 행동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새 정부 '길들이기'에 들어가 험악한 대치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윤석열 정부'로선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생길 수 있는 대목이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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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범구 /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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