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안팎서 '구속영장 임박했다' 관측 제기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을 겨냥한 사정기관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세청이 대대적인 특별 세무조사에 나섰고, 그간 숨을 고르던 수사당국의 움직임도 조만간 본격화할 조짐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강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속속 제기된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29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사에 조사 요원 130여 명을 투입해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정기조사가 아닌 특별세무조사 형태다. 국세청은 강 회장 등 임직원들의 자금 흐름을 추적해 탈세·횡령 등 위법 여부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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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낭독하던 중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 [뉴시스] |
올해 들어 강 회장에 대한 사정기관의 압박이 고조돼 왔던 흐름을 고려할 때, 국세청의 이번 특별조사는 단발성 이벤트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정부는 올해 초 국무조정실, 농림축산식품부, 금융위·금감원, 감사원, 공공기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정부합동 특별감사반을 구성해 올해 1월부터 농협중앙회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중앙회장과 핵심간부 등이 농협공금을 빼돌려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 위법 소지가 큰 특혜성 대출·수의계약, 부실을 은폐한 회원조합의 분식회계 등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이 가운데 위법 소지가 큰 14건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했다.
강 회장을 둘러싼 의혹은 한둘이 아니다. 우선 1억 원대 뇌물수수 혐의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둔 2023년 말, 농협 계열사와 거래 관계에 있던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약 1억 원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강 회장이 서울 송파구에서 벤츠 안에서 5000만 원, 서울역 인근에서 5000만 원을 각각 건네받았다'는 구체적인 진술이 금품 제공자 지인의 녹취록에서 나오기도 했다.
당시 강 회장은 답변 대신 "경찰에 가서 설명하겠다"며 자리를 떴다. 얼마 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가 움직였다. 강 회장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했으며, 출국금지 조치도 함께 이뤄졌다. 올해 4월에는 강 회장을 피의자로 불러 18시간 넘게 조사했다.
강 회장이 청탁성 금품을 수수한 의혹도 여럿 있다. 한 퇴직 인사가 인사 청탁을 위해 강 회장에게 현금 2000만 원이 담긴 홍삼박스를 건넸다는 의혹이 지난 4월 MBC 'PD수첩'에서 제기됐다. 방송에 공개된 녹취에는 금품 제공자가 "그때 2000만 원 줬으면 대표이사 달라고 해도 된다"고 말하는 내용도 담겼다. 강 회장이 지난해 2월 한 지역조합운영위원회로부터 회장 취임 1주년 기념 명목으로 황금열쇠 10돈(580만 원 상당)을 받았다가 상당 기간이 지난 뒤 반환했다는 내용도 정부합동 특별감사 결과에 담겼다.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다.
강 회장이 농협재단 사업비 4억9000만 원을 유용해 선거에 도움을 준 조합장·조합원·임직원들에게 선물·답례품을 제공했다는 혐의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또한 농식품부는 지난 1월 종합감사에서 농협중앙회 공금 약 3억2000만 원이 임직원 개인의 형사사건 변호사비로 지급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13일 농협중앙회 준법지원부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강 회장 역시 대형 로펌 여러 곳을 변호인단으로 선임했다는 이야기도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강 회장을 향한 비판과 사퇴요구가 거세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사무금융노조 전국협동조합본부 등은 수개월째 강 회장의 즉각 구속수사와 직무정지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강 회장의 고향인 경남 합천에서 농민들의 차량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강 회장은 꿋꿋하게 버티는 중이다. 그는 지난 3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사퇴하고 정정당당하게 수사를 받을 의향이 있느냐"는 질의에 "동의하지 않는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회장은 호화 변호인단을 꾸렸다고 한다. 김앤장, 화우, 대륙아주 등 7개 로펌과 함께 이재명 정권과 통하는 변호사들을 추가로 선임했다는 얘기가 법조계에 회자한다. 사실이라면 비용이 만만찮을 것이다. 여기에 회삿돈이 쓰였다면 배임, 횡령 등 법적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다.
이제 시선은 강 회장을 향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쏠린다. 수사당국의 검토가 마무리 단계에 있었고, 지방선거도 끝난 만큼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공산이 크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4월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강 회장에 대한)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됐고 조만간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법리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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