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거취·인사권 행사도 논란…의제조율 실패
金 "법·원칙 따라 임무수행"…민주, 사면반대 봇물
"文, 尹과 각세우며 구심점으로…'시즌2' 시작" 관측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청와대 독대 오찬이 16일 오전 무산됐다. 국민 앞에 공표했던 중대사가 불과 몇 시간 앞두고 펑크 난 것이다. 그 정치적 파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당장 "신·구 권력이 정면충돌했다"는 관전평이 나왔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두 사람이 왜 그랬을까.
청와대는 "실무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양측 합의에 따라 이유는 못 밝힌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다룰 의제를 고르는데 양측이 합의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선 이명박(MB) 전 대통령 사면이 '뜨거운 감자'다. 임기 말 인사권 행사도 뇌관이다. 또 윤 당선인의 일부 공약은 현 정부와 부닥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여성가족부 폐지가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윤 당선인과 통화에서 "새 정부가 공백 없이 국정 운영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지난 14일엔 "우리 정부는 차기 정부가 국정 공백 없이 안정적으로 출발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지원·협력 메시지'로 16일 만남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MB 사면과 관련해선 윤 당선인이 '건의'하고 문 대통령이 '수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윤 당선인 측근인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전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과 함께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사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100%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문 대통령으로선 MB 사면을 기정사실화하는 윤 당선인 측 움직임이 정치적 압박으로 읽힐 수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 거취 논란도 문 대통령에겐 불쾌하게 여겨졌을 법하다.
김 총장은 문 대통령의 각별한 '배려'로 지난해 6월1일 임기를 시작했다. 검찰청법에 따라 임기 2년이 보장된다. 그러나 권 의원은 김 총장을 향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며 사퇴를 종용했다.
한 정치 전문가는 "청와대가 오찬을 미룬데는 문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친문 진영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강해 MB 사면은 문 대통령이라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윤 당선인 측이 '여론몰이'로 접근한 게 청와대 반발을 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총장 건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과 '지원·협력'이 아니라 '대립·갈등'하는 경우다. 신·구 권력이 사안마다 충돌하면서 진영 대결이 격화하는 시나리오다. 정권 이양 작업이 차질을 빚어 현 정부는 물론 새 정부의 국정 운영도 멍들 우려가 크다.
국민의힘 한 인사는 "거대 정당인 민주당이 대선 패배로 리더십 부재에 빠져 무기력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정치 전면에 나서 구심점이 되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며 "문 대통령으로선 진영 결집을 위해 윤 당선인과 대립각을 세우는 게 가장 효과적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오늘 김 총장이 자진사퇴를 일축하고 민주당에서 MB 사면 반대 목소리가 쏟아진 건 예사롭지 않은 징후"라며 "청와대 의중이 작용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짚었다.
김 총장은 이날 출입기자단에 "검찰총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는 입장문을 보냈다. 자진 사퇴 의사가 없다는 점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MB 사면에 대해 "중대한 범죄자가 정치적인 이유로 사면되는 것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 당 대통령 당선 신분으로 이런 부분을 현직 대통령한테 건의하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박주민, 기동민 의원 등도 반대론을 펼쳤다.
MB 사면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하루 만에 5만80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불만에도 윤 당선인 측은 인사권 행사를 견제했다.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 공기업 인사들에 대해 "스스로 거취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MBN과의 인터뷰에서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이번에 만났다면 21개월 만이다. 윤 당선인은 2020년 6월 검찰총장 신분으로 반부패정책협의회 참석을 위해 청와대를 찾은 바 있다.
두 사람은 애증의 관계다.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을 발탁해 검찰총장에 임명했으나 '조국 사태'를 계기로 불편한 관계로 돌아섰다. 윤 당선인이 지난해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현 정부를 성토하자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말이 나왔다.
윤 당선인이 지난달 9일 '문재인 정권 적폐수사' 발언을 하면서 문 대통령과의 관계는 나빠질대로 나빠졌다. 문 대통령은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며 윤 당선인 사과를 요구했다. 호남을 찾고 여가부를 엄호하는 등 '선거 개입' 논란을 자초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윤 당선인과 통화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고 한다. 쌓인 '앙금'을 묻어둔 셈이다. 두 사람 오찬이 불발된 데는 엇갈린 운명의 '뒤끝'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선이 있다. '문재인 vs 윤석열 시즌 2'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