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 통화했지만…文대통령과 尹당선인의 '불안한 동거'

허범구 기자 / 2022-03-10 11:01:52
文 "분열 씻고 통합해야"…尹 "많이 가르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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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취임후 울산 원전·송철호 사건 檢수사 뇌관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10분부터 5분 가량 진행된 통화에서 "힘든 선거를 치르느라 수고를 많이 했다"고 격려했다. 이어 "선거 과정에서 갈등과 분열을 씻고 국민이 하나가 되도록 통합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언급을 했다고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청와대 유영민 비서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유 비서실장은 이날 윤 당선인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난을 전달했다. [뉴시스]

윤 당선인은 "많이 가르쳐 달라"며 "빠른 시간 내에 회동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정치적 입장이나 정책이 달라도 정부는 연속되는 부분이 많다. 대통령 사이의 인수인계 사항도 있으니 조만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자"며 "새 정부가 공백이 없이 국정운영을 잘 하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청와대는 관례에 따라 조만간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만남을 추진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인연과 관계는 묘하다. '엇갈린 운명'과 같다.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을 발탁해 중용했으나 사이가 틀어져 결별했다.

윤 당선인은 사실상 검찰총장직에서 쫓겨났는데, 이 과정이 되레 도약의 밑거름이 됐다. 윤 당선인이 빠른 시간 야권 유력 잠룡이 되고 대권까지 거머지게 된데는 문 대통령 공이 '8할'이라는 게 중평이다.

문재인정부 출범후 여권의 온갖 내로남불 행태로 공정, 상식, 법치가 흔들리며 반문정서가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윤 당선인은 반문 진영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며 정권교체의 적임자로 떠올랐다. 문 대통령과 조국,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당선인의 대선 길을 닦아준 셈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3월 검찰총장에서 물러났다. 퇴임의 변을 통해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을 직격했다. 양측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순간이었다. 윤 당선인으로선 현 정부의 출범과 함께 연을 맺은 지 4년 만에 문 대통령과 정확히 대척점에 섰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렇게 서로 제 갈길 가던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은 대선 한 복판에서 정면충돌했다. 윤 당선인이 지난달 9일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권 적폐수사'를 예고한 게 빌미였다.

문 대통령은 이튿날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고 밝히며 윤 당선인에게 사과를 공개 요구했다. 그간 청와대 참모진 등에게 대선과 관련한 신중한 언행을 주문해온 문 대통령으로선 이례적인 반응이었다. 야당에선 "문 대통령이 직접 대선판에 뛰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왔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진영 대결을 본격화하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친문 당원 등 여권 지지층이 결속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지지율은 오름세를 탔다.

이어 선거 개입으로 의심받을 문 대통령 행보는 꼬리를 물었다. 대선을 불과 13일 앞두고 전북 군산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5년 가까이 가동이 중단돼 온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를 찾아 '재가동을 위한 협약식'에 참석했다. '정부 노력'을 적극 부각했다.

대선을 하루 앞두고선 "젠더갈등이 증폭되면서 여성가족부에 대한 오해가 커졌다"며 "여가부는 결코 여성만을 위한 부처가 아니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이 공약한 여가부 폐지를 적극 반박한 것이다. 

정부가 코로나19 급등세에도 거리두기를 완화해 선거 당일 역대 최다인 32만명대 확진자가 나온데 대해서도 야당은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고의로 확산세를 방치해 노령층 등 윤 당선인 지지자의 투표 참여율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대선이 막판에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대결 구도로 재편됐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윤 당선인에겐 적폐수사 발언 이후 문 대통령 언행은 '선거 개입'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 이 후보가 호남에서 80% 넘는 몰표를 받은 건 여권 지지층이 최대한 결속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그간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잘해야 70% 안팎에 머물러왔다. 막판에 10%포인트(p) 이상 득표가 이뤄진 건 진영 대결 결과다. 문 대통령이 움직인 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부동층으로 꼽혔던 2030세대 여성 표심이 막판에 이 후보에게 쏠린 것도 문 대통령 입김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선거 전날 여가부 옹호 발언은 여심을 자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윤 당선인은 결국 역대 최소인 0.73%p 표차로 겨우 이겼다. 그로선 낙승이 신승으로 변한데는 '문재인 변수'가 작용했다는 판단이 들 법하다. 윤 당선인이 문 대통령과 지난 앙금을 털고 관계를 개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불안한 동거를 이어갈 향후 두 달 동안 정권 이양이 순조롭게 이뤄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이날 통화에서 덕담을 주고 받은 건 의례적 수사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과 직, 간접적으로 연관된 현 정권 관련 수사가 끝나지 않은 게 문제다. 송철호 울산시장 관련 선거 개입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등 정권 핵심 인사에 대한 수사는 뇌관이 될 수 있다. 여권은 '정치보복'이라는 방어막을 쳐놓고 있다.

윤 당선인 취임후 원전 수사 등의 칼끝이 문 대통령에게로 향할 때 정국은 요동칠 수 있다. 윤 당선인은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각오해야한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높고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의석의 '거대 야당'으로 버틸 것이기 때문이다. 국정 운영이 마비되는 상황도 뒤따를 수 있다.

조만간 이뤄질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만남이 주목된다. 두 사람이 내놓을 메시지를 보면 향후 관계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유영민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은 이날 윤 당선인을 예방해 문 대통령 축하 난을 전달했다. 유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이) 이른 시일 내에 뵈는 것은, 아무래도 더 바쁘실 테니 편한 날짜를 주시면 거기에 맞추시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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