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족한 정치철학…안타까운 대통령 선거

UPI뉴스 / 2022-02-15 17:26:22
코로나 위기 이후 패러다임 대전환의 시대 맞아
대선 후보들의 장기적 안목과 철학 보이지 않아
해면의 포말뿐 아니라 심해 흐름 들여다볼 수 있어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코앞에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 아쉬움이 적잖다. 후보들에게서 국가와 사회를 이끌어갈 장기적 안목과 철학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는 코로나 위기 이후 시대를 이끌어 나가야 할 책무가 있다. 지도자의 철학과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 이탈리아 화가 산치오 라파엘로(Sanzio Raffaello)가 1509~1511년에 걸쳐 그리고 완성한 프레스코화 '아테네 학당(School of Athens)'. 바티칸 명화 중의 명화로 꼽힌다. [위키미디어 커먼즈]

'아테네 학당'이라는 그림이 있다. 고대 철학자들이 등장하는 바티칸의 벽화다. 르네상스 시대 화가 라파엘로가 그렸다. 그림 한 가운데 보이는 두 핵심 인물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다.

역대 철학자 중 대표적인 현실주의자가 아리스토텔레스였다. 스승인 플라톤이 대표적 이상주의자였던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철저한 현실주의자였다. 플라톤은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정반대로 땅을 가리키고 있는 모습이 대비된다. 이상주의와 현실주의를 대표하는 두 철학자를 '아테네 학당'의 정 중앙에 위치시킨 구도가 상징적이고 매우 시사적이다. 이상을 추구하면서도 현실을 들여다보아야 함을 말하고 있다.

아테네 학당 철학자들의 지혜는 지금 특히 절실하다. 코로나 위기 이후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하는데 필요한 철학이요, 지혜다.

그렇다면 코로나 위기 이후의 패러다임 전환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것인가? 대공황 등 19세기 후반 이후 세계 경제사의 흐름을 바꾼 위기들은 경제적 자유(economic liberty)의 대변화(mega change)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의 권한을 제한하고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리버럴리즘에 대한 반격 또는 리버럴리즘에 우호적이지 않는 방향으로의 대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코로나 위기가 어느 정도의 대변화를 가져올지 예단하기 이르지만 대공황을 포함한 과거 위기 시에 경제적 자유의 극적인 변화가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1936년, 대공황 시기에 출간된 케인즈의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에 입각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이후 위기시마다 강조되었다.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중시하는 케인즈와는 달리 하이에크는 시장의 자율성을 중시했다. 케인즈보다 40년 뒤인 1970년대에 세 차례에 걸쳐 집필한 '법, 입법, 자유'가 대표적 저서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고 정부의 개입보다는 시장의 자율성과 자율적 룰을 중시한 학자다. 케인즈와 하이에크는 대척점에 있지만 어느 일방이 영원한 승자나 패자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케인즈가 승리하는가 하면 하이에크가 승리하고 하이에크가 승리하는가 하면 케인즈의 승리로 이어졌다.

코로나 위기 이후 차기 정부가 본격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시기에 계속 케인즈의 시대가 이어질 것이냐, 아니면 하이에크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어야 하느냐의 판단이 중요하다.

케인즈의 처방이 유효했으나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겠으며 그러한 관점에서 위기 대응 과정에서 케인즈류의 큰 정부로 왔지만 위기 이후 새로운 사회계약으로 가는 흐름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일지를 정치 지도자는 내다보고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헤겔의 변증법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한 시대를 풍미한 접근방법은 다시 새로운 방향으로 암중모색을 거치면서 보다 바람직한 접근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는 역사 발전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코로나 위기 이후 케인즈의 시대를 다시 지나오면서 한편으로는 하이에크의 시대를 준비해 나간다는 넓은 관점의 안목과 자세가 필요하다. 케인즈의 접근방법 및 정부의 직접적 역할과 아울러 시장 자체의 역량과 창의성이 중시되는 하이에크의 접근방법이 만들어 나가는 사회발전과 경제발전의 모습 또한 코로나 위기 이후 전개될 수 있는 흐름의 하나일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유능한 항해자는 해면의 포말뿐만 아니라 심해의 흐름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눈에 보이는 현상과 데이터 뒤에 존재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아야 하며 기조적으로 인간의 마음이 만드는 구조물(constructs of the human mind)을 살필 수 있어야 한다.

수년전 OECD 회의에서 인상 깊게 다가왔던 '인간의 얼굴을 한 공정과 정의가 있는 포용적 성장'이라는 슬로건이 문득 떠오르면서 코로나 위기 이후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바람직한 사회적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정치철학의 모습은 어떠해야 할지 계속 질문을 던져본다.

코로나 위기 이후 우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형성 국면에 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여기서 정치 지도자는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고 균형 있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아테네 학당'에 등장하는 철학자의 지혜를 경청하는 겸손이 필요하면서도 위기 이후 나타나는 문제들의 본질을 직시하고 적시성 있게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리더십과 정치철학을 지닌 지도자는 과연 누구인가. 이번 대선을 통해 코로나 위기 이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더 역량 있는 정부의 등장을 기대한다.

▲ 조홍균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원장·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조홍균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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