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근자감?…고압적 단일화·적폐청산 발언 역풍 자초

허범구 기자 / 2022-02-10 09:42:43
文대통령 "윤석열 사과하라…근거없이 적폐로 몰아"
친문 결속…尹, 보수표 노리다 與에 원팀 명분 제공
尹, 승부 관건 단일화에 거들먹…"10분안에 끝난다"
安 "굉장히 위험한 발상…패배한다면 큰 정당 탓"
"위기 때 납작…잘 나갈 땐 방심·오버하는 스타일"
여권이 10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를 규탄하며 총궐기했다. '문재인 정권 적폐청산'을 예고한 윤 후보 발언에 발끈해 모처럼 똘똘 뭉친 것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문 대통령은 이날 참모회의에서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고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11월 8일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열린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당시 검찰총장이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 출신 친문들도 적극 거들었다. 국정기획상황실장은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참 나쁜 대통령 후보"라고 성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화법을 이용해 윤 후보를 저격한 것이다.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다.

윤 의원은 "윤 후보가 한동훈 검사장을 독립운동가에 비유했다"며 "한동훈 검사가 독립운동가라면 검찰개혁을 바라는 국민, 검찰개혁을 추진했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일본 제국주의자가 되는 거냐고 묻고 싶다"고 따졌다.

전날에는 정무수석 출신들이 "미친 사람 아니냐. 비열하고 공포스럽다"(최재성), "검찰공화국으로 만들겠다는 본심을 밝힌 것"(강기정)이라고 몰아세웠다.

이해찬 전 대표는 SNS 글에서 "어디 감히 문재인 정부 적폐란 말을 입에 담나"라고 쏘아붙였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현재 친문핵심 상당수가 '이재명은 위험한 사람, 포악한 사람이어서 그를 지지하는 건 뭔가 꺼림칙하다'며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니까 (청와대와) 이해찬 전 대표 같은 분이 이런 마음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봐라, 윤석열이 더 위험해. 이재명은 그나마 우리편이야'라는 (선거전략 차원에서 정치보복을) 강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 말대로 민주당은 윤 후보 발언을 내부 결속의 호재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이재명 후보가 장기간 지지율 30%대 박스권에 갇혀 고전하는 건 여권 주류인 친문 진영 내 '반이재명 정서'가 강한 탓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 지지자 중 70%만 이 후보를 밀고 있는 게 대부분 여론조사 결과다.

호남에서 이 후보 지지율이 50~60%대에 그쳐 압도적 우위를 보이지 못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친문과 가까운 호남 맹주 이낙연 전 대표가 선거 전면에 나선 건 전통 지지층을 끌어안기 위한 승부수다. 그러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이 전 대표를 직격하는 등 내부 사정은 녹록치 않다. 이 전 대표는 "선거에 망하자는 것"이라고 불쾌감을 표했다.

윤 후보로선 '화학적 결합'이 안되는 친문·비문 반목과 충돌은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윤 후보가 친문, 반문이 손잡게 만들어 준 셈이다. 윤 후보의 적폐청산 발언은 현 정부와 각을 세워 보수 지지층의 확고한 지지를 얻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야권에선 중도층 거부감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한 정치 전문가는 "친문이 대거 이 후보로 결속하고 중도층이 윤 후보에게서 이탈하면 보수표가 추가되더라도 마이너스"라고 진단했다. 그는 "물론 친문이 이 후보와 한몸이 될수록 '차별화 효과'가 떨어질 수 있겠으나 전체적으론 윤 후보가 손해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후보가 단일화 문제를 대하는 태도도 도마에 오른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완주 포기를 압박하며 고압적 인상을 풍긴다는 비판이 많다. 불성실하고 진지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2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윤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서로 신뢰하고 정권교체라는 방향이 맞으면 단 10분 안에서도 커피 한잔 마시면서도 끝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날 보도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불쾌감을 표했다.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자신 위주로 하겠다는 말로 들려서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후보 간 담판을 통한 단일화에 사실상 거부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는 "만약 단일화가 안 돼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그 책임은 큰 정당에 있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후보 들으라는 말로 읽힌다.

국민의당에선 "이 후보 쪽은 우리에게 물불 안가리며 단일화에 적극적인데, 윤 후보쪽은 거들먹거리며 오만하게 대한다"는 불만이 퍼져 있다.

윤 후보는 위기 때 납작 엎드린다. 지난달 6일 이준석 대표를 끌어안고 극적으로 화해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윤 후보는 당 내분으로 지지율이 급락해 벼랑끝으로 몰렸다.

반면 잘 나갈 때는 목에 힘이 들어간다. 주변 쓴소리나 조언을 잘 듣지 않는다. "내가 알아서 한다"며 뭉갠다고 한다. 부인 김건희씨 의혹 대처에 미적거렸다가 큰 대가를 치른 경험이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지지율이 좋을 때 윤 후보가 방심하고 자만하며 오버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치력이 부족한데다 스타일이 그런 것 같은데,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대선이 27일 밖에 남지 않았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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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범구 /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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