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충청대망론을 꽃피울 수 있을까

박상준 / 2022-01-24 10:21:57
3김 시대의 한축이었던 김종필(JP)전 총리가 충청권 의원들을 만나면 어김없이 거론하던 말이 있다. '충청권 대망론'이다. 정계를 은퇴한 이후에도 늘 그의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가 타계하기 2년전인 2016년 4월 총선 직후 JP가 충청 인사들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했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정우택(청주 상당), 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의 당선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JP는 "충청에서도 목소리를 낼 때가 됐다, 충청의 정치인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P는 충청권 대망론에 불을 지폈지만 불꽃은 오래가지 않았다.

JP 역시 자민련 총재시절 'JP대망론'을 내세우며 "서산을 벌겋게 물들이겠다"고 호언했지만 "정치는 허업(虛業)"이라는 말을 남긴채 정계에서 퇴장했다. 

자민련은 JP구상을 실행에 옮기는 데 필요한 명분과 역량이 부족했다. JP는 내각책임제 개헌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충청을 기반으로 한 지역당의 한계였다.

​이후 20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충청의 간판 정치인들이 대망론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15대 대선때 이인제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를 내놓고 신당을 창당해 대권에 도전했으나 여권만 분열시킨 채 좌절했다. 

국민중심당을 창당했던 심대평 전 충남지사, 강창희 전 국회의장도 날개를 펴지 못했다. ​이완구 전국무총리 역시 여당 원내대표에 이어 총리에 임명돼 차기대선주자로 떠올랐으나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되면서 정치인생을 마감했다. 

​JP는 전설이 됐고 이완구는 추락했으며 이인제는 낙선했다. 포스트 JP를 꿈꾸는 충청권 정치인들에겐 기회였다. 대표적인 인물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였다. 

안희정은 7년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이라는)자리나 지위가 내 목표는 아니다. 대한민국 사회가 한 단계 변화하고 발전하는데 기여하고 싶다"며 열변을 토했다. 하지만 그의 꿈은 오욕(汚辱)만 남긴채 물거품이 됐다.

​5년 전 대선 땐 충북 음성이 고향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반기문 대망론'의 주역으로 떠올랐으나 권력의지가 약했다.

​이번엔 '윤석열'이다. 부친 윤기중 전 연세대 교수가 충남 공주출신으로 충청에 뿌리를 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최근 충청을 찾아 '충청권 대망론'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윤 후보는 천안, 대전, 세종을 찾아 '충청의 아들'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대선출마를 선언한 뒤 첫 방문지로 대전을 선택할 만큼 전략적 요충지로서 충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충청권 의석수는 선거구 획정 이후 호남과 비슷하고 대구·경북보다 많아졌다. 최근엔 충청·중부권이 합치는 중부권 대망론도 나오고 있다. 윤 후보는 JP와 달리 제 1야당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갖고 있다.

하지만 대망론은 정치 기반만 갖고 실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폭넓은 지지도, 결단력, 비전, 도덕성을 고루 갖춰야 한다.

윤 후보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기엔 비호감도 만만찮다. 넘어야 할 산이 첩첩이다. 충청대망론의 역사는 길지만 실현된 적은 없다. 윤석열이 과연 충청권 대망론을 꽃피울 수 있을까.

▲ 박상준 UPI뉴스 충청본부장

KPI뉴스 / 박상준 기자 psj@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박상준

박상준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