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딱하나 문제"…김지은에 사과 이수정, 사퇴
尹 "이미 사과한다고 전해"…선대위, '金 사과' 검토
이대남 눈치보기 지적…여성·중도표 이탈 가능성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는 '7시간 통화'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감쌌다.
MBC가 지난 16일 공개한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는 "안희정이 불쌍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나랑 우리 아저씨(윤 후보)는 되게 안희정 편"이라고 했다. 또 "미투는 다 돈을 안 챙겨주니까 터지는 게 아니냐"고 발언해 '2차 가해' 논란을 불렀다.
더불어민주당과 진보 진영은 "분명한 2차 가해"라며 김씨 사과를 촉구했다.
당사자도 나섰다.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한 김지은씨는 지난 17일 입장문을 통해 "2차 가해자들은 청와대 여당 후보의 캠프 뿐 아니라 야당 캠프에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씨의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김씨 녹취록에서 "안희정 불쌍하다"라는 대목이 유일하게 공익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18일 CBS라디오에서 "아무리 사적인 대화라고 하더라도 사석에서 해서는 안 될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짚었다.
국민의힘에서도 동조 목소리가 나왔다. 새시대준비위 신지예 전 수석부위원장은 18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불쌍한 건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인 김지은씨"라며 김건희씨를 직격했다. 그는 "윤 후보는 지금도 안희정 편인지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했다.
앞서 선대위 여성본부 고문을 맡았던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17일 페이스북 글에 "김지은 님 고통에 세심한 배려를 드리지 못한 점 머리숙여 사과드린다"고 적었다.
윤 후보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부인의 '미투 발언' 논란과 관련해 "2030 세대 남성을 의식해 사과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경위 여하를 불문하고 보도되는 과정에서 어떤 상처를 받게 되신 분들에게는 송구하고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이미 서면으로 (전)했다"고 답했다.
윤 후보는 "지금도 거기 대해 저나 아내나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건희씨는 MBC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성을 착취한 일부 여권·진보 인사들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매우 부적절한 말을 하게 됐다"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윤 후보가 이 부분을 되풀이하며 '2차 가해'에 대한 김씨 사과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는 앞서 김씨 녹취록에 대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지은 씨에 대한 사과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더 드릴 말씀 없다"며 답을 피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사과 불필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적 통화'라는 점에서 공적 심판대에 설 이유가 없다는 논리에서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김건희 씨의 녹취록은 사적 대화 영역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안희정 씨 사건에 대해 대한민국에서 굉장히 많은 주체들이 많은 대화를 했을 것이지만, 그중 이런 것들이 노정돼 김지은 씨에게 이차적인 불편을 초래한 경우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씨 발언이 김지은 씨에 대한 2차 가해가 아니라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국민의힘은 그러나 여론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김씨가 직접 사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모든 사안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며 "이번주 일요일(22일) 추가방송이 예고돼 있다. 그 방송이 끝난 다음에 최종 입장을 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이 당 안팎의 사과 여론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건 표계산에 따른 '전략적 침묵'으로 보인다. 윤 후보 지지율 상승세를 이끄는 '이대남'(20대 남성) 눈치를 보면서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이대남은 미투에 반감이 크다.
이 교수가 김지은씨에게 사과하자 일부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대남을 중심으로 원성이 빗발쳤다. 이 교수는 전날 선대본부 여성본부 고문직에서 사퇴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대남 표심이 윤 후보에게로 되돌아오면서 분위기가 좋은데, 공연히 김건희씨 공개 사과 등 미투에 대한 적극적 대응에 나섰다가 반발을 사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떠받들어도 시원치 않을 핵심 지지층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민의힘과 윤 후보가 이대남만 쫓다간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단 윤 후보에게 '마초' 이미지가 부각돼 여성층이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중도층 등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대남 표를 얻는 것 이상으로 여성·중도층 표를 잃을 수 있는 셈이다.
여론은 사적, 공적 대화를 떠나 피해자가 또 상처를 입었다면 사과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 안 그래도 피해자가 사과를 요구한 터다. 특히 대화 주체가 공인, 그것도 대통령 후보 부인이라면 공적 책임은 클 수 밖에 없다.
윤 후보는 그간 사과하는데 인색해 타이밍이 늦고 수위가 약해 제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게 중평이다.
대구가톨릭대 장성철 특임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여성 인권 이슈에 공격 당할 꺼리를 남겨두는 것 자체가 오판"이라며 "잘못한 일은 즉각 사과하는 게 최고의 대응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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