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공시가 재검토 요청 이틀만에 당정서 협의
'보유세 폭탄론', 내년 대선 악재 우려해 대책 마련
野 "말바꾸기"…김종인 "李 재산세 입장 뭔지 몰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내년 주택 보유세 산정에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세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명분에서다.
이 방안이 현실화하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가 동결된다.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공시가를 토대로 산정되는 각종 복지혜택 기준도 유지된다.
'한시적', '1가구 1주택' 등 꼬리표가 달렸으나 문재인 정부가 고수해 온 부동산 증세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말 뒤집기', '선거용'이라는 비판과 함께 역풍 가능성이 점쳐진다.
당정은 20일 국회에서 부동산 공시가 관련 제도개선 문제를 협의했다. 이재명 대선 후보가 공시가 전면 재검토를 요청한 지 이틀만이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재산세나 건강보험료는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당정 협의 후 브리핑에서 "2022년 공시가 변동으로 1주택을 보유한 서민, 중산층의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재산세, 종부세, 건보료 등에 대해 제도별 완충 장치를 보강키로 했다"고 전했다.
당정은 우선 내년도 보유세 산정시 올해 공시가를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집값 상승으로 내년도 주택 공시가가 급등하면 보유세도 대폭 오르게 된다. 그러나 올해 공시가를 적용하면 세금 변화는 없게 된다. 송기헌 정책위 부의장은 "올해 공시가를 기준으로 재산세를 매기게 되면 동결된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당정은 1가구 1주택 보유자에 대해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 상한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또 공시가 상승에 따라 복지수급에 탈락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1가구 1주택 고령자의 종부세 한시 납부유예에 대해서도 박 의장은 "정부에 검토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당정은 그러나 공시가 현실화는 계획대로 진행키로 했다. "관련법에 따라 공청회를 해야 하는 절차 등이 있는데 그 기간이 이미 지났다"는게 박 의장 설명이다. 그는 "부동산 공시가는 60여개 행정 목적에 쓰이는 중요한 통계지표이자 공적 기준으로, 부동산의 적정가치를 반영해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상정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당정 협의 결과는 이 후보의 공시가 전면 재검토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는 대신 세부담을 위한 각종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절충한 타협안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그간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를 기조로 부동산 세제 개편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집값 급등으로 인해 '보유세 폭탄론'이 내년 대선 악재로 떠오르자 기존 입장과 다른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코로나 재난 상황에서 거래세·보유세 부담 동시 완화 카드를 꺼내 들며 성난 '부동산 민심'에 세부담 가중이라는 기름이 뿌려지는 사태를 차단하려는 포석이다.
송영길 대표는 선대위 해외위원회 발대식 인사말에서 "이 후보께서도 반성하고 있다"며 "저도 겸허하게 우리 잘못을 반성하고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세제 정책을 바꿔가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민심이 흉흉하다는 점은 당내에서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선대위 디지털대전환위원장을 맡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정책이란 추진 방향이 아무리 옳아도 역풍과 부딪힐 때는 속도 조절을 해 가며 유연하게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세 부담 경감에 힘을 실었다.
야당은 부동산 감세 기조를 '정책 뒤집기' 등으로 성토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국민을 우습게 아는 조삼모사 땜질 처방일 뿐"이라며 "1세대 1주택 고령자의 종부세 한시 납부유예 역시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허 수석대변인은 "예방조치를 마련할 수 있었음에도 이제 와서 국민을 위하는 척하니 가증스럽기까지 하다"고 개탄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선대위 회의에서 "(이 후보가) 재산세제에 대한 근본적 인식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선심을 얻기 위해 공시지가를 동결하고 재산세 자체를 동결한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다른 한편에서는 국토보유세를 도입해 투기 이윤을 모두 흡수한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가 상충된 정책을 동시 주장하는 모습을 문제삼은 것이다. 그러면서 "과연 이 후보의 재산세에 대한 기본 입장이 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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