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설립·스타트업과 협업…보험사 '헬스케어' 사업 본격화

강혜영 / 2021-10-07 16:12:08
KB손보·신한라이프, 헬스케어 자회사 설립…현대해상, 스타트업과 협업
'건강관련 할인' 손보·생보사 상품 154개…질병 사후치료보다 예방 초점
"보험사 헬스케어 진출은 생존의 문제…건강 데이터 활용 확대 지원해야"
출산률 감소, 저성장 등으로 신음하는 보험업계에 헬스케어 사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헬스케어 서비스는 질병의 사후치료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질병의 예방과 관리, 건강 관리,증진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헬스케어 서비스를 도입함으로써 보험사가 손실을 보장하는 영역을 넘어 더 다양한 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보험사들은 회사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최근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자회사인 'KB헬스케어'를 10월 중 설립하기로 했다. 지난 5월 보험사의 헬스케어 자회사 소유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이후 첫 사례다.

▲ 헬스케어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KB헬스케어의 주요 서비스는 모바일 앱을 통한 디지털 건강관리 서비스가 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건강검진 정보 등 다양한 건강정보를 분석한 건강상태 정보, 고객별 건강상태 기반 건강목표 추천, 식단 데이터 분석 서비스 등이 제공될 전망이다.

고객의 건강관리 목표 달성을 지원하기 위해 외부 제휴업체와 연계한 건강관리 서비스도 출시된다. 유전체 분석 서비스, 만성질환자 건강관리 코칭 프로그램, 멘탈 관리 상담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KB손보 관계자는 "예방적 건강관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니즈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헬스케어 사업은 미래 성장 잠재력이 클 것으로 판단한다"며 "업계 최초로 헬스케어 자회사 설립이라는 첫발을 먼저 내디딘 만큼 선도사로서 최상의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한라이프도 연내 헬스케어 자회사 출범을 목표로 금융당국의 승인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선보인 인공지능(AI) 기반 홈트레이닝 서비스 '하우핏'(HowFit) 운영조직을 떼어내 자회사로 육성할 방침이다.

헬스케어 스타트업과 협업을 꾀하는 보험사도 있다. 현대해상은 지난 6월 헬스케어 전문스타트업 '케어닥'의 시리즈 A 후속 투자에 참여했다. 5월에는 해외 체류 한인들을 위한 비대면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메디히어'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건강보험 상품도 '건강증진형' 상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자사의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가입자를 대상으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건강을 관리하면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방식 등이다. 생명보험·손해보험협회 홈페이지 공시에 따르면 '건강관련 할인제도'가 적용된 보험상품은 생명보험사 141개, 손해보험사 13개로 총 154개에 이른다.

삼성화재는 걸음 수를 체크해 목표치를 달성하면 포인트를 지급하고 당뇨병 자가관리가 가능한 당뇨케어, 건강검진 우대 예약, 종합병원 예약, 병원·약국 찾기 등을 제공하는 '애니핏 2.0'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자사 건강관리 서비스 앱 '헬로(HELLO)'와 스마트워치를 연동해 운동량에 따라 보험료 혜택을 주는 상품을 내놨다. 걷기만 반영하던 기존 1세대 상품에서 나아가 심박 수, 스트로크, 고도 등을 기준으로 러닝·수영·등산·사이클 등의 운동량을 측정해 보험료를 깎아주는 2세대 상품이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저금리·저출산·저성장 환경 탓에 전통적인 보험업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이 필수적인 상황인 것이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보험사의 헬스케어 사업 진출은 선택적인 것이 아닌 생존을 위해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사업"이라며 "헬스케어 시장규모의 성장과 제도적 진입장벽이 완화됨에 따라 다수의 보험사들의 경쟁적 진입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보험사의 헬스케어 산업 참여는 개별 보험사의 경영성과 개선 및 신규 산업 진출의 의미에서 그치지 않고 국민의료비 지출의 효율화,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하고 나아가 국가 성장동력의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도 보험사들이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 보험 계약자 외 일반인 대상 건강 관리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다. 혈압이나 혈당 관리, 당뇨병 예방, 의약품 정보 제공, 비만도·식단 관리 등 보험사가 제공하는 비의료 건강 관리 서비스를 보험 가입 여부에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올해 7월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삼성생명·KB생명·한화생명·메리츠화재·삼성화재·KB손해보험 등 6개 보험사에 대해 공공 의료 데이터 이용을 최종 승인했다. 4년 만에 공공 의료 데이터 이용의 빗장이 풀린 것이다.

지난달에는 금융위원회가 보험사의 헬스케어 플랫폼(선불전자지급업무) 겸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소비자의 건강관리 노력·성과에 따라 자체 포인트를 지급하고, 소비자는 건강용품 구매, 보험료 납부 등에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데이터 활용 확대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보험업계의 공공 보건의료데이터 제공 신청을 거절했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민건강 개선이라는 대전제하에 건강 관련 데이터 활용 확대, 의료법의 탄력적 운영 등을 통해 국민에게 필요한 헬스케어 서비스가 개발되고 더 나아가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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