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미국행은 왜 좌절됐나

김혜란 / 2021-09-08 15:10:34
권력 결합 부패범죄에 민감한 미국
배임·횡령죄로 입국거절 위험 있어
'취업 제한위반' 논란도 의식한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금 자유의 몸이다. 8월13일 가석방돼 활동에 제약이 없다. 논란속에 경영 참여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으로 가는 발길만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가석방 됐을뿐 이 부회장의 형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배임·횡령죄를 저지른 비리 기업인이다. '취업제한'(형 종료후 5년)도 그대로다. 미국 입국 자체가 힘들지 모른다. 미국은 기업의 뇌물과 횡령 등 부패범죄에 민감하다.

유사 전례가 있다. 만약 입국이 거절된다면? 글로벌 1등 기업 삼성전자의 이미지 추락이 불가피하다.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삼성으로선 감수하기 어려운 위험이다. 

▲ 광복절을 앞두고 가석방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8월 13일 오전 서울구치소 정문을 나서고 있다. [문재원 기자]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 측은 최근 미국 출장을 위해 비자 발급까지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은 미국 출장을 떠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출국이 불발된 데에 별도의 설명을 내놓지는 않았다.

미국은 기업의 뇌물과 횡령 등 부패범죄행위에 민감하다. 해외부패방지법(FCPA·Foreign Corrupt Practices Act)은 외국 회사가 외국 관료에게 뇌물을 주는 경우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이상훈 변호사는 "국정농단은 사건은 국가 최고 권력과 결부된 문제다. 단순한 횡령, 뇌물 사건이 아니다"라며 "(FCPA 관련) 범죄인은 입국 시 현지 당국의 수사를 받을 수 있어서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부패방지법까지 거론하는 건 너무 나간 얘기라는 지적도 있다. 김남근 변호사는 "미국 계좌가 횡령이나 뇌물에 쓰이는 등 특정한 요건이 성립해야 한다"며 FCPA 적용 여부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보다 김 변호사는 이 부회장이 취업제한 위반 논란으로 최대한 몸을 낮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달 초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 부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부회장이 지난달 가석방 직후 서초사옥에서 업무를 개시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취업제한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이 부회장의 미국행 좌절은 예견된 것일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이 미국행을 끊은 건 2017년부터다. 국정농단 연루로 곤욕을 치르던 기간과 일치한다. 이 부회장은 2018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후 올 연초 법정구속될 때까지는 유럽과 아시아, 중남미를 오갔다. 일각서 "FCPA 리스크를 막기 위해 미국만 피해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 배경이다.

이 부회장은 위기 때마다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올해로 그는 5년째 불참이다. 2014년에는 팀 쿡 애플 CEO를 선밸리에서 만나 미국 이외 지역에서의 특허 소송을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이 부회장은 2002년 공식 초청 이후 매년 선밸리로 향하며 글로벌 경제의 핵심층과의 네트워크를 다졌다.

현재 삼성은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수세에 몰렸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위기다.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를 쫓아가기도 바쁜 삼성전자는 거센 추격자까지 경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 인텔이 반도체 사업 재기를 위해 110조 원 투자와 업계 4위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재용 미국 출장설'은 업계의 기대일 뿐이었는지 모른다. 국내외 언론은 공통으로 미국 파운드리 제2공장 건설 계획을 최대 현안으로 지목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 윌리엄슨 카운티 테일러시는 이번주 삼성전자와 세금감면 등 인센티브에 협의하고 관련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4일 낸 보도자료에서 파운드리 투자 계획 등을 밝히며 "반도체는 한 번 경쟁력을 잃으면 재기가 불가능하다. 삼성의 공격적 투자는 생존 전략"이라고 밝혔다.

K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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