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지났어도…"실미도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납니다"

탐사보도팀 / 2021-08-24 14:48:54
[연재] 실미도 사건 50주기- ⑤ 실미도 50주기 추도식
지난 23일 경기도 벽제 봉안소 유족 등 30여명 참석 거행
유족들 "명예회복 위한 실미도 특별법 제정해 달라" 요구

지난 23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 태풍 오마이스 영향으로 잔뜩 찌푸린 날씨 속에서 실미도 공작원 유가족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국방부 앞에 대기 중인 버스에 올라탔다.

 

▲ 지난 23일 경기도 고양시 벽제역 인근 군부대 봉안소에서 실미도 사건 50주기 추도식이 거행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날은 이른바 '실미도 사건'이 일어난 지 50년이 되는 날이다. 실미도 사건은 1971년 8월 23일 실미도에서 북파 훈련을 받던 684부대원들이 가혹한 대우에 반발해 무장 탈영한 뒤 서울 동작구 대방동 유한양행 앞에서 군·경과 교전을 벌인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 2명, 민간인 6명, 실미도 공작원 20명이 사망했다. 공작원 4명은 살아남았다. 이듬해 3월 10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 공군 2325부대 안에서 생존 공작원 4명의 사형이 극비리에 집행됐다. 아직까지도 사형당한 공작원 유해는 찾지 못하고 있다.

 

"내가 여든 살인데 언제까지 추도식 올 지 겁이 난다"

 

오전 9시55분. 국방부 앞 버스가 실미도 50주기 추도식이 열리는 경기 고양시 덕양구 벽제동 인근 군부대에 있는 봉안소로 출발했다. 벽제동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실미도 공작원 고 이서천 씨의 여동생 이향순(80) 씨가 무겁게 입을 뗐다. 그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나와 국방부 앞에서 두 시간이나 기다렸다고 했다. 이 씨는 "내가 벌써 여든 살인데 건강이 별로 좋지 않다"며 "언제까지 추도식에 올 수 있을지 점점 겁이 난다"고 말했다.

 

▲ 지난 23일 열린 실미도 사건 50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실미도 공작원 이서천 씨 유족 이향순 씨. [문재원 기자]


또 다른 공작원 김기정 씨의 여동생 김기옥(65) 씨는 "실미도란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버스 안에서 국방부에 대한 유가족의 불만도 쏟아졌다. '50주기'가 돼도 여전히 국방부 관심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유가족은 실미도 50주기를 맞아 국방부 고위직 인사 참석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모든 국방부 행사가 취소되고 있고 실미도 50주기 추도식도 비공식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벽제동 군부대 안 봉안소에서 진행된 실미도 50주기 추도식엔 유가족 10여명과 추도식을 주관한 국방부 관계자,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취재진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일본 NHK도 이날 추도식을 취재했다. 

 

2005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과거사위)에 참여했던 안김정애 전 조사2과장은 사회자로서 이날 추도식에 함께 했다. 그는 최근 과거사위 조사활동 기록을 담아 '실미도의 아이히만들'이란 책을 냈다.

 

▲ 지난 23일 열린 실미도 사건 50주기 추모식에서 실미도 공작원 임성빈 씨의 유족 임충빈 씨가 추모사를 낭독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지난 5월27일 2기 진실화해위가 조사활동을 개시하면서 실미도 사건이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이날 추도식엔 실미도 유가족과 2기 진실화해위 관계자가 만나 향후 조사활동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마련됐다.

▲ 지난 23일 열린 실미도 사건 50주기 추도식에서 2기 진실화해위원회·국방부의 실미도 사건 조사 경과 보고를 위한 시간이 마련됐다. 유족들이 질의응답 중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문재원 기자]


유가족들의 요구사항은 세 가지다. 첫째 실미도 공작원 명예회복을 위한 실미도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둘째 사형수 4명(임성빈·이서천·김창구·김병염)의 유해를 찾는 것, 마지막으로 2기 진실화해위 조사과정이 유가족에게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이다.

 

임충빈 유족 대표는 "국방부는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에 따라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고 하는데 다음 단계로 가기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2005년 조사 이후에도 달라진 게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화해위와 국방부가 실미도 공작원의 명예회복을 위한 실미도 특별법을 제정에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유해 미발굴 시 국립묘지 위패봉안 및 명예회복 위한 특별법 제정'을 바라고 있다. 국방부는 "(유해를 찾지 못한) 4명은 국립묘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 제3호(형법 250조 사람을 살해한 자로서 사형된 자)에 해당돼 국립묘지 안장이 불가하다"고 통보한 바 있다. 8·23사건 당시 실미도 공작원들이 기간병 18명을 살해했기 때문에 국립묘지에 봉안될 수 없다는 얘기다.

 

유족들은 신분을 숨기고 북파공작 훈련을 받아야 했던 당시 상황과 정당방위로 이뤄진 총격전을 고려해 실미도 공작원들이 군인 신분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실미도 사건 50주기 추도식이 열린 23일 경기 고양 벽제역 인근 부대 봉안소에 실미도 부대원 단체 사진이 걸려 있다. [문재원 기자]


아직까지 어디에 묻혀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사형수 4명의 유해를 찾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이서천 씨의 여동생 이향순 씨는 "나는 하늘아래 나와 오빠뿐이다. 이제 내 나이가 여든 살인데 제발 우리 오빠 좀 찾아주면 좋겠다"며 오열했다.

 

유족들은 결과를 통보받는 식의 정부 조사활동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실미도 훈련병 이광용 씨의 조카 이용호(49) 씨는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 동생에 대한 한이 남아 쉽게 눈감지 못하겠다고 하셨다. 얼굴도 모르는 삼촌이지만 아버지의 아픔과 규명되지 않은 애석함은 대물림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족들은 (실미도 사건)조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혀 모르고 있고 그저 결과만 통보받고 있다. 유족들과 조사과정을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실미도 사건 50주기 추도식이 열린 23일 경기 고양 벽제역 인근 부대 내 사찰에서 실미도 공작원 임성빈 씨의 유족 임일빈 씨가 임 씨의 위패를 가리키고 있다. [문재원 기자]


진실화해위 "여러 사건 다루는 과정에서 미흡함 많아"

 

이 같은 유족들의 요구에 대해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진실화해위가 구성되는 과정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조사활동이 진행되는 속도가 유족들이 원하는 수준이 되지 못해 송구하다"며 "현재 여러 사건을 다루고 있다 보니 조사과정을 공유하고 알리는 부분에서 미흡함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게다가 내부방침 상 개별사건이 아니라 진실화해위에서 조사 중인 전체 사건을 묶어 중간보고를 하는 시간을 갖게 돼 있다.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KPI뉴스 / 탐사보도팀 기자 =이준엽·조현주 기자 tams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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