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대출규제 강화 움직임에 2금융권 '비상'

안재성 기자 / 2021-08-19 16:38:53
연내 DSR 40% 규제 가능성…2금융권 타격 클 듯
"대출 막힌 소비자, P2P금융·대부업체로 밀려날 수도"
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2금융권 대출규제 강화를 시사하면서 저축은행, 캐피탈, 카드사, 상호금융 등 2금융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은행과 동일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받을 경우 소비자들이 외면하면서 실적이 급락할 위험이 크다. 또 2금융권에서 밀려난 소비자들이 P2P금융이나 대부업체를 찾는 '풍선 효과' 도미노현상도 우려되고 있다.

▲ 올해 들어 2금융권 가계대출이 폭증하면서 DSR 40% 규제가 연내 적용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셔터스톡]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19일 "올해 안에 2금융권에도 차주별 DSR 40%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꽤 높다"고 말했다.

고 내정자는 지난 17일 금융위 가계부채 담당 국·과장들과 논의에서 가계부채를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2금융권 풍선 효과에도 염려를 표했다. 그는 "2금융권의 느슨한 DSR 규제 수준이 풍선효과를 유발할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 필요시 보완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의 DSR 규제 수준은 40%인 데 반해 2금융권은 60%라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때문에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소비자들이 2금융권으로 몰려 올들어 가계대출이 크게 늘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78조8000억 원 급증했다. 전년동기 가계대출 증가액 45조9000억 원 대비 71.6%나 확대됐다.

특히 같은 기간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27조4000억 원에 달했다. 2조4000억 원 감소했던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른 추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집값 폭등과 공모주 투자 등으로 대출 수요가 대폭 증가했다"며 "은행의 규제 강화로 대출이 어려워지자 소비자들이 2금융권으로 대거 몰려간 듯 하다"고 진단했다.

금융권에서는 본래 내년 7월 적용 예정인 2금융권의 DSR 40% 규제가 올해 안에 시행될 수 있다는 설이 나온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말 "정책의 신뢰성이 있어야 하므로 미리 예고한 대로 갈 것"이라며 규제를 강화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가계대출이 너무 증가할 경우 2금융권 규제를 강화할 수도 있다"고 여지는 남겨뒀다.

그러나 고 내정자는 적극적인 규제 강화를 시사해 실제로 2금융권 DSR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2금융사들은 깊은 우려를 표한다. 2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과 대출 한도가 똑같다면, 누가 금리가 높은 2금융사를 이용하겠느냐"며 "규제 강화 시 영업실적이 급감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사실 내년 7월 DSR 40% 규제 실행 전에 규제 수준이 약간이라도 완화되길 기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그런 기대를 품을 수 없는 상황인 데다 미처 대비하기도 전에 실행 시기가 당겨지면, 충격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2금융권에서 대출이 막힌 소비자들이 P2P금융이나 대부업체로 밀려날 위험이 높다"며 "결국 P2P금융만 웃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P2P금융과 대부업체는 소액 대출을 주로 취급하지만, 담보가 있을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주택을 담보로 내밀면, 최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80%까지 대출이 나온다.

대신 금리가 무척 높다. 주택담보대출임에도 보통 금리가 10~12%, 높을 때는 15% 이상이기도 하다. P2P금융 관계자는 "신용과 소득이 모두 최상급이더라도 8% 아래로 내려가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돈이 급한 사람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P2P금융이나 대부업체 문이라도 두드릴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이 급증할 위험이 높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햇살론·사잇돌대출 등 서민금융 공급을 확대 중"이라며 "대출이 어려운 서민들은 서민금융을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금융위는 올해 서민금융 공급액을 9조6000억 원으로 당초 계획보다 1조7500억 원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크게 부족하다는 게 현장의 시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금융은 자격 조건이 까다롭고, 1인당 대출 한도도 너무 적다"며 "2금융권 대출규제 강화로 갈 곳 잃은 대출 수요 중 일부밖에 흡수하지 못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결국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실패해 집값이 폭등하는 바람에 가계대출 역시 크게 확대된 것"이라며 "정부의 실패 책임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비판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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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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