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로또' 최고급 아파트 '나인원한남' 전수조사해보니

탐사보도팀 / 2021-07-08 12:08:33
한 달 관리비만 150만 원… 분양 두 달 만에 시세차익 26억
방탄소년단 RM, 지민 등 유명 연예인과 재계 인사들 보유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한 달 관리비만 150만 원'인 최고급 아파트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바로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최고급 아파트 '나인원한남'. 이곳은 얼마 전 방탄소년단 RM(김남준)과 지민(박지민)의 매입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받기도 했다. 빅뱅의 지드래곤과 배우 배용준도 이곳에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초고가 아파트 '나인원한남' 전경. [탐사보도팀]


나인원한남은 분양전환 임대아파트로 2023년 11월 분양 전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단기임대사업자 폐지에 따라 올 3월로 분양이 앞당겨졌다. 임차인들에게 우선 분양권이 주어졌고 이들은 시세보다 20~30% 싼 가격으로 분양받았다. 현재 시세는 평형에 따라 70억~150억 원에 이른다. 이 최고급 아파트에는 어떤 사연이 담겨 있을까. 

UPI뉴스가 지난 1일까지 나인원한남 총 341가구 등기부등본을 전수 조사한 결과, 단기간에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두며 '로또 분양'을 거머쥔 이가 적지 않았다. 초고가 아파트인 만큼 연예인을 비롯해 재계 인사들 상당수가 소유자 명단에 있다.

나인원한남을 분양받은 이들 중엔 실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이 의심되는 사례가 많다. 소유권 이전이 완료되지 않은 41가구를 제외한 300가구 중 62가구(약 20%)는 소유자 주소지가 나인원한남이 아닌 다른 곳이다. 집이 두 채 이상이거나 다른 곳에 세 들어 살면서 나인원한남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다. 이들의 주소지는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서울 강남구 타워팰리스, 서울 용산구 한남더힐 등 고가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비거주 소유자 중 일부는 이미 발 빠르게 26억 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실현했다. 한남더힐이 주소지로 돼 있는 A 씨는 지난 3월 말 42억3000만 원에 분양받은 나인원한남 아파트(63평형)를 지난 5월 중순 67억 원에 팔았다. 한 달 반 만에 24억 원가량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이다. B 씨는 같은 동 같은 평수 아파트를 42억8000만 원에 분양받은 뒤 지난 5월 중순 63억 원에 팔아 20억 원 이상 시세차익을 챙겼다.

나인원한남 소유주 20%, 다른 고가 아파트 거주
42억 원에 분양된 아파트, 한 달여 만에 20억 원↑

이 같은 '로또 분양'의 주인공 중엔 공교롭게도 나인원한남 시행사 디에스한남 관련 인물도 여럿이다.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과 그의 아들 양홍석 씨는 각각 70평형과 복층 83평형 호실을 분양받았다. 특이하게도 이 회장의 주소지는 나인원한남의 또 다른 호실로 돼 있다. 디에스한남은 대신증권의 손자회사다. 김송규 디에스한남 대표도 나인원한남 70평형 한 호실을 분양받았다.

디에스한남과 대신증권의 외부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들도 나인원한남을 분양받았다. 윤훈수 삼일회계법인 대표와 배화주 삼일회계법인 고객 및 총괄 대표는 각각 70평형 호실을 분양받았다.

당초 나인원한남은 유명 연예인들이 선호하는 아파트로 알려졌다. 보안이 철저해 입주민 사생활이 보호되고, 단지 내 넓은 녹지 등을 갖췄다는 점 때문이다. 방탄소년단 멤버 RM(김남준)과 지민(박지민)이 입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RM은 지난 3월 '나인원 한남' 전용 244.34㎡를 63억6000만 원에 매입했다. 대출 없이 현금으로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민 역시 동일 면적의 나인원 한남을 현금 59억 원을 주고 분양 전환했다.

배우 이종석도 나인원한남 83평 복층형을 73억 원을 주고 분양받아 살고 있다. 이 씨는 나인원한남을 분양받기 위해서 용산구 한남동, 강남구 신사동에 있던 상가건물 두 채를 처분하고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 씨는 원래 같은 한남동에 위치한 라테라스한남 아파트에서 살았고 여전히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나인원한남 등기부 주소지가 나인원한남으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보아 나인원한남으로 이사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는 연예인보다 유력 재계인사들이 나인원한남을 많이 소유하고 있다. 비거주 소유자로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 김택헌 엔씨소프트 수석 부사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 GS 오너가(家) 4세 허치홍 GS리테일 상무 등이 있었다. 한국앤컴퍼니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 이원준 전 롯데그룹 부회장, 김창수 F&F 회장의 장남 김승범 F&F 상무,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부회장,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의 장남 장동하 기획조정실장,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장녀 구미현 씨,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 강호성 CJ ENM 대표,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장남 유석훈 상무 등은 나인원한남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탐사보도팀]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인해 나인원한남의 '로또 분양'은 현금 부자들의 전유물이다. 2019년 12월16일 발표된 부동산대책에 따라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15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살 때는 은행권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일부(15가구)는 대부업체나 개인에게 돈을 빌려 나인원한남을 분양받았지만, 285가구(95%)는 40억 원~73억 원에 이르는 분양가를 전액 현금으로 지급했다.

인근 부동산업자는 "최근 정부에서 대출을 막으면서 자금이 부족한 분양자들은 제3금융에서 돈을 빌리고 있다"며 "개인과 개인이 업체를 끼고 돈을 대출해주는 P2P대출도 많다"고 말했다. 또 "전세를 끼고 1년 뒤에 매매하는 갭투자도 여전하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부동산업자는 "정부가 부동산세를 높이면서 압박에 들어갔지만 결과적으로 디에스한남 분양자들은 더 큰 시세차익을 봤다"며 "지금도 많이 올랐지만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요즘도 매물을 보고 싶다는 연락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집구경조차 쉽지 않은 나인원한남, 직접 가보니…
▲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나인원한남 내부. [탐사보도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나인원한남은 높은 울타리로 빙 둘러싸여 있다. 배달을 온 택배기사조차도 줄을 서 차례대로 경비실에서 확인을 받고 들어가야 한다. 베일에 가려진 그들만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기자는 7월 초 나인원한남 인근 부동산 업자와 함께 나인원한남에 들어갔다. 부동산 업자는 나인원한남에 들어가기 전에 신분 확인을 요구했다. 명함으로 신분을 증명해야 아파트 내부를 볼 수 있다고 했다. 보안이 매우 철저했다. 

그럼에도 아파트 내부로 바로 들어가지 못했다. 내부에서 문을 열어주거나 카드키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 안에서 출입문을 열어주자 바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부동산 업자는 "이렇게 출입문을 안에서 열어주면 자동으로 엘리베이터가 해당 층까지 바로 올려준다. 아파트 내부나 다른 층에 가려면 카드키가 있어야 갈 수 있기 때문에 보안은 매우 철저하다"고 했다.

기자는 이날 70평대 아파트를 안내받았다. 현관문을 열자 양 옆으로 널찍한 신발장이 있고 그 옆엔 스타일러가 수납돼 있었다. 게스트용 화장실도 있었다. 거실로 들어가니 천장이 굉장히 높았다. 부동산 업자는 "층고가 평균적인 아파트보다 높게 설계돼 공간감이 매우 크게 느껴진다. 70평대는 2.6m이고 80평은 2.8m다"라고 했다. 각 방엔 미닫이문이 달려있는데, 현관에서 메인 침실까지 들어가려면 미닫이문을 3개나 열어야 했다. 내부는 마치 미로를 연상시켰다.

기본으로 있는 수납장들과 가구들은 모두 이탈리아 고급 브랜드를 배치했다고 한다. 드레스룸과 화장실은 방마다 있었다. 침실 3.5개, 욕실 4개로 구성된 이 아파트는 69억 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부동산 업자는 단지 내에 있는 커뮤니티센터도 소개해줬다. 커뮤니티센터에는 헬스장, 실내골프장, 실내사우나, 카페, 실내농구장, 수영장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부동산 업자는 "최근에 지은 곳이라 다른 고급아파트들 보다 커뮤니티시설이 훨씬 잘 돼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했다.

KPI뉴스 / 조성아·남경식·이준엽 기자 tamsa@up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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