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효환 "한국문학, 세계문학으로 진입하는 첫 장을 열겠습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 2021-07-06 14:17:11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 8대 원장 간담회
한국문학 상시 거래 온라인 플랫폼 구축
번역아카데미 대학원대학 수준으로 격상
"노벨문학상은 한국문학 목표 아니다"

"한국문학의 세계화나 해외 소개라는 말은 이제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런 표현은 우리 문학을 주변국에 제발 알아달라고 애원하던 시기에 쓰던 말입니다. 이제부터 3년 동안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 첫 장을 여는 역할에 힘을 쏟겠습니다. 우리 것을 알리고 싶어 몸살이 나는 게 아니라, 당당한 세계문학의 일원으로 진입하겠습니다."

 

▲대산문화재단에서 30여년 동안 한국문학 지원과 해외 교류에 쏟아온 노력을 발판으로 제8대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으로 취임한 곽효환 시인. 그는 "세계문학으로 한국문학이 진입하기 위해 지금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분명하게 파악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주저하지 말고 전력을 다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지난 5월 취임한 곽효환(53·전 대산문화재단 상무) 한국문학번역원 8대 원장이 6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들과 만나 밝힌 포부다. 곽 원장은 이 자리에서 "그동안 한국문학이 무작정 세계화와 노벨문학상을 열망했다면 지금은 기본적인 인프라 수준이 세계화 단계가 아니라 세계문학 일원으로 진입하는 초기 기로에 놓여 있다"면서 "한국문학이 처한 다양하고 역동적인 환경은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위기와 기회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 원장은 향후 3년 동안 역점을 둘 사업으로 우선 '한국문학 해외진출 통합 플랫폼 구축'을 꼽았다. 그는 "한국문학 저작권이 1년 내내 상시 거래될 수 있도록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함으로써 과거처럼 번역자나 작가가 알음알음으로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저작물을 일정 양식에 맞춰 올리면 이를 주요 언어로 소개하는 마켓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면서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오프라인 저작권 라운드 테이블을 마련해 따로 저작권 거래도 가능하도록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로 집중할 사업은 번역인력 양성기관인 번역아카데미를 대학원대학 수준의 교육기관으로 격상시키는 일이다. 번역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는 이들 대부분이 외국인이어서 이들이 귀국한 후 한국 문학과 문화의 최첨단 일꾼으로 지속적으로 현지에서 일하려면 학위가 필요하다는 발상이다. 곽 원장은 "이들이 대학원대학 수준으로 격상된 번역아카데미에서 학위를 받아도 국내 일자리와는 상충되지 않을 것"이라며 "교육부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성사되도록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한국문학 번역뿐 아니라 웹툰과 드라마 등 한국어 콘텐츠 전반을 담당할 번역가 양성을 위해 '한국어 콘텐츠 번역 지원 및 번역 인력 양성'에도 힘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한국문학을 해외 소개할 때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3월 연구 용역을 실시한 '한국문학 해외소개 중장기 전략 수립'에 따르면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이문열 이청준 이승우 등이 각광받는 한국문학 성지나 다름없던 프랑스가 이제는 다시 기반을 구축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으로 전락했다"면서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은 2000년대 접어들어 한국문학의 새로운 면모를 잘 보여주지 못했고 프랑스 시장 변화를 잘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프랑스는 한 국가라기보다 유럽 문학 시장의 관문이기 때문에 신발끈을 조여 매고 다시 시작하겠다"면서 "향후 이러한 연구 용역을 매년 발주해 효율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달진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한 시인인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 신임 원장은 "한국문학은 세계문학으로 진입하는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곽 원장은 "이같은 사업들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번역원 연간 예산 120억 원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내년도에 1단계 추가 예산으로는 최소 45~55억원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산문화재단에서 지난 30여 년 동안 한국문학 지원과 해외 교류에 노력해온 경험을 살려 공직에 진출한 곽 원장은 '인디오 여인' 등 시집 4권을 상재했고, '한국문학 해외 소개 연구' 등 논문도 집필했다. 그는 간담회를 마치면서 "노벨문학상은 절대 한국문학의 목표가 아니라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으로 자리잡는 과정에 기여하는 여러 상 중 하나일 뿐"이라며 "노벨문학상이 마치 한국문학의 목표인 것처럼 움직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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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호 문학전문기자

조용호 / 문화부 문학전문기자

소설가, 문학전문기자. 일간지에서 30년 가까이 주로 문학전문기자로 일함. 1998년 '세계의문학'에 단편소설 발표. 소설집 '떠다니네' '왈릴리 고양이나무' '베니스로 가는 마지막 열차', 장편 '사자가 푸른 눈을 뜨는 밤'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 산문집 '꽃에게 길을 묻다' '키스는 키스 한숨은 한숨' '여기가 끝이라면' '시인에게 길을 묻다' '노래, 사랑에 빠진 그대에게' '돈키호테를 위한 변명' 등. 한무숙문학상, 통영 김용익문학상, 무영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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