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중시 윤석열과 대척점…비대면 출마도 대조
文정부 이어 미중 간 균형외교, 美 방점 尹과 비교
'약속 지키는 정치인' 부각…문 대통령과 차별화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새로운 대한민국,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슬로건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 지사의 대권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진 뒤 재수에 나선 것이다.
그는 이날 오전 7시 30분 소셜미디어(SNS)로 공개된 출마선언 영상에서 대한민국 시대정신을 '공정성 확보'로 규정했다. 현재 대한민국이 불공정·불평등 사회라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출마선언문 대표 키워드가 '억강부약(抑强扶弱·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돕다)'인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모두 함께 잘 사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는 게 대권도전의 명분이다.
'공정성 확보 통한 성장'의 위기 해법…문재인보다 진전, 윤석열과 대척점
여권 1위 주자 이 지사의 출사표는 내용과 형식에서 야권 1위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대비된다. 이 지사의 '평등'과 윤 전 총장의 '자유'가 가장 두드러진 대척점이다.
이 지사는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을 비전으로 앞세웠다. "억강부약 정치로 모두 함께 잘 사는 대동(大同)세상을 향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최소한의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사회여야 지속적 성장과 국민의 더 나은 삶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지사는 "역사적으로 공정한 나라는 흥했고 불공정한 나라는 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회는 공평하고 공정한 경쟁의 결과 합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여야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윤 전 총장은 출마 선언문에서 "저는 자유를 굉장히 중시한다"고 밝혔다. "자유를 중시하는 국민의힘 가치에 동의한다"고도 했다. "역사를 보더라도 자유가 보장된 도시는 번영했고 강했다"는 것이다. 경제·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부자를 때려잡는 식은 안된다"는 게 윤 전 총장 시각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지사가 약속한 '공정한 경쟁, 합당한 보상'은 문 대통령보다 한발짝 더 나간 것으로 평가된다.
이 지사는 이날 온라인을 통해 비대면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코로나19 상황 등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 출정식에는 지지자가 대거 몰렸다.
경제정책 국가 주도 "강력한 부흥책 즉시 시작"…국정 기조는 억강부약
이 지사의 출마 선언문은 경제가 최대 포인트다. 목표는 '대동세상 만들기'. 이를 위해 경제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억강부약 정치'를 하겠다는게 이 지사의 복안이다. 국가가 경제정책을 주도하며 평등을 지향하는 국정운영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민간 자율성이 위축되면서 '관치주의'가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지사는 "경제는 민간과 시장의 몫이지만 대전환시대의 대대적 산업경제구조 재편은 민간기업과 시장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대공황 시대 뉴딜처럼 대전환 시대에는 공공이 길을 내고 민간이 투자와 혁신을 감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강력한 경제 정책이 대전환의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는 것이다.
작금의 상황을 '대전환 시대'로 보고 '공공 개입' 명분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경제정책을 국가가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셈이다.
이 지사는 "대대적 인프라 확충과 강력한 산업경제 재편으로 투자 기회 확대와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새 일자리와 지속적인 공정 성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전환의 위기를 경제 재도약의 기회로 만드는 강력한 경제부흥정책을 즉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대규모 재정 투입을 통한 각종 인프라 확충이 예상된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등도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이 지사가 '억강부약'을 강조한 만큼 집권하면 국정 기조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평등'을 국정운영 기조의 중심에 놓을 것이라는 얘기다. '대동세상'을 위해선 빈부격차 등 양극화를 해소하는게 최대 과제다.
이 지사는 출마선언에서 '증세'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종합부동산세 등 부자증세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지사는 또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자본, 더 나은 기술, 더 훌륭한 노동력, 더 튼실한 인프라를 갖추었음에도 우리가 저성장으로 고통 받는 것은 바로 불공정과 불평등 때문"이라고 했다. "투자만 하면 고용, 소득 소비가 늘어 경제가 선순환하던 고도성장의 시대는 갔다"고도 했다.
대기업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유사한 정책이 확대추진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복지 "기본소득 도입..동일 노동·동일 임금"
이 지사는 "보편 복지국가의 토대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경제적 기본권이 보장돼 모두가 최소한의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사회여야 지속적 성장과 국민의 더 나은 삶이 가능하다"는 논리에서다.
그러면서 대표 상품인 기본소득 도입을 분명히 했다. "기본소득을 도입해 부족한 소비를 늘려 경제를 살리고 누구나 최소한의 경제적 풍요를 누리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회를 만들다"는 것이다. 나아가 "충분한 사회안전망으로 해고가 두렵지 않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보장되는 합리적 노동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외교안보 "국익중심 균형외교 통해 평화공존과 공동번영"
이 지사는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윤 전 총장과 차별화를 보였다.
이 지사는 미중 간 균형 외교를 지향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그는 "한반도는 해양과 대륙 세력의 충돌로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며 "강력한 자주국방력을 바탕으로 국익중심 균형외교를 통해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의 새 길을 열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과 같이 미중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펼치겠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보수진영에선 '중국 눈치보기', '줄타기 외교'라고 비판이 줄곧 제기돼왔다.
그는 또 "한반도평화경제 체제를 수립하고, 대륙을 여는 북방 경제활성화를 하겠다"고 공약했다. 김대중 정부 이래 이어져온 햇볕정책을 이어받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계승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은 미국 중시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국제 사회는 인권과 법치,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사이에서만 핵심 첨단기술과 산업시설을 공유하는 체제로 급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 사회에서도 대한민국이 문명국가의 보편적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분명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추구하는 대외 전략 방향과 일치하는 내용들이다.
"지킬 약속만 하고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켰다"…문재인과 차별화
이 지사는 "약속을 어겨도 제재가 없는 정치에선 공약위반이 다반사이고 그래서 정치는 불신과 조롱의 대상"이라고 자성했다. 이어 "현재의 거울에 비친 과거가 바로 미래"라며 "누군가의 미래가 궁금하면 그의 과거를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이재명은 지킬 약속만 하고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켰다"고 자신했다. "성남시장 8년, 경기도지사 3년 동안 공약이행률이 90%를 넘는 이유"라는 자평도 곁들였다.
현 정부 출범 후 국민 조롱을 가장 많이 받는 것은 문 대통령 취임사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약속은 '조국 사태'를 시작으로 사실상 허언이 됐다. LH직원 부동산 투기 사태로 정점을 찍었다. '내로남불'은 문재인 정부의 상징어가 됐다. 그런 만큼 이 지사가 '약속 지키는 정치인'을 내세운 것은 문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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