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새 11명 목숨 잃은 고려아연…5년만에 똑같은 사과문

김성진 / 2021-06-01 12:01:47
최근 근로자 2명 질식사 포함 2~3년마다 '중대재해'
5년전 3000억 안전분야 투자 공언했지만 '공염불'
김부겸총리 '사돈 기업' 재조명되며 '뒷배' 논란까지
"사회적으로 엄중한 시기에 이런 사고가 발생해 참담하고 침통한 심정입니다.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고려아연은 1일 울산지역 언론 등에 경영진 일동 명의로 유가족을 비롯해 협력사, 국민께 사죄한다는 내용의 사과문 광고를 게재했다. 앞서 지난 5월 30일 고려아연 울산 온산제련소에서는 컨테이너 청소작업을 하던 30대와 40대 근로자 2명이 유독가스에 질식돼 숨졌다. 

▲ 지난 5월 30일 오전 울산시 울주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컨테이너 청소 작업을 하다가 쓰러진 근로자 2명에 소방당국이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이번 고려아연의 공개 사과문은 만 5년 전인 2016년 6월 28일 황산 누출 사고 때 발표된 내용과 똑같다.

당시 설비 보수공사를 하던 협력업체 근로자 2명이 사망하고, 4명이 화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고려아연 법인과 임직원 등 7명, 협력업체 법인과 임직원 등 4명이 산업안전보건법·화학법 위반혐의로 기소돼 모두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았다.

회사 관계자 등 151명이 형사 입건되는 상황에서 고려아연은 안전·환경·보건 분야 투자를 최우선으로 향후 5년간(2021년까지) 3000억 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약속까지 내걸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중대재해는 계속됐다. 지난 2019년 1월 18일에는 같은 온산제련소에서 50대 협력업체 근로자가 사다리차량 작업 중 굴뚝으로 접근하다 40m 높이에서 추락해 숨졌다.

2018년 11월 24일 새벽에도 제련소 집진기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등 2~3년마다 대형 사고가 잇따랐다. 이번 사고까지 합쳐 지난 10년간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같은 산업재해가 반복되자, 고려아연이 김부겸 국무총리의 사돈 기업이란 사실까지 재조명되면서 오너 일가에 대한 '뒷배'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려아연 최창근 회장의 외아들과 김 총리의 둘째 딸은 지난 2015년 결혼했다.

최근에는 고려아연이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자가 폐기물 매립장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허가과정에서 울산시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고용노동부가 사고 이튿날부터 강도 높은 산업안전 특별진단에 들어간 가운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1일부터 자체 전 공정 공장 가동을 중지하는 등 여론 악화에 고개를 바짝 숙이고 있다. 안전조직 전반에 대한 시스템을 재검토해 노동부 등 당국에 보고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울산시민연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글로벌 비철금속 제련업체라는 회사가 본사를 서울에 두고, 울산에선 환경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노동자 안전을 도외시하고 단물만 빼가고 있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도덕적 해이를 고칠 수 있도록 철저한 수사와 함께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대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김성진 기자 ksj123@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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