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의지 공유…동맹 발전 공감"
바이든, 공동성명에서 北,中 아킬레스건 모두 건드려
北 인권, 대화 호응 걸림돌…中 반발, 우리에 부담 예상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첫 한미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코로나19 백신 협력은 물론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인권, 대만 해협 문제까지 다양한 의제가 테이블에 올랐다.
양국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 발언과 '한미 공동성명' 내용을 보면 우리보다 미국의 요구가 더 많이 관철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 백신과 대북 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사정이 급한 문 대통령이 첫 대면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다소 밀렸다는 평가가 앞선다.
한미 정상, 판문점선언 존중 등 北에 대화 제의 노력…北 반응 주목
청와대는 무엇보다 두 정상이 '대화와 외교'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에 합의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는 입장이다
한미 공동성명에 "2018년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믿음을 확인했다"는 문구가 들어간 것은 가시적인 성과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아가 '대북 접근법의 완전한 일치'를 위해 조율해 나간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판문점 선언은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 교류 협력을 명시하고 남북이 종전을 선언하자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존중한다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때와 달리 남북관계 독자성을 어느 정도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 북미 간 합의를 토대로 협상하겠다는 점도 북미 협상의 성과를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청와대로선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멈춰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상을 재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된 셈이다.
문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 양국은 소통하며 대화·외교를 통한 대북 접근법을 모색할 것이다. 북한의 긍정적인 호응을 기대한다"며 "한미 간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도 "긴장을 완화하며 우리 모두 목표로 하는 한반도 비핵화에 다가가기로 했다"고 화답했다.
청와대 정만호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현지 브리핑에서 "예정 시간을 넘기면서 6시간 가까이 다양한 의제에 대해서 포괄적이고 심도있게 논의했다"며 "단독 회담, 소인수 회담, 확대 정상회담과 공동 기자회견까지 두 정상은 친밀감을 과시하며 상호 신뢰와 유대를 더욱 공고히 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정 수석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양 정상은 각별한 신뢰와 유대를 구축했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공유하며 포괄적·호혜적 동맹으로의 발전에 공감했다"라고 자평했다.
바이든, 회견서 성 김 대북특별대표 임명 발표…북핵 해결 의지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공동 기자회견에서 성 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을 대북특별대표로 임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도 북핵 문제 해결에 상당한 의지를 보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 대행은 과거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북외교를 사실상 주도해온 '북핵 전문가'다. 서울 출신 지한파이기도 하다.
두 정상이 이번 한미정상회담과 공동성명, 회견에서 북한과 대화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을 보이면서 대화 재개를 촉구한 것으로 평가된다.
관건은 북한이 대화 제의에 호응하느냐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만남 등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부정적 입장이 드러난 것은 청와대로선 곤혹스런 대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목표에 어떤 환상도 없고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도 북한의 비핵화 약속이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과거처럼 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한미 양국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며 비핵화 협상을 추진했던 '톱다운' 방식의 해법에 부정적 의견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북미 대화가 성사되더라도 실무차원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이 이뤄져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톱다운 방식의 협상은 지속되기 어려워 보인다.
결국 문 대통령으로선 '대화·외교'를 통한 대북 접근법 합의가 소득이었다면 그 절차·방법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이견 확인은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북 제재 이행 촉구, 北 인권 거론… 北 호응에 걸림돌 예상
북한이 대화 조건으로 제시한 미국의 제재 완화 등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것도 마찬가지다. 되레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촉구했다.
두 정상이 특히 북한 인권을 거론한 것은 뇌관이 될 수 있다. 공동성명은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데 동의하고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을 계속 촉진하기로 약속했다"는 점을 명시했다.
인권은 북한이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분야다. 북한이 대화 제의에 호응하는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북한은 지난 3월 유엔이 채택한 북 인권결의안을 두고 "허위 문서장"이라고 강력 비난한 바 있다.
한미 공동성명에는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는 인권 문제과 함께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보는 '대만해협' 문제도 포함돼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두 정상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한미 공동성명에 대만이 명시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북중 '아킬레스건'을 동시에 건드린 셈이다.
바이든, 中 견제 위해 北 인권·대만 공동성명에 관철… 韓에 부담 우려
북중에게 껄끄러운 두 사안을 공동성명에 명시한 데는 미 측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로 일관해온 문재인 정부는 국제사회 요청에도 대만과 북 인권 문제를 사실상 방치해왔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두 문제가 모두 성명에 들어갔다고 한다. 정상회담이 예상보다 길어진 데는 두 문제에 대한 양국 간 격론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와 미국 민주당의 핵심 어젠다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은 미국 정부가 인권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내정간섭"이라며 반격해왔다.
문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이 대만 문제에 대해 논의했냐. 중국이 대만에 압박을 가하는 것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이)보다 강력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요구하진 않았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 때 바이든 대통령은 농담처럼 "행운을 빕니다.(Good luck)"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다행스럽게도 없었다"며 "다만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데는 인식을 함께 했다. 양안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면서 양국이 그 부분에 대해서 협력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대중국 견제 안보협의체로 평가되는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 협의체 '쿼드'(Quad)에 대해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은 중국이 언급 자체를 꺼리는 남중국해 항행 자유도 다뤘다. 문 대통령이 이번 회담 등에서 미국에 기우는 듯한 자세를 취하면서 중국이 반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중국에 대한 우리의 의존도가 높은 만큼 대 중국 외교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42년 숙원'인 한미 미사일 지침을 완전히 해제한 것도 큰 외교적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결정도 중국을 겨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교적 파장이 우려된다.
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백신 직접 제공 약속을 받아낸 것도 평가할 만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군 55만명에 대한 백신 제공 의사를 밝혔다. "반도체 공급망 구축 협력"이 이뤄진 것도 소득이다.
그러나 미국이 백신을 제공하는 것은 한미동맹 강화 차원인데다 규모도 적고 공급 시기도 미정이다. 미국이 8000만회 백신을 해외에 푼다고 했기에 다소 실망스런 결과라는 반응도 나온다. 당초 관심을 끌었던 '한미 백신 스와프' 얘기도 없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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