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사면 기류 바뀌나…이재용 맑음, 이명박·박근혜는

허범구 기자 / 2021-05-17 14:36:14
이광재 "이재용 사면 긍정검토할 때"…잠룡 첫 표명
국민 60% 이상 찬성…재계, 석탄일·광복절 사면 기대
與, 대선 겨냥 연말 박근혜 사면 추진 시나리오 회자
친문 반감 강한 MB, 사면 가능성 적어…혼자 남을 수도
올초만 해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여권 기류는 싸늘했다.

새해 첫날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가 호된 대가를 치렀다. 지지층 반발에 지지율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며 싹을 잘랐다.

지난 1월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법정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재계를 중심으로 요청은 쇄도했으나 여권 시각은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기상도는 '맑음' 쪽으로 바뀌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16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서 "이 부회장 사면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때가 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여권 잠룡으로 꼽힌다. 대선주자가 이 부회장 사면 필요성을 공개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발언의 무게가 다른 것이다.

그는 "백신 문제와 반도체는 세계 기술 경쟁의 정점에 서 있다. (지금은)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 주장은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사면론에 신축적 자세로 선회한 것과 맞물려 주목된다. 여권 기류가 사면 긍정론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회견에서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우리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 높여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국민의 많은 의견을 들어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흘 뒤인 지난 13일엔 평택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해 격려했다.

물론 여전히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선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17일 "아직까지 (이 부회장 사면론에 대한) 공감대가 다 마련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 전화인터뷰에서다.

정 전 총리는 그러면서도 가능성을 열어놨다. "시스템 반도체 같은 것은 좀 따라잡아야 하는 입장인데, 대규모 투자 같은 게 이뤄지려면 그게(이 부회장 사면이) 필요한 거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국민도 많으신 것 같다"는 것이다.

당청에서 기류 변화가 엿보이면서 재계 일각에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 부회장이 이르면 오는 19일 석가탄신일에 단행될 가석방 대상에 들어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오는 2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원포인트 사면론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석탄일은 시간이 촉박해 8월 15일 광복절 특사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 여론도 호의적이다.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사가 지난 13일 발표한 여론조사(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 대상 실시) 결과 이 부회장 사면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4%에 달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포인트다.

이 부회장과 달리 이명박(MB), 박근혜 전 대통령에겐 사면의 길이 멀어 보인다. 

이낙연 전 대표는 전날 광주를 찾아 두 전직 대통령 사면 제의 발언에 대해 "촛불정신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잘못을 사과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우리 정치인들이 솔직한 게 좋다"며 이 전 대표 사과를 긍정 평가했다.

시사리서치가 지난 11일 공개한 여론조사(시사저날 의뢰로 전국 만19세 이상 남녀 2000명 대상 실시) 결과 박 전 대통령 사면에 찬성한 응답은 53.4%였다. MB 사면 찬성은 43.2%로 더 낮았다. 이 부회장은 76.0%였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2.2%포인트다.

그러나 사면 열쇠를 쥔 문 대통령 메시지는 다소 부드러워졌다. 사면 논의 자체를 차단했던 지난 1월과는 뉘앙스가 달라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회견에서 "전임 대통령 두 분이 수감 중이라는 사실 자체가 국가로서는 불행한 일"이라며 "고령이시고 건강도 좋지 않다고 하니 더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내년 3월 대선을 겨냥해 여권이 올 연말쯤 '박근혜 사면 카드'를 활용하는 시나리오가 회자된다. 박 전 대통령이 풀려나면 국민의힘이 계파갈등으로 자중지란에 빠질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얼마전만 해도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 탄핵 평가와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둘러싼 찬반 논란으로 내홍을 드러낸 바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사면은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한 제1야당에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대선 '특급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합류하는 걸 막는 묘책이기도 하다"며 "대선에서 3자 대결을 바라는 여권이 충분히 추진해볼 수 있는 카드"라고 강조했다.

반면 MB는 사면 기회가 희박한 편이다. 친문 진영의 '반MB 정서'는 여전히 상당하다. MB는 대법원에서 특가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징역 17년 형이 확정돼 사면 부담도 크다. 한 야권 인사는 "이런 저런 이유로 이 전 대통령이 혼자만 사면 받지 못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허범구 기자

허범구 / 정치부 기자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