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인사 논란에도 言·野 검증 수용 안하고 靑 두둔
與 소신파 문자 폭탄 문제 제기에 "당연한 자유" 일축
野 "반성 없이 대국민 선전포고" "자화자찬" 성토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가졌다. 여당의 4·7 재보선 참패 후 문 대통령이 처음으로 국정 구상을 밝히는 터라 이목이 집중됐다.
1시간 넘게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해 소상한 설명이 이어졌으나 눈에 띌 만한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반면 앞뒤가 안 맞아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 적잖았다. 재보선 이후 점쳐졌던 정책 기조 전환 가능성이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집권 4년 동안 가장 아쉬었던 점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았다. 관련 질문은 질의응답 마지막 순서에서 나왔다. 대통령 대답은 그래도 '마이웨이'였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정말 부동산 부분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그런 상황이 되었다"고 자성했다. 이어 "LH 비리까지 겹쳐지면서 지난번 보선을 통해 정말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말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고 거듭 몸을 낮췄다.
그런데 결론은 기존 정책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를 금지하는 것,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것, 주택공급 확대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 등 부동산 정책의 기조는 달라질 수 없다"고 못박았다.
대신 정책 보완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는데, 원론만 강조할 뿐 구체적 해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투기 근절"은 지난 4년 내내 외친, 공허한 레토릭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는 다주택자(임대사업자)에게 세제혜택을 몰아주고, 대출규제를 완화해주는 투기 조장 정책을 폈다.
문 대통령은 또 개각 때마다 도마에 오른 장관(급) 인사 검증 논란에 대해 청와대만 두둔하는 입장을 보였다. 야권의 비판을 무시하고 제 식구를 감싼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장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야당의 사퇴 요구에 대해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이 실패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청와대 검증이 완전할 수는 없다"며 "그렇기에 언론의 검증과 국회의 인사청문회 등의 검증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언론과 야당이 그간 도덕성 문제가 심각한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평가를 내려도 수용한 적이 거의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29번이나 된다. 노무현(3번)·이명박(17번)·박근혜(10번)정부 다 합친 것과 맞먹는다.
친문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인식도 달라지지 않았다. 재보선 후 여당에서 쇄신 요구에 반발한 강성 권리당원의 문자 폭탄이 쏟아지면서 내홍의 불씨가 됐다. 문자 폭탄 논란에 대한 새 지도부의 대응이 당 쇄신을 가늠하는 잣대로 꼽혔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 "정치인들이 좀 더 여유있게 바라봐도 된다"고 두둔했다.
"소셜미디어(SNS) 시대에 문자로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것은 정치든 비정치든 너무나도 당연한 자유"라며 "참고하고 그것도 한 국민의 의견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면 된다"는 것이다. 예전에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옹호한 것과 대동소이하다.
다만 "문자 받는 상대방의 감정을 생각하면서 예를 갖춰야한다"고는 당부했다.
남북관계에 대한 장밋빛 낙관론과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 호의도 여전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미국이 검토를 마친 대북정책에 대해 북한이 반발하고 있다'는 기자 지적에 "북한의 이런저런 반응이 있었지만, 그 북한의 반응은 대화를 거부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시 한번 마주 앉아서 협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만큼 북한이 호응하길 기대한다"고도 했다.
야당은 특별회견을 혹평했다.
국민의힘은 "실정(失政)에 대한 반성 없이 독선과 아집을 지속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논평을 통해 "국민들은 문 대통령이 남은 1년이라도 국정 기조 대전환의 의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 연설이었다"고 개탄했다.
배준영 대변인은 "국민과 같은 하늘 아래 산다는 것이 의심스러울 정도의 인식 차이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정의당도 "지난 4·7 재보선에서 성난 민심이 던졌던 '이건 누구의 나라냐'는 질문에 자화자찬이 아니라 반성문을 내놓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통렬한 반성은커녕 여전히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면, 그 처방 또한 잘못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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