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DSR에…'발표 임박' 실수요자 규제완화책 벌써 '갸우뚱'

안재성 기자 / 2021-05-07 16:16:27
LTV·DTI 규제 완화…"DSR 걸리면 대출 안 돼"
DSR 규제에 장래 소득 인정도 효과 날지 의문
금융당국이 곧 청년층·무주택자 등 실수요자 대상 대출규제 완화책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대책이 발표되기도 전에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청년층과 무주택자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해주더라도 최근 대폭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때문에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DSR는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카드론, 자동차 할부금 등 차주가 받은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뜻한다. 차주의 소득으로 갚을 수 있는 대출 한도를 측정하는 용도로 쓰인다. 

주택 가격 대비 대출 비율을 의미하는 LTV나 똑같이 소득으로 대출을 갚을 수 있는지를 측정하면서도 자동차 할부금, 마이너스통장 등의 항목이 빠진 DTI보다 더 깐깐한 규제다. 따라서 LTV와 DTI 규제를 통과해도 DSR 규제에서 걸리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
▲ 서울 시내 아파트 풍경. [UPI뉴스 자료사진]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르면 이달 중순쯤 실수요자 대상 대출규제 완화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완화 안으로 규제지역에서 무주택자가 주택을 구입할 시 주어지는 LTV·DTI 가산 포인트를 현행 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상향하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규제지역의 LTV·DTI 규제는 40~50%이므로 무주택자에게 적용되는 가산 포인트를 올릴 경우 두 규제 모두 60~70%로 완화된다.

또 LTV·DTI 가산 혜택을 얻기 위해 필요한 요건, 부부 합산 연 소득 8000만 원 이하와 주택 가격 6억 원 이하도 상향조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완화가 실제 청년층과 무주택자들이 대출을 받는데 효과가 있을 지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어차피 LTV와 DTI 규제를 통과해도 DSR 규제에 걸리면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DSR 규제가 대폭 강화된 상황에서 LTV·DTI 규제를 풀어준다면 '눈 가리고 아웅' 수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9일 DSR 규제를 크게 강화하는 내용의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부터는 규제지역에서 6억 원 초과 주택 구입 시 DSR 40% 규제가 적용된다. 

아울러 1억 원 초과 신용대출을 받는 모든 차주에게도 DSR 규제가 적용돼 고액 신용대출을 이용하기 더 어려워졌다.

강화된 DSR 규제가 실행될 경우 연 소득 6000만 원인 A 씨가 시가 6억1000만 원의 주택을 구입할 때 이용할 수 있는 대출액이 현 3억4000만 원에서 2억4000만 원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를 들어 A 씨가 무주택자라 LTV·DTI 규제 완화 혜택을 얻더라도 별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LTV와 DTI만 적용했을 때의 대출 가능액이 최대 4억 원으로 나온다 해도 DSR 규제 한도액이 2억4000만 원으로 계산되면, 딱 2억4000만 원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시가 6억 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외에는 LTV·DTI 규제 완화가 실효성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집값 폭등 때문에 이미 서울에서는 6억 원 이하 주택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라며 "규제완화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아파트 가운데 약 83.5%가 시가 6억 원이 넘는다.

금융당국은 또 다른 실수요자 지원책으로 향후 DSR 산정에 '장래 소득 인정 기준'을 넣을 방침인데, 이 역시 실효성에 의구심이 가해지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연합회 및 은행들과 협의해 DSR 규제에 장래 소득을 반영하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청년층의 대출 한도 증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언제 반영될지는 아직 미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장래 소득 인정이라는 개념은 매우 애매모호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젊은 나이라 해도 후일 계속 일하면서 소득이 늘지, 반대로 줄어들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며 "장래 소득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지는 무척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설령 실행된다 해도 DSR 규제가 강화되기 전보다 대출 한도가 늘어날지는 의심스럽다"며 "중장년층보다는 조금 나은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장래 소득 인정으로 DSR 규제가 어느 정도 완화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올해 하반기에 도입될 예정인 4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역시 원리금 상환부담 감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대출 한도 증가와는 거리가 멀다.

금융당국이 실수요자의 대출 한도 확대보다는 가계대출 총량의 억제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가계대출 관리와 실수요자 금융지원이란 두 가지 사이에서 조화롭고 균형된 절충점이 도출되길 바란다"며 보수적인 관점을 표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작년부터 가계대출 급증을 이끈 주요 차주는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실수요자들"이라며 "가계대출 억제와 실수요자 지원 확대는 애초에 양립하기 어려운 구도"라고 꼬집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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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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