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보다 민심…민주 송영길 당대표 의미·전망

허범구 기자 / 2021-05-02 16:00:35
재보선 참패로 당 쇄신 요구하는 여론 반영된 듯
내년 대선 앞두고 중도 확장 위해 친문 탈피 절박
당 혁신 추진과 당·청관계, 국회운영 변화 주목
宋, 0.59%차 신승…친문 맞서 리더십 확보 과제
더불어민주당이 2일 전당대회에서 86그룹 맏형인 송영길 의원을 새 당 대표로 선출한 것은 당심보다 민심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4·27 재보선 참패로 주류 세력인 친문 중심의 당 운영을 이젠 바꿔야한다는 여론을 등에 업고 송 의원이 막판까지 선전하면서 경쟁자들의 거센 추격을 따돌린 것으로 관측된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우원식, 송영길, 홍영표 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시스]


송 의원(5선·인천 계양구을)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범친문에 속하지만 이번 당대표 경선에선 '무(無)계파'와 당 혁신을 앞세우며 차별화 행보를 보였다.

그가 계파 탈피 목소리를 높이면서 당권주자인 홍영표, 우원식 의원이 협공하며 '반송 연대'를 구축하기도 했다. 송 의원의 '독자 노선'이 결국 변화를 바라는 표심을 파고 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세 번째 당권도전에 나선 송 의원은 지난 2018년 전당대회에서 2위를 기록하며 차기 당대표로서의 가능성을 당원들에게 각인시킨 바 있다. 높은 인지도도 승리에 한몫을 했다.

홍, 우 의원은 '친문 구애' 경쟁을 벌이면서 막판 권리당원들의 몰표를 기대했으나 '민심'의 벽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에선 재보선 참패로 광범위한 민심 이반이 확인되면서 쇄신 요구가 거셌다. 부동산과 코로나19 백신 문제 등에서 중도층과 2030세대가 대거 여당에 등을 돌려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당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5·2 전대 결과 민주당은 '친문 마이웨이'를 고수하는 대신 중도층 확장 등을 위한 새 노선을 택했다. 당장 혼선, 반발, 갈등이 우려되지만 '송영길호'를 앞세워 쇄신의 길을 추진하면서 국민 신뢰를 되찾아 재보선 충격을 수습하겠다는 것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산토끼를 잡아야한다는 절박함이 강성 지지층의 당심을 누른 셈이다. 정권 재창출을 위한 전략적 투표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은 친문 일색의 지도부 구성을 피해 '도로 친문당' 논란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이 '송영길 카드'를 택하면서 내년 대선을 관리하겠다는 친문 주류의 의도는 차질을 빚게 됐다. 친문은 정권 재창출의 기틀을 닦는 과정을 주도하면서 주류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셈법이었다.

현재 여권 내에선 비주류 이재명 경기지사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친문을 대표하는 경쟁력 있는 대선주자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이 지사와 맞설 '친문 적자'를 발굴하고 키우기 위해선 친문 지도부가 대선 정국을 관리하는 건 '필요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친문 핵심 홍 의원이 당대표가 됐으면 대선후보 경선 일정을 늦추는 등 무리수 추진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송영길 대표체제에선 이런 시나리오는 희박해 보인다.

새 지도부에선 당과 국회 운영, 당청관계에 어느 정도 변화가 이뤄질 지가 주요 관심사다. 

우선 당 운영과 관련해 재보선후 쇄신 요구를 어떻게, 얼마나 수용할 것인지가 새 지도부의 당면과제다. 무엇보다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 논란에 대한 대응이 관전 포인트다.

송영길 신임 대표는 문자 폭탄에 대해 "상대방이 다르다고 정적을 제거하듯 그렇게 집단행위를 하는 것은 당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경고했다. 문자 폭탄 감싸기로 일관한 홍, 우 의원과 달리 문제점을 분명히 지적한 것이다.

문자 폭탄에 대한 문제제기를 거듭해온 소신파 조응천 의원은 전대 하루 전인 지난 1일에도 차기 지도부의 분명한 입장 표명을 공개 요구했다. 조 의원은 10~20명 규모의 쇄신 모임을 결성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새 지도부가 문자 폭탄 논란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쇄신의 폭과 수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전대 결과를 볼때 친문 주도 세력의 결집력이 여전해 송영길 대표체제가 당내 주도권을 틀어쥐고 당 혁신을 추진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송 대표와 홍 의원은 각각 35.6%와 35.01%를 얻어 격차가 매우 근소했다. 최근 당대표 경선에서 보기 드문 박빙이다.

송 의원은 초반에 우세했으나 홍 의원이 막판에 거세게 추격하면서 자칫 승부가 뒤집힐 수도 있었다. 그런 만큼 문자 폭탄 논란 대응과 쇄신 추진 과정에서 친문 세력의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보여 리더십 확보가 송영길 대표체제의 주요 과제가 될 수 있다. 

당청관계는 기존대로 '원팀 기조'에 따른 수직적 협조냐, 임기말 '차별화'에 따른 대립이냐 여부가 불투명하다. 새 지도부 출범으로 당청관계 재정립 요구가 높아지면 청와대로선 레임덕으로 인한 국정 운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후 최저치인 29%로 떨어졌다.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33%였다. 대통령 지지율이 여당 지지율보다 낮은 '당청 지지율 역전(데드 크로스)' 현상이 최근 3주 연속 이어지면서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레임덕 징후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송영길 대표체제에서도 원내 170석이 넘는 절대 과반의 힘을 바탕으로 각종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는 '입법 독주'가 줄어들 지 여부가 주목된다. 송 대표와 강경 친문인 윤호중 원내대표가 의견이 맞서 불협화음이 생길 여지가 없지 않다. 반면 투톱이 입법독주를 재연하면 야당과 소통, 협치하는 모습은 기대하기 어렵다.

당장 국회 법사위원장직 선출을 놓고 새 지도부가 '박광온 카드'를 고수하면서 국회 파행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민의힘은 김기현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야당 몫인 법사위원장 탈환을 위해 전면전도 불사한다는 강경한 분위기다.

김기현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법사위원장직을 국민의힘에 넘기는 '국회 정상화'를 거듭 촉구했다. 그는 "상식을 회복하는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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