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자녀들에게 부동산 '쪼개기' 증여…절세 효과 노린 듯 지난 4·7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은 참패했다. 2030세대도 여당에 등을 돌렸다. 부동산 문제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됐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까지 겹치면서 민심이 폭발했다는 것이다.
재벌들이 사는 세상은 다르다. 부동산 가격 폭등이 무색하게 삼성, SK, 신세계 등 재벌가는 대한민국 대표적 부촌인 서울 한남동과 이태원동 일대 '남산캐슬'에서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재벌가 후손은 부모로부터 남산캐슬 대저택을 물려받는다. 부의 대물림도 이른 시기에 이뤄진다.
UPI뉴스가 남산캐슬 내 부동산 등기부등본 750여 건을 확인한 결과, 건물이나 토지 소유주 가운데 80년대생은 물론 90년대생도 여럿이다. 사망으로 인한 상속이 아닌 다주택자인 부모로부터의 증여를 통해서다.
2030 자녀에게 건물이나 토지를 물려주는 것은 자녀의 독립을 돕기 위한 방법일 수 있다. '합법적인' 부의 대물림 과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단 부동산 관련 각종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세테크일 가능성이 크다. 지분을 쪼개 자녀 여러 명에게 증여한 것이 그 방증이다. 단독주택 증여는 다주택자에게 부과되는 보유세 부담을 줄여준다. 지분 쪼개기 증여는 증여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절감 효과가 있다.
김호연 빙그레 회장, 세 자녀에 두 필지 '쪼개기' 증여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세 자녀는 대학생과 고등학생 시절부터 남산캐슬 토지를 소유했다. 김 회장은 자택인 이태원동 13X-XX번지(위 [그림]①) 토지 654㎡(197평)를 자녀인 동환 씨, 정화 씨, 동만 씨에게 지분 3분의 1씩 2003년 증여했다. 이곳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집무실로 이용한 승지원 바로 뒤편이다. 동환 씨는 1983년생, 정화 씨는 1984년생, 동만 씨는 1987년생으로 토지 증여 당시 한국 나이로 21세, 20세, 17세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김 회장 자택의 토지 개별공시지가는 2003년 10억9872만 원에서 올해 69억5856만 원으로 올랐다. 김 회장의 세 자녀가 학생 때 물려받은 토지 가치가 18년 만에 약 58억 원 불어난 셈이다. 김 회장이 자택 건물은 부인 김미 씨에게 2005년 증여했다.
김 회장은 이른 시기에 토지를 세 자녀에게 물려주면서 세금 부담을 크게 줄였다. 13X-XX번지 토지를 김 회장의 자녀 한 명이 증여받았다면 40% 세율이 적용됐겠지만, 세 자녀가 지분을 각 3분의 1(약 3억6624만 원) 증여받으면서 20% 세율이 적용됐다. 증여세는 누진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증여 재산이 1억 원 초과 5억 원 이하일 때는 세율이 20%, 10억 원 초과 30억 원 이하일 때는 40%다.
땅값이 오르기 전에 미리 증여한 것도 절세 효과를 극대화했다. 만약 올해 증여가 이뤄졌다면 세 자녀에게 지분을 나눠 증여했다고 해도 자녀별로 증여 재산액이 23억1952만 원이다. 40% 세율이 적용됐을 것이다.
김 회장은 자택인 13X-XX번지 주택과 같은 담장 안에 있는 다른 건물(이태원동 13X-OO번지, [그림]②)도 2009년 세 자녀에게 증여했다. 이 건물이 있는 토지는 증여하지 않고 여전히 김 회장 소유다. 자녀들에게 증여한 건물은 연면적 309.43㎡(93평) 규모이며 지상 1층은 주택, 지하 1층은 대피소와 주차장으로 등재돼 있다. 이태원동 13X-OO번지 개별주택가격은 2009년 15억5000만 원에서 2020년 63억400만 원으로 11년 만에 47억 원 올랐다. 개별주택가격은 건물과 부속 토지를 합산한 가격이다.
이로써 김호연 회장의 세 자녀가 갖고 있는 이태원동 13X-XX번지 토지(2021년 69억5856만 원)와 13X-OO번지 주택(2020년 63억4000만 원) 가격을 합하면 132억9856억 원에 달한다. 세 자녀 한 명당 44억 원의 부동산 소유자인 셈이다.
태광그룹 3세 네 명이 160억 대 부동산 소유
1990년대생이 남산캐슬 부동산을 소유한 사례도 있다. 그 주인공은 태광그룹 3세다. 고 이임용 태광그룹 창업주의 둘째 딸은 이재훈 씨다. 이 씨의 남편으로 이임용 회장의 둘째 사위인 양원용 씨는 이태원동 13X-XX번지([그림]③) 토지를 1988년 매입했다. 양 씨는 이곳에 지상 2층, 지하 1층에 연면적 444.14㎡(134평) 단독주택을 1992년 지었다. 네 자녀(서윤 씨, 서정 씨, 서인 씨, 혁준 씨)에게 이 단독주택 및 토지 지분을 4분의 1씩 2012년 증여했다. 양 씨의 네 자녀는 이임용 창업주의 외손주다. 이들은 1981년, 1982년, 1991년, 1993년생으로 증여 당시 한국 나이로 32세, 31세, 22세, 20세였다. 개별주택가격은 2012년 26억8000만 원에서 2020년 87억1200만 원으로 8년 만에 60억 원 상승했다.
이곳 바로 옆에 위치한 13X-OO번지([그림]④) 건물 및 부지도 양원용 씨의 네 자녀 소유다. 양 씨는 면적 634㎡(191평)인 13X-OO번지 토지를 1988년 매입한 뒤 지상 2층, 지하 1층에 연면적 290㎡(87평) 규모 건물을 1992년 지었다. 이곳 건물과 토지 역시 네 자녀에게 2012년 균등하게 증여했다. 지상 2층, 지하 1층에 연면적 290㎡(87평) 규모이며 주택이 아닌 근린생활시설(상가)이다. 2013년 5월부터 독일 해운사 BBC챠터링 한국지사가 사무실로 쓰고 있다. 이전엔 양 씨의 둘째 딸 서정 씨가 운영하는 합숙다이어트시설이 있었다. 이곳 토지 개별공시지가는 2012년 30억6856만 원에서 올해 73억5440만 원으로 9년 만에 43억 원 상승했다.
이로써 이임용 회장 외손주 네 명이 보유한 이태원동 13X-XX번지 주택(2020년 87억1200만 원)과 13X-OO번지 토지(2021년 73억5440만 원) 가격을 합하면 160억6640만 원. 태광그룹 3세 한 명당 40억 원 이상의 부동산을 갖고 있는 셈이다.
양원용 씨의 인척도 남산캐슬에 집을 갖고 있다. 이곳 건물과 토지 지분 일부 또한 1980년대생과 1990년대생이 갖고 있다. 한남동 73X-XX번지([그림]⑤) 건물과 토지는 양 씨의 매부 김중건 부국증권 회장의 두 아들 김상윤 유리자산운용 부사장(1978년생)과 도윤 씨(1977년생), 김중건 회장의 조카 영윤 씨(1983년생)와 정수 씨(1990년생)가 지분을 4분의 1씩 갖고 있다. 등기부등본에 영윤 씨와 정수 씨는 미국 국적으로 등재돼 있다. 영윤 씨는 배우 이세은 씨와 2015년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리며 주목받기도 했다. 73X-XX번지 개별주택가격은 증여가 이뤄진 2017년 57억1000만 원에서 2020년 102억4000만 원으로 3년 만에 45억3000만 원 올랐다.
김중건 회장의 자녀와 조카들이 이곳 부동산을 소유하게 된 과정엔 물음표가 찍힌다. 당초 이곳 건물과 토지는 김중건 회장의 형인 고 김중원 전 한일그룹 회장 소유였다. 하지만 1998년부터 수차례 가압류와 압류 끝에 2002년 강제경매로 넘어갔다. 한일그룹이 외환위기를 겪으며 해체되는 과정에서 이곳 부동산도 풍파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003년 경매 낙찰자로 선정된 이정회 씨는 14년 뒤인 2017년 김중건 회장의 자녀와 조카들에게 이곳 건물과 부지를 증여했다.
이정회 씨가 김중건 회장과 친인척 관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UPI뉴스 취재 결과, 이정회 씨는 김중건 회장의 사촌인 김중헌 씨가 최대주주이자 회장으로 있는 회사, 이라이콤 대표이사를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지냈다. 이정회 씨가 김중헌 회장과 친인척 관계일 가능성은 작다. 이라이콤의 200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정회 씨는 지분 5% 이상 보유 주주 명단에 이름이 올라있다. 하지만 최대주주(김중헌 회장)의 특수관계인 명단엔 없다. 증권거래법상 특수관계인은 육촌 이내의 부계혈족 등이다. 이를 종합하면 김중건 회장의 자녀와 조카들은 큰아버지가 소유했던 부동산을 경매에서 낙찰 받은 김중건 회장 사촌 회사의 과거 대표이사에게서 증여받은 것이다. 한남동 73X-XX 부동산이 경매를 거치긴 했지만 결국 김중건 회장 집안으로 귀속된 셈이다.
돈방석 앉은 큐릭스 창업자도 부동산 증여
태광그룹에 2009년 인수된 케이블TV업체 큐릭스 창업자 원재연 씨도 남산캐슬 부동산을 20대 자녀에게 물려줬다. 원재연 씨는 이태원동 13X-XX번지([그림]⑥) 건물 및 토지를 57억7000만 원에 2014년 매입했다. 이곳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2층에 연면적 319.88㎡(96평) 규모 단독주택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소유의 단독주택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원재연 씨는 본인 명의로 이곳 건물 및 토지 지분 60%, 아내 이미영 씨 명의로 나머지 지분 40%를 매입했다. 이후 본인 지분 전체를 1991년생인 아들 동현 씨에게 2017년 물려줬다. 개별주택가격은 2017년 30억 원에서 2020년 52억5600만 원으로 3년 만에 22억 원 넘게 올랐다.
원재연 씨는 큐릭스를 매각해 3500억 원대 현금을 거머쥔 뒤 이태원동 부동산을 여럿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씨는 이태원동 13X-XX번지 바로 옆에 위치한 13X-OO번지 토지도 2009년~2010년 매입해 2012년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의 단독주택을 지었다. 이곳은 여전히 원 씨 소유다. 원 씨는 이태원 119안전센터 바로 옆에 이태원주유소가 있던 건물과 부지도 2013년 190억 원에 매입했다. 그는 주유소 건물을 2014년 헐고 지상 7층, 지하 2층 빌딩을 2015년 새로 지었다. 이곳에선 라인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와 SPC그룹의 레스토랑 라그릴리아가 2020년까지 운영됐다. 현재는 공실 상태다.
동서식품 장남, 2층 상가 증여 받아
인스턴트 커피 '맥심', '카누' 등으로 유명한 동서식품 김석수 회장의 장남 동욱 씨는 한남캐슬에 작은 건물 한 채를 갖고 있다. 동욱 씨의 어머니 문혜영 씨는 2014년 한남동 74X-XX번지([그림]⑦) 건물 및 부지를 19억 원에 매입한 뒤 1989년생인 아들 동욱 씨에게 2017년 증여했다. 건물은 지상 2층에 연면적 83.87㎡(25.3평) 규모이며 근린생활시설(상가)이다.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이곳에선 유민주 파티시에의 디저트 카페가 운영됐다. 2020년 10월부턴 한 패션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영업중이다.
KPI뉴스 / 탐사보도팀=김지영·조성아·남경식 기자 tams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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