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불확실성 현저히 낮추고 있다" 자신
재보선 참패에도 정부, 부동산 정책 큰 틀 고수
여당 의원과 단체장, 정책 변화 요구 목소리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열린 국무회의. 문재인 대통령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코로나 방역이든 부동산 문제든 서울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협조'를 당부했다. "서울에서부터 문제를 해결해야 전국적 해결이 가능한 만큼 충분한 소통으로 각 부처와 서울시가 같은 입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것이었다.
오 시장은 회의에서 긴급진단키트 도입, 공시지가 조정 등을 주장했고 반대하는 현 정부 장관들과 설전을 벌였다. 문 대통령의 당부는 '정책 혼선'을 일으키지 말고 정부 방침을 따르라는 뉘앙스로 들렸다. 방역 당국은 당일 브리핑에서 "자가 검사 키트 활용을 전제로 유흥업소나 다중이용시설 방역 조치 완화는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며 오 시장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코로나 방역·백신과 부동산은 민생과 가장 직결된 중대 현안이다. 그러나 양대 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져 국민 불안을 키우고 있다. 특히 두 사안에 대한 문 대통령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비쳐 논란이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불신감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역·백신 비상인데 문 대통령 "불확실성 현저히 낮춰" 자평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4일 731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전보다 200명 가까이 늘면서 지난 8일(700명) 이후 엿새 만에 다시 700명대로 올라섰다. 확진자 수만 놓고 보면 97일 만에 최다 기록이다.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은 13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얀센 백신 접종 일시 중단을 권고했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이어 얀센 백신에도 혈전 문제가 생긴 탓이다. 우리나라는 얀센 백신 총 600만명분을 들여와 올 3분기부터 본격 투입할 계획이었다. 정부의 3분기 접종 스케줄이 AZ 백신에 이어 또 수정될 공산이 커졌다.
미국 내 얀센 백신 접종이 중단되면 안정성이 검증된 화이자에 대한 자국 내 수요는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는 국제적으로 화이자 백신 물량 부족으로 이어져 우리나라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하반기 국내 도입 예정인 화이자 백신 물량은 950만명분이다.
4차 유행 기로에 놓인 방역 대책과 수급 불안이 급증한 백신 정책이 모두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12일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도 자화자찬성 백신 낙관론을 개진했다. "대다수 나라들이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다방면의 노력과 대비책으로 백신 수급 불확실성을 현저하게 낮추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디서 어떤 보고를 받고 이렇게 말한 것인지 궁금하다. 확실한 근거가 뭔지도 의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하루 4만명 정도밖에 백신을 접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백신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접종률(2.3%)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세계 100위 권 밖이다.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한다는 정부 공언은 물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K방역' 자랑이 무색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달부터 노바백스 백신의 국내 생산이 시작된다"며 "3분기까지 2000만 회분이 공급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미 FDA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노바백스를 승인한 곳은 전무하다.
문 대통령 "부동산 자신" 큰소리쳤는데 여당도 "이젠 바꾸자"
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좀 장담하고 싶다"고 밝혔다. 2019년 이후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확실히 대응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친 것이다. 이듬해 8월에는 "부동산 종합대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며 집값 안정화를 자신했다.
지난 9일 문 대통령의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말을 믿었다가 '내집 마련'을 미룬 20대가 치솟는 집값에 고통스럽다는 호소문을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20대 청년의 호소문] 문재인 대통령님 전 하루에도 몇 번씩 자살을 고민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다.
여당이 4·7 재보선에서 참패한데는 '부동산 실정'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게 중평이다. 수요 억제 등 규제 위주와 공시지가 인상 등에 따른 보유세 증가 등이 민심 이반을 불러 '정권 교체' 표심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LH 사태는 성난 민심에 불을 지른 기폭제 역할을 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8일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결정적 패인에 대해 "그들이 '세금의 정치'를 몰랐다"고 지적했다. "세금이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줄 모르고, 무턱대고 부동산 투기 잡는다고 세금 올리고, 공시지가 올리고. 조세 저항에 대한 감이 전혀 없더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재보선 참패에도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속터지는 민주당 일부 의원은 정부를 향해 정책 전환을 공개 촉구했다.
차기 당 대표 선거를 준비 중인 5선의 송영길 의원은 "정부가 대책을 24번 발표했지만 집값이 올라 20·30대 (세입자가) 쫓겨나고 집 가진 사람은 팔지도 못하고 공시가가 올라 세금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주택자 대출을 90%로 풀자"고 제안했다.
당 소속 정순균 서울 강남구청장은 오세훈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완화 방침에 대해 "일단 옳은 방향이라고 평가하고 싶다"고 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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