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의심스런 렘데시비르 옹호한 배경엔 제약사 결탁"
프랑스에서 코로나19는 두 개의 치료약, 하이드록시클로로퀸(HCQ)과 렘데시비르 사이에 벌어진 전쟁으로 막이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2월27일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주제는 급속히 백신으로 옮겨가며 치료약 논쟁은 막을 내린 듯했다.
그러나 지난 2월10일 프랑스인들은 뜻밖의 '총성'을 듣는다. 마크롱 정부의 방역정책에 맞섰던 크리스치앙 페론 교수가 프랑스와 독일의 다른 두 교수와 함께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항의 서한을 게재한 것이다. 페론 교수는 보건부 감염병위원장을 지낸 감염학자다.
그 서한에는 △영국에서 2020년 봄 진행된 코로나19 치료제 회복성(리커버리)연구에서 사용된 HCQ의 용량은 일반적인 용량을 심각하게(4배, 첫날) 초과했다 △HCQ의 특성상 과도한 용량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회복성 연구는 HCQ의 효과에 대해 어떤 의미있는 결론도 이끌어 낼 수 없었다, 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서한은 회복성 연구가 HCQ의 과도한 투약으로 왜곡된 결과를 초래한 연구였음에도 이를 수용한 NEJM 측과 연구자들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지난해 11월에 보낸 이들의 편지는 3개월 만에 연구 공동저자들의 답변과 함께 게재됐다.
2020년 초 코로나19가 유럽에 상륙한 직후, 프랑스 감염학자 디디에 하울(Didier Raoult)은 HCQ를 가능한 치료제로 제시했고, 항생제 아지트로마이신과 함께 초기환자에게 사용하면서 높고 빠른 완치율을 보이며 많은 생명을 구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당시 그가 사용했던 HCQ의 용량은 하루 600mg으로 이는 프랑스 식약처가 코로나19 치료제로서 부여한 HCQ 정량의 최대치이기도 했다. 그의 처방은 뉴욕의 젤렌코 박사에 의해 아연이 추가되어 더 높은 효능을 보이면서,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져 95% 이상의 치료율을 보였다고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구촌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이 약에 예기치 못한 시련이 닥친다. 지난해 3월 초 디디에 하울을 포함한 12명의 과학자들은 정부의 코로나19 과학위원회에 소집됐다. 하지만 디디에 하울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제약사 길리어드사가 만든 렘데시비르를 코로나 치료제 후보로 쓰겠다고 이미 합의한 듯한 입장을 보였다. 당시 렘데시비르의 효능에 대해선 그 어떤 실험도, 임상자료도 없던 상황이었다.
HCQ는 2020년 1월까지만해도 프랑스에선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던 오래되고 익숙한 약이었지만, 2월 중순부터 갑자기 처방이 필요한 약이 되었고, 보건부 장관은 대형병원 코로나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사용을 허용할 뿐, 일반의사의 처방을 금했다.
디디에 하울은 무슨 이유에선지 정부가 달가워하지 않는 처방을 찾아냈다는 이유로 중상모략에 시달렸고, 살해 협박도 당했다. (협박범은 낭트대학병원의 라피 박사로, 그는 프랑스에서 렘데시비르 제조사인 길라아드사로부터 가장 많은 돈을 받은 의사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3월말 영국에서 시작된 회복성 연구는 1만여 명의 코로나19 환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코로나 치료법의 효능을 평가하기 위해 시작됐다. 각각의 참가자는 HCQ를 포함한 여러 '후보 치료제' 중에서 무작위로 치료제를 할당받는다.
그러나 HCQ에 대한 연구는 6월 5일, "HCQ를 처방받은 그룹과 받지 않은 그룹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HCQ는 치료제로 유효하지도, 유해하지도 않았다"는 결론과 함께 중단되었다.
당시 영국에서 HCQ는 코로나19 치료제로 허가받은 바 없기 때문에, 사용량 기준치도 나와있지 않았다. 다른 질병에 대한 HCQ 용량은 성인 남성 기준으로 하루 500mg이었으나 영국식약처는 실험용일 경우, 용량은 규정되어 있지 않다고 답했다.
피터 호비를 비롯, 실험을 지휘한 3명의 교수는 "최대치의 효과를 위해 HCQ의 다른 용도인 말라리아와 류머티스 질환 독성 역학에서 결정된 안전 임계값의 최대치를 사용했다"고 답했다. 그들은 실험 첫날 통상적인 사용량(600mg)의 4배에 달하는 2400mg을, 다음날부턴 800mg을 투약했다.
실험에 참가한 환자의 23%에 이르는 421명이 사망했는데, 프랑스 언론 '프랑수와'는 당시 발표된 자료 분석을 토대로 "이들 중 21.4%는 투약된 약물과다로 죽었으며, 특히 약물이 투약된 첫날 사망한 15명을 포함하여, 사흘 안에 사망한 32명의 사인은 오버도스(약물과다복용)임이 명백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해 5월22일, 영국의 과학저널 <란셋>지에 HCQ의 효능없음을 입증하는 논문이 실렸다가, 가짜임이 탄로나 열흘 만에 철회되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소위 '란셋 게이트', 앞서 5월1일 또 다른 과학잡지 NEJM에 실렸던 HCQ 저격 논문 또한 가짜 자료로 구성된 것임이 밝혀져 철회된 사건(두 논문 모두 하버드 메디컬스쿨의 만딥 메라Mandeep Mehra 박사가 저자)들이 잇달아 일어나며 무던히도 HCQ를 공격했지만, 번번이 거짓 논문임이 드러나며 무대밖으로 HCQ를 퇴장시키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적잖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회복성 연구는 HCQ를 특히 북미와 유럽, 혹은 그 영향권 하에 있는 나라들에서 더 이상 거론하기 힘든, 금기에 가까운 약으로 만들어버렸다.
이 치명적 회복성 연구에서 사용된 논란의 HCQ 용량에 관해선 NEJM에 실린 편지와 답변을 통해 약간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문제제기를 한 프랑스와 독일의 세 과학자는 공동서명한 편지 아래, "이 사안과 관련하여 밝혀야 할 어떤 종류의 이해충돌도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지만, 세명의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은 이같은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표 연구자 피터 호비 교수는 옥스퍼드 대학의 ISARIC(국제호흡기감염컨소시엄)을 이끄는 대표이며, 이 연구센터는 2019년 빌 앤 멀린다 게이츠재단으로부터 459만 파운드(약 70억원)의 지원금을 받은 바 있다. 이 재단은 빌 게이츠가 부인 멀린다 게이츠의 권유로 2000년 설립한 자선기부 및 연구지원 재단이다.
2020년 2월초부터 진행되어 4월29일 란셋지에 게재된 렘데시비르의 코로나19 치료제로서의 실험은 ISARIC의 지원을 통하여 중국 연구자들에 의해 진행되었으며, 피터 호비는 이 실험의 공동 연구자이기도 했다. 빌 게이츠는 렘데시비르를 가장 앞선 코로나19 치료제 중 하나로 꼽은 바 있으며 제조사인 길리어드와는 오래 전부터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는 "렘데시비르의 명확한 효능을 확인하지 못한 것은 실망이지만, 초기 치료 환자들에게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안해 주었다. 이 실험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진 않지만 렘데시비르가 치료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이점을 발견하게 했다" 며 긍정적인 의미를 실험에 부여했다.
코로나19 치료에 유의미한 결과를 입증못한 렘데시비르에 대해선 우호적 결론을, 코로나19치료제로서 이미 곳곳에서 임상적 성과를 확인한 HCQ에 대해선 과도한 용량을 사용하며 무용하다는 결론을 내린 두 연구는 공교롭게도 모두 빌게이츠 재단의 지원을 받은 같은 연구자의 손에서 빚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0년 11월, WHO는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의 사망률을 낮추지 못할 뿐 아니라, 치료기간도 단축시키지 못하며, 심각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며, 뒤늦게 렘데시비르의 사용 금지를 권고했고,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 치료약 전선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들이 한 일들에 대해 끝까지 묻고자 한다. 실추된 HCQ의 명예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후 등장한, 효과를 발휘하는 또다른 약들, 이버멕틴, 비타민D, 아연, 아르테메지아 등) 왜 옥스퍼드대와 하버드대의 연구자들이 과학의 이름을 팔아 그런 일을 해야 했는지 세상이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지구적 환란의 출구는 덮여진 진실을 드러내는 데서 찾아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목수정 (재불 작가·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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