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은 이날부터 운영 중인 신용대출 상품의 한도를 1억 원으로 축소하면서 고소득자들에 대한 고액 신용대출이 사실상 전면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30일부터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관리방안'이 본격 시행된다. DSR이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전세보증금담보대출, 유가증권담보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지금까지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9억 원 이상 초과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개별적으로 은행권 40%, 비은행권 60%의 DSR 규제를 적용받았다.
금융당국은 30일을 시행일로 예고했지만, 사실상 이미 은행권은 1주일 앞서 지난주 초부터 본격적으로 신용대출 '조이기'에 들어간 상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3일부터 신용대출이 1억 원(KB국민은행과 타행 신용대출 합산)을 넘는 차주에 'DSR 40% 이내'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국민은행은 소득과 관계없이 신용대출이 1억 원을 넘어서면 무조건 DSR 규제 대상으로 간주하는데, 이는 '연봉 8000만원 초과자' 대상의 금융당국 지침보다 규제 강도가 더 센 것이다.
신한은행도 이미 27일 자정(28일)부터 연소득 8000만 원 초과 차주의 1억 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한 DSR 규제에 돌입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30일부터 당국 지침 외에도 주력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인 '올원직장인대출'의 한도를 기존 1억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줄이고, '올원직장인대출'과 '올원마이너스대출'의 우량등급 우대금리(기존 0.3%포인트)를 아예 없애기로 했다.
'영끌 막차 타자' 마이너스통장 역대 최대
마이너스 통장 한도까지 더해 1억 원이 넘는 신용대출에 대한 규제가 시행되자 '일단 뚫어놓자'는 가(假)수요가 몰리면서 최근 마이너스 통장수가 역대 최대 규모로 늘었다.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하루 신규 개설 마이너스 통장수는 지난 23일 6681개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3일 마이너스 통장을 포함한 신용대출 규제가 발표되기 직전인 12일 1931개의 3.5배에 이르는 규모다.
23일 전후로도 △20일 6324개 △24일 6324개 △25일 5869개 △26일 5629개 등 꾸준히 5000대 후반을 웃돌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존재하는 은행 내부 통계로서는 최근 하루 설정되는 마이너스 통장수는 역대 최대 수준"이라며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 상황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으로 차주단위 DSR이 적용되는 차주는 △제도 시행 이후 신규로 1억 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을 받거나 △신용대출을 추가로 받아 1억 원을 초과하게 된 경우다. 이 조건에 해당하는 차주가 이후 다른 대출을 받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단 DSR 적용이 제외되는 서민금융상품·전세자금대출·주택연금 등을 받을 땐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제도 시행 전 1억 원 넘게 신용대출을 보유하고 있던 차주가 기존 신용대출의 기한을 단순히 연장할 때 이번 규제는 적용되지 않는다. 제도 시행 전 1억 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보유하고 있었던 차주가 신규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 신용대출을 여러 번에 나눠 대출받아 1억 원을 넘는 경우에는 차주단위 DSR 적용을 받는다. 총 신용대출 규모를 가지고 판단하며, 신용대출 건수하고는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규제 시행 이전에 주담대나 다른 신용대출을 받은 적이 없다면 신용대출 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금융위는 "이번 방안은 서민·실수요자는 최대한 보호한다는 대원칙 아래 잠재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며 "연 소득 8000만 원을 초과하는 차주도 유주택자로서 주택담보대출을 별도로 받지 않았다면 차주단위 DSR이 적용되더라도 신용대출 가능금액에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내년 1분기 'DTI→DSR' 대체까지 발표할 듯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총 1억 원이 넘는 고액 신용대출의 사후 용도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부터 총 1억 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받고, 1년 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에 있는 주택을 구입하면 신용대출은 회수된다.
또한 1억 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은 개인이 1년 안에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사면 신용대출은 회수된다. 예를 들어 이미 은행권에서 9000만 원의 신용대출을 받은 개인이 30일 이후 신용대출을 3000만 원 추가로 받고, 내년 초 서울 지역에 집을 살 경우 3000만 원을 토해내야 한다.
만약 부부가 각자 9000만 원씩 신용대출을 받고 1년 내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할 경우엔 대출금은 회수되지 않는다. 이번 대출 규제는 부부 합산이 아닌, 개인 차주별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상환능력 위주 대출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DSR 강화를 중심으로 하는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을 내년 1분기 중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는 현행 금융기관별 DSR의 관리지표를 차주별 DSR로 단계적 전환하고, 현행 주담대 취급 시 적용 중인 총부채상환비율(DTI)를 DSR로 대체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KPI뉴스 / 박일경 기자 ek.par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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