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 수요 많아…매물나와도 시장이 흡수하면 그만" 올해 대폭 오른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나왔지만, 아직 강남 '고가 다주택' 보유자들은 당장 매물을 내놓기보다 시장의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간혹 급매물이 나오지만, 이미 고점을 찍은 호가가 내려갈 정도의 물량은 아니라는 게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매매보단 증여가 늘어나면서 내년 집값도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6일 강남 일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현재까지 종부세 강화로 인한 다주택자 매물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호가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 내년에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전해 매물을 내놓더라도 시세보다 낮게 팔지 않겠다는 게 집주인들의 생각이다. 안 팔리면 그냥 보유하면서 세부담을 감내하거나 증여를 고민한다는 얘기다.
"종부세 강화에도 아직 가격 낮춘 급매물 안나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서초구 서초동 우성아파트(전용 59㎡)는 이달 4일 14억4000만 원에 거래됐다. 같은 평형이 지난달 14억 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통상 14억 원대에 매매가격이 형성돼 있다. 서초동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용 59㎡는 지금 나온 매물이 없다"며 "시세가 14억5000만 원에서 15억 원 수준이다. 당분간 그 이하 매물이 나올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강남구 반포동 반포자이(전용 84㎡)의 경우 지난달 28억5000만 원, 29억8000만 원에 각각 거래됐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2월 잔금 조건으로 27억 원대에 급매물이 나온 게 있다"며 "그 외에는 28억 후반에서 29억 원대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지금 매물은 거의 30억 원으로 넘어가는 추세"라며 "전셋값이 오르고 있기 때문에 매매는 당연히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송파구도 마찬가지다. 잠실동 리센츠(전용 84㎡)는 이달 22억9000만 원, 22억 원에 두 건 거래됐다. 현재 시세는 21억 원~22억 원대다. 잠실동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연내 잔금 조건으로 21억5000만 원에 나온 급매물이 있다. 거래 과정에서 조정될 여지는 있지만 21억 원 이하로는 쉽지 않을 듯하다"며 "종부세 영향으로 가격이 하락하는 부분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올해 증여 건수 최다…강남3구가 30% 차지
이들 강남3구는 1주택자 기준 종부세 대상이 몰려있는 지역이다. 올해 서울시 공동주택 총 253만 가구 중 9억 원 이상 주택이 28만1033가구다. 이중 강남구 8만8105가구, 서초구 6만2988가구, 송파구에서 5만4855가구가 종부세를 내야 한다. 내년에는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 공정시장가액 비율 상향 등으로 세부담이 큰 폭 늘어난다. 다주택자의 최고 양도세율도 현행 62%에서 내년 6월부터는 72%로 더 높아진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주택매도에 따른 양도세라는 당장의 큰 손실과 장기적이지만 양도세에 비하면 적은 보유세 중에서 하나를 택한다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후자를 고를 가능성이 높다"며 "추후 집값 상승이 예상된다면 더욱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고가 주택 보유자나 다주택자 입장에선 집값이 오르는 건 가시적이고 큰 폭인데, 거기에 비해 떨어지는 건 소폭일 것"이라며 "보유세 부과 기준일이 매년 6월 1일이기 때문에 그 전에 매물이 어느 정도 나오긴 하겠지만, 차라리 증여에 나설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증여는 늘어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전국의 주택 증여건수는 11만9249건으로 200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많았다. 올해가 아직 한 달가량 남은 상황이지만, 연간 최다인 2018년(11만1864건) 기록을 넘어섰다. 이 중 아파트는 7만2349건으로, 역시 2018년 연간 기록(6만5438건)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서울 아파트 증여는 1만 9108건으로 첫 연간 2만 건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 증여 건수(5726건)는 서울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주택 거래가 침체되던 10월에도 강남3구 증여율은 매매 대비 88.5%였다.
"양도세 부담…매물 일부 나와도 시장이 받으면 그만"
결국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유통되면서 시장 안정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내년 6월1일 이전에 일부 다주택자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양도세 중과까지 시행되면서 사실상 퇴로가 없는 상황"이라며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매물이 시장에 나오는 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한데, 보유세와 거래세를 모두 올리면 증여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양도세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자녀 등에게 증여를 하거나,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늘어난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올해 6~7월에 다주택자가 보유한 매물들이 시장에 나왔는데 이를 30~40대가 모두 흡수했었다"며 "내년 전·월세 시장, 청약 경쟁률 등을 보면 무주택자 수요가 많기 때문에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나와도 모두 소화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다주택자 매물이 일부 나오겠지만, 시장수요가 이를 받아준다면 가격이 하락할 이유가 없다"며 "부동산 시장의 가격 상승으로 쏠린 현재의 군중심리에서는 무주택자의 실거주용 또는 유주택자의 '똘똘한 한 채'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고, 내년에도 부동산 시장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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