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강화로 산재예방?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두고 재계 '강력 반발'

양동훈 / 2020-11-19 13:18:36
경총 등 30개 경제단체 "과잉규제 입법…사전예방 기조 전환해야"
與 의원 70여명 전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 촉구 기자회견
경제계는 여당이 입법을 추진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과잉금지에 위배되고 기업의 경제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70명이 제정을 촉구했으며 김태년 원내대표도 처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 [뉴시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30개 경제단체 및 업종별 협회는 국회에 계류중인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안들에 대한 경영계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고 19일 밝혔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지난 6월 대표발의한 법안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대표발의한 법안은 노동자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하한이 있는 징역형 또는 벌금형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법안에는 매출액 기준의 벌금과 징벌적 배상책임을 지게 한다.

경총 등은 이 법안들에 대해 "상당성에 비추어볼 때 형량수준이 지나치게 높아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강한 제재규정들을 포함하고 있는 과잉규제 입법"이라며 "적극적·능동적인 안전경영 추진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했다.

재해사망률 선진국 대비 크게 높아…정치권 "중대재해법 연내 처리해야"

여권을 중심으로 노동자 중대재해를 막기 위한 법안들이 반복적으로 발의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재해사망률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사고사망만인율(노동자 만명 당 재해사고로 사망한 사람의 수)은 2019년 기준 0.46으로 영국의 0.04(2016년), 독일의 0.15(2015년), 일본의 0.16(2016년), 미국의 0.37(2016년)보다 높다.

2016년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노동자가 숨지고,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김용균씨가 숨지는 등의 비극이 대표적이다. 

산업재해와 하도급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2018년 12월 유해·위험 작업의 도급 제한, 원청의 책임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며 올해 1월 16일부터 시행됐다.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과 정의당은 개정 산안법만으로 중대 산업재해 사고를 막기에 부족하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추가로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국민연대 소속 의원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연내 출범, 공정경제 3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내 의원 모임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와 '더좋은미래'(더미래) 의원 70명은 전날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우원식 민평련 대표는 "중대재해법으로 기업이 망할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올해 처리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비롯한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법을 강화해야 한다는데 당 내 이견이 없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정의당 부산시당도 19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연내 입법을 촉구했다.

경제계 "형사처벌 강화보다 사전예방 중심으로 기조 전환해야"

반면 경제계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들이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에게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며, 비현실적인 규정들이 많아 완벽히 준수하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총 등은 개정 산안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2020년 전반기 사고 사망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5명 늘었고, 사고 재해자수 역시 3.5% 증가했다며 처벌 강화가 능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총 등은 "사업주와 안전관계자, 원·하청 간의 명확하고 적정한 역할을 정립하여 안전관리체계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역할에 따라 적정한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전예방 안전관리시스템 강화, 산업현장 특성에 맞는 맞춤형 안전정책 수립, 민간기관 활성화 등 전문성과 다양한 산업현장 특성에 기반한 예방정책 활동의 강화가 필요하다"며 "안전규제 체계를 업종·기업규모 등에 따라 맞춤형으로 개편하고, 현장특성에 적합한 안전관리 기술지침 및 매뉴얼을 적극 개발·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보다 처벌을 강화할 경우 기업의 경영층으로 재직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자가 될 수 있어 CEO 기피현상을 초래할 수 있으며, 중소기업 사업주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에 놓여 경영이 위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양동훈 기자 yd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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