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최고금리 인하 때 이어 '대부업계 줄도산' 걱정
내년 하반기 시행까지 1년 남아…후속조치 마련 신중히 정부와 여당이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하기로 결정하자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보험·카드·캐피탈사 등 제2금융권이 반발하고 있다. 대형 은행을 중심으로 한 제1금융권과 달리 2금융권은 조달 비용이 높고 영업망·점포수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판관비 지출이 많은 데다 대출금 부실 리스크도 큰 까닭에 금리가 높을 수 밖에 없는데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법무부와 더불어민주당은 16일 국회에서 당·정 협의회를 열고 법정 최고금리를 연(年) 24%에서 20%로 4%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까지 인하하는 방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금융권에서는 저신용등급 고객들에 대한 이자부담 경감 취지는 이해하지만 정작 이들이 급전을 빌릴 제도권 금융 상품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손충당금을 쌓는 등 잠재적 부실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는 입장에서 적정금리를 받을 수 없는 계층에게까지 대출을 실행하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의 공적 기능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기본적으로 민간회사"라며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은 위험 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출 취급 태도를 보수적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그동안 20% 초과 금리를 받았던 고객들에 대한 신규 대출이 줄어들면서, 연간 이자수익이 20% 넘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존에 10%대에서 대출을 받던 중신용등급 고객의 대출에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20%를 넘어서는 고금리 대출 대상이 되는 금융취약계층 대출은 억제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연 21~24% 금리 대출에 사각 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축은행·대부업계 "저신용자 신규대출 중단할 수밖에"
2금융권이 줄어드는 이익을 충당하고자 중금리 대출을 강화할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대출 상품 포트폴리오가 중금리 대출 중심으로 맞춰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현재 60~70% 수준인 중금리 대출 비중을 최대 90%까지 늘리기 위해 공격적 영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금융권 대출 심사가 이번 최고금리 인하로 더 까다로워지며 대출 가능 경계선상에 있던 저신용등급자들의 제도권 이용 가능성이 축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권에선 '컷오프'(저신용자 대출 중단) 대상자 속출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실제 금융위도 이날 최고금리 인하 결정 브리핑을 통해 20% 초과 금리 대출을 사용하던 올해 3월 말 기준 239만 명의 약 13%에 해당하는 31만6000명(2조 원)은 향후 3~4년에 걸쳐 민간금융 이용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 중 3만9000명(2300억 원)은 불법 사금융 이용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13%라는 수치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예측한 숫자"라며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만큼 앞으로 1년이란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후속 대책 마련 시 보다 꼼꼼히 제도를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고금리 인하로 인한 부작용 방지 차원에서 햇살론 등 저신용자 대상 정책서민금융 공급을 확대하는 등의 대책을 공개했지만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최고금리 인하 여파…보험담보대출·카드론도 줄어드나
특히 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직격탄을 맞게 될 대부업계는 줄도산을 염려하고 있다. 다른 대부업계 관계자는 "이미 다음 달부터 신규 대출을 안 한다는 업체들이 나오고 있다"며 "대부업체들은 채권 추심 업무만 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부업 대출 잔액은 15조9170억 원으로 같은 해 6월 말(16조6740억 원)에 비해 4.5%(7570억 원) 감소했다. 대부업자 수도 5652개로 상반기 말(5674개) 보다 22개 줄었다. 이용자 수는 177만7000명으로 나타났다. 반년 새 23만 명(11.5%) 감소했다. 대부업 이용자 수가 200만 명 아래로 떨어진 건 2010년 6월 말 이후 9년여 만이다.
이는 정부가 2018년 법정 최고금리를 27.9%에서 24%로 낮춘 뒤 대형 대부업체들이 신규 대출을 중단하거나 대폭 축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카드업계는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최고금리 24% 붕괴가 업계에 민감한 영향을 주는 가맹점 수수료율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재 최저 수수료율은 0.8%다. 더 이상 내리기 힘들다는 게 카드업계 의견이지만 최고금리와 마찬가지로 더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신용자(신용등급 7~10등급)의 카드론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보험담보대출 역시 상당히 위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KPI뉴스 / 박일경 기자 ek.par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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