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한국경제…"보호주의 사라져 수출 청신호"

강혜영 / 2020-11-09 16:40:03
'민주 대통령-상원 공화당-하원 민주당' 유력…경기부양책 규모 축소
연준 금리 정상화 늦춰질듯…"원·달러 환율 1100원 하향 돌파 가능성"
"트럼프식 보호주의 양자주의→다자주의 전환으로 수출 여건 개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정책을 가리키는 '바이든노믹스(Bidenomics)'는 재정 확대와 증세, 친환경 인프라 투자, 최저임금 인상 등에 방점을 두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조세, 환경, 통상 정책 등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와 차별화를 꾀하는 동시에 재정 확대, 대중 강경 기조 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노믹스가 한국 경제 끼칠 영향에 대해선 우려와 기대가 섞여 있다. 바이든이 내세운 대규모 확장적 재정정책은 원화 강세와 한국 경제 성장률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경기 부양책 규모는 공화당의 상원 수성이 유력해지면서 다소 축소될 전망이다. 이는 미 연준의 경기부양 관련 역할 확대로 이어지면서 달러 약세 기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이 다자주의에 입각한 통상 원칙을 회복하면서 불확실성 줄어들면 우리 수출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트럼프를 잇는 미국산 제품 우선주의, 대중국 제재·견제 기조는 국내 산업기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UPI뉴스 자료사진]


'블루웨이브' 무산에 경기부양책 규모 줄듯…달러 약세는 지속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대규모 정부 재정지출이 이뤄질 전망이다. 바이든은 연방정부 예산을 투입해 코로나19로 인한 높은 실업률, 민간 소비 및 기업투자 감소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에서 2조82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시행된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추가 재정지원과 '청정에너지·인프라 계획' 추진하게 되면 정부지출 증가로 재정적자 폭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부자·기업 증세를 통해 세수를 확보하고 최저임금을 2배 인상한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대규모 경제 부양책으로 미 경제 성장세가 회복된다면 우리 경제 성장률 상방 압력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바이든 당선 시 재정지출 확대, 중산층의 임금인상 등에 따른 미국 경제회복세 강화 기대로 현 상황 대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연평균 0.1~0.4%포인트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규모 경기부양을 추진하면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예상되지만, 경기 부양책을 실시하게되면 미국 경기가 살아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경제가 전체적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대통령직과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블루웨이브'가 무산되고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는 것에 회의적인 공화당이 또다시 상원을 장악할 가능성이 유력해지면서 경기부양책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민주당)-상원 공화당-하원 민주당' 구조에서는 재정 부양책 규모가 줄어들고 증세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면서 "이는 연준이 경기 부양 관련해서 할 역할이 커졌다는 뜻으로 달러 약세 기대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 1100원 하향 돌파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면서 "단기간에 떨어질지 시차가 생길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9일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월 31일 이후 최저치인 1113.9원으로 마감했다. 

다자주의 기조로 수출 불확실성 감소 전망…미중간 양자택일 압력↑

통상 분야에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주의 체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일방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위해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상황은 줄고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나 다자간 협상이 진행되면서 세계 무역 질서에 대한 불확실성이 감소할 전망이다. 

이는 글로벌 무역 심리 개선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바이든 당선 시 한국의 총수출 증가율은 연평균 0.6~2.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에 있어서 바이든은 트럼프와 비교해 엄청 차이는 없지만 긍정적인 요인이 있다"면서 "보호주의 색채를 띠던 양자주의 입장에서 벗어나 다주주의 입장을 선호한다는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조금 줄어들어 수출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해서는 중국과 미국 사이 양자택일 압박이 심화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에게 공급 사슬에서 중국의 비중을 줄이라는 압력이 증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바이든 당선과 관련해 "한국, 일본, 호주 등 중국과 인접한 우방국과의 관계를 회복강화해 다자간 연합을 통해 중국을 압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무역분쟁에 있어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자세를 취하겠으나 인권침해 환경파괴 등 경제외적 이슈에 대해서는 더 강경하게 대응할 소지가 있다"면서 "환경, 반독점, 반부패, 인권, 노동, 지적재산권 등을 무역 협상과 연계해 대중 압박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 연준 금리 인상 다소 늦춰질 듯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바이든의 당선에도 블루웨이브 무산으로 연준의 금리인상 시점이 미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고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할 경우 연준의 제로금리 정책은 조기에 중단될 것이라고 예상됐다. 대규모 재정투입이 실물경기 회복과 인플레이션 상승을 가속화해 연준의 긴축도 앞당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경기부양책의 규모가 축소되고 시기도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연준의 유동성 공급이 한동안 필요할 전망이다.

연준은 대선 직후인 4~5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기존 0.00~0.25%로 동결하고 자산매입 규모도 기존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시장에서도 연준이 조기에 긴축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연준이 FOMC 직후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함께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추가적인 재정부양책이 나오더라도 조기에 통화정책을 긴축할 의사가 없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에서 경기부양책과 인프라 관련 국채발행 확대가 미 국채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도 끌어올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미 국채 금리와 상관관계가 높은 국고채 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며 "우리도 내년 확장적 예산에 따른 국채물량 확대가 예정돼 있어 미 국채금리와 상관관계가 높은 한국 국고채금리에도 상승압력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B경영연구소는 "바이든 당선 시 단기금리는 통화정책 영향을 받아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장기금리는 경기회복 기대와 국채 발행 증가 등으로 상승하며 장단기 금리 차 확대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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