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대통령 찬스로 받은 특혜"…정치권도 논란 시끌
"대선공약 밀어붙이지 말고 '합의'와 '공정성' 고민해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2100여 명의 비정규직 직원을 본사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면서 노동조합·취업준비생 등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특히 "몇년씩 어렵게 취업준비하는데, 대선공약이라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는게 과연 공정한가"라는 문제가 제기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4일 청와대와 인천국제공항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35분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그만해주십시오'라는 청원에 19만5432명이 동의했다. 동의 수가 20만 명을 넘으면 청와대는 해당 청원에 답변해야 한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멈추라" 국민청원 동의 20만 육박…"알바 아니다" 반론도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전체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9785명이며, 이 중 2143명이 직고용 대상이다. 7642명은 전문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특히 반발이 큰 대상은 직고용 대상 2143명중 보안검색요원 1902명이다.
청원자는 "알바처럼 기간제 뽑던 직무도 정규직이 되고, 그 안에서 시위해서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 및 복지를 받고 있다"며 "토익 만점에 가까워야 고작 서류를 통과할 수 있는 회사에서, 시험도 없이 그냥 다 전환이 공평한 것인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전환자 중에는 알바몬 같은 정말 알바로 들어온 사람도 많다"며 "누구는 대학 등록금내고 스펙쌓고 시간들이고 돈 들이고 싶었을까"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자신이 인천공항에 근무하는 보안검색요원이라고 밝힌 청원자가 "저희는 알바가 아니라 정당하게 회사에 지원해 교육을 받고 시험을 본 직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국토교통부예규 제151호 '국가민간항공보안 교육훈련지침'에 따르면, 보안검색요원은 40시간 이상의 보안검색요원 초기교육, 80시간 이상의 보안검색요원 현장 직무교육 등을 수료해야 한다. 단순 알바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일각의 주장과는 다른 부분이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보안검색 요원은 2개월 간의 교육을 수료하고 국토교통부 인증평가를 통과해야 하며, 단독 근무를 위해서는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알바생이 보안검색 요원이 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과 복지를 받는다는 주장도 사실과는 다르다. 새로 전환되는 정규직의 경우 기존 인천공항공사 정규직과 동일한 연봉을 적용받지 않고, 자회사 노동자와 동일한 보수를 받게 된다.
인천공항 측에 따르면 노사합의를 통해 현재 임금의 3.7%를 인상하기로 결정됐으며, 별도의 급여체계가 적용된다. 보안검색요원의 평균 연봉은 약 3850만 원이며, 공사 일반직 신입 초임은 약 4500만 원이다.
인천국제공항 노조도 "사측이 일방적으로 노사합의를 파기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 측은 지난 2월 노사합의에서 법률 개정을 거쳐 특수경비원 신분으로 고용하기로 힘들게 합의했는데, 사측이 합의를 묵살하고 청원경찰로 직고용하겠다고 선언했다고 주장했다.
공사 측은 "특수경비원 신분을 유지한 채 직고용할 수 있는 법·제도 개선방안을 모색했으나 법 체계 및 타 기관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었다"며 "청원경찰로 전환할 경우 현행 제도를 활용하여 신속하게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치권도 논란 "가장 큰 책임은 문재인 정부의 무원칙"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옮겨붙었다. 미래통합당 뿐 아니라 정의당도 비판에 가세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인천공항이 협력 업체 소속 보안요원 1900여 명을 직고용 형태로 정규직 전환한다고 발표했다"며 "2030세대는 '인국공 사태'로 규정하며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분노의 핵심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젊은이들은) '대통령 찬스'로 받은 특혜라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준영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공기업은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비정규직 문제는 여러 계층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와 같아서, 도깨비 방망이 두드리듯 말 한마디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24일 논평을 내고 "가장 큰 책임은 문재인 정부의 무원칙"이라며 "혼란을 바로잡는 길은 정부가 스스로 정한 비정규직 제로화 방침을 확고히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 "정규직 전환, 합의와 공정성 우선돼야"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핵심은 구성원 간의 합의를 통해 직무에 따른 공정한 평가를 확립하는 것"이라며 "경영진들이 자발적으로 정규직화를 하는 게 아니라 쫓겨서 하다 보니 문제들이 생기는 데, (정규직화를) 제대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감독·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떤 회사의 비정규직을 그 자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 전환시켜 준다면, 사람들이 불공정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에 의해 이뤄진다고 시민들이 동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 노동자로 전환하는 것보다 비정규직 일자리를 정규직 일자리로 전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비정규직 일자리가 정규직 일자리로 바뀌면 이 일자리를 새롭게 원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이 사람들에게도 문호를 열어줘야 불공정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PI뉴스 / 양동훈 기자 yd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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