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는 지난 대책과 상충…예외적용 검토
"시장상황 반영 못한 규제대책…정부 스스로 정책 신뢰성 훼손" 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대책에 대한 불만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재검토를 요구하는 글이 연일 올라오고, 주택담보대출을 시행하는 시중은행에서조차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근본 대책 없이 규제를 급조하다 보니 '땜질식 처방'이 끊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정부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최근 3일 연속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하며 6·17 부동산 대책 이후의 규제 내용과 예외 적용을 설명하고, 사실관계를 해명했다. 다양한 규제가 한꺼번에 쏟아진 데다, 적용 범위나 시점 등 모호한 내용이 많아 혼선이 가중되자 거의 매일 설명자료를 내놓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전부 투기란 말이냐" 반발에 주택대출 예외 인정
우선 혼란을 가중시킨 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다. 정부는 '갭투자'를 막기 위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3억 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하면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하고, 기존 전세대출도 회수하기로 했다. 또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살 경우 기존에는 1~2년 내 처분·전입하면 됐지만 이를 6개월 이내로 단축했다.
그러자 실수요자들은 주거 사다리를 걷어 차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30·40세대가 처음 집을 마련할 때는, 전세를 끼고 일단 집을 산 뒤 자금을 더 모아 매입한 집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흔하다. 집을 갈아타기 위해 미리 구매한 1주택자도 실수요자인데, 이 통로를 투기로 간주하는 건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정부는 실거주가 목적인 경우 예외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가령 다음 달 전세대출을 받아 전세를 살다 자가로 옮기려고 만기가 1년 정도 남은 전세를 끼고 시가 5억 원 짜리 집을 구매했다면, 남은 임대차 기간까지 대출 회수는 유예된다. '갭투자는 막아도 실거주는 막지 않는다'며 한 발 물러선 것이다.
또 직장이동과 자녀교육 등 특수한 목적으로 아파트 소재지와 다른 지역에 전세주택을 얻고 아파트와 전세주택 모두에서 세대원이 실제로 거주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예외적으로 전세대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임대주택 등록 장려하더니…2년 실거주 사실상 불가
'재건축 2년 실거주' 규제도 논란이다. 6·17 대책에는 재건축 조합원의 분양요건에 기존에 없던 거주의무기간을 부여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서울 등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 조합원은 분양신청 시점까지 2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만 분양 신청을 할 수 있다. 국토부가 추정한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의 가구당 재건축 부담금은 7억 원이 넘는다. 실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할 경우 수억 원의 손실을 보는 집주인도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2017년 8·2 대책에서 다주택자의 임대주택 등록을 장려하면서 4~8년 임대의무기간을 두도록 했다. 임대사업자가 이 기간 내 세입자를 내쫓고 직접 거주하면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통상 재건축 사업이 조합 설립 후 조합원 분양까지 10년 정도 걸린다. 장기 임대사업자(8년)는 사실상 실거주 요건을 채우기 어렵다. 정부는 뒤늦게 현황조사를 거쳐 보완방안을 만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서 최초 수분양자는 전세계약 가능
'토지거래허가구역'도 빈틈이 많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에서는 주택 대지지분 18㎡, 상가 20㎡를 초과하는 모든 거래가 구청장의 허가 대상이 됐다. '실거주', '실경영' 목적이 아닌 경우 원칙적으로 매매거래를 할 수 없다. 상가의 경우 '일부 임대'를 허용하기로 했는데, 건물 전체 면적의 몇 퍼센트(%)까지 임대를 허용하는지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허가권자인 구청장이 알아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욱이 신규 주택을 분양받은 사람은 '예외 대상'이다. 신규 아파트 최초 수분양자의 경우, 본인이 살지 않고 전세계약이 가능할 뿐 아니라 2년 실거주 의무도 없다. '실거주가 아니면 사지 말라'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진 셈이다. 또 파크리오 아파트와 장미·미성크로바 아파트 등의 경우 행정동으로는 잠실4동·6동이지만 부동산 규제의 기준이 되는 법정동으로는 신천동이기에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는 각종 사례에 대한 구체적인 현황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1일 "이번에 제기된 여러 어려움들에 대해서는 현실성을 충분히 검토하겠다"며 "필요하다면 국토부가 보완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일부 부작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급조한 규제책…정부 스스로 정책 신뢰성 훼손"
하지만 부동산 대책 발표와 함께 '보완책'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부동산 대책이 채 잉크도 마르기 전에 보완 대책을 언급한 것 자체가 그동안 발표한 정부 대책이 실효성 없는 뒷북 대책, 땜질 대책이었음을 자인한 것"이라며 "정부 또한 부동산 투기 카르텔의 일원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6·17 대책 발표 이후 의도치 않았던 논란이 발생하니 한 발짝 뒤로 물러선 것"이라며 "집값 안정을 위한 근본적 대책 없이 온갖 규제를 끌어다가 정책을 급조한 결과로, 정부 스스로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시장 상황 등을 반영하지 않고 임시방편 규제책을 내놓다 보니 보완 대책도 자꾸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재건축의 경우 실거주 기간이 아닌 실보유 기간으로 기준이 완화하는 등 여러 예외 조항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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