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2년 실거주·규제지역 확대에 벌써 '부작용' 나타나
정부, 또 규제가능성 시사…전문가들 "실패할 가능성 높아" "현금부자 아니면 집 사지 말란 소리냐."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A(33)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규제지역 대출 제한'에 걸려 내 집 마련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걱정에서다. A 씨는 "20·30세대 대부분은 전세 살면서 세를 안고 다른 집 매수했다가, 여력이 되면 매수한 집으로 들어간다"며 "당장 집 살 돈이 충분치 않은 실수요자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최근 집값 상승을 주도한 '갭투자'(전세 안고 주택 매입) 열풍을 잠재우고, 비규제지역으로 번진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처방이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에서 3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사면 기존 전세 대출은 즉시 회수된다. 새로 산 집으로 들어가야 할 전입기간도 6개월로 줄여 사실상 전세를 안고 집을 사기 힘들도록 제한했다.
주택대출 규제하자 '돈 없는 실수요자' 큰 타격
그러자 실수요자들이 반발했다. 투기 고리를 끊자는 방침은 이해하지만, 무주택자가 집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사다리를 걷어차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A 씨는 "서울뿐 아니라 외곽 지역도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데, 무주택자는 사실상 전세나 월세로 계속 유지하라는 얘기"라며 "전셋값도 크게 오를 것"이라고 토로했다.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무주택자는 평생 집을 살 수 없을 것 같다'며 실수요자를 위한 방안을 고려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6개월 내 전입 의무화 등으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정부가 생애 첫 주택 마련까지 투기 개념으로 접근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발표로 젊은 세대이자 '돈 없는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은 사라진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수도권 거의 모든 지역에서 대출 규제가 강화된 것은 반서민 정책의 성격을 띤다"면서 "너도나도 갭투자에 뛰어드는 현상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그 자체에 투기라는 프레임을 씌워 매도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2년 실거주' 재건축도 날벼락…"재산권 침해 소지"
전세대출 부분 외에도 '6·17 대책'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에선 2년 이상 실거주한 조합원만 재건축 분양신청을 할 수 있도록 정비사업 규제가 강화됐다. 이른바 '재건축 갭투자'를 차단한다는 취지다. 조합설립인가 신청 전 합산 2년의 실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한 조합원은 현금 청산을 받고 나가야 한다. 올해 12월 이후 설립조합부터 적용한다.
재건축 아파트는 대체로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지 않고, 전·월세를 놓고 세입자를 들이는 경우가 많다. 해외 파견, 교육 등 당장 실거주가 어려운 상황이 천차만별이고, 만약 집주인들이 일시에 입주한다 해도 세입자들을 내보내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거주이전의 자유 및 재산권 등 기본권 침해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재건축 단지를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임대주택사업자는 더 난감하다. 임대의무기간(4~8년)에는 직접 들어가 살 수 없는 데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2년간 거주하지 않고 임대주택을 등록한 경우라면 분양권을 잃게 된다. 국토부는 "실질적인 피해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2년 주거요건을 얻지 못한 집주인의 예외적 보호가 맞는 것인지 등을 살펴보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불만은 거세지고 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조합원에 대한 2년 거주 의무는 예측하지 못하는 요소에 대해 수요자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충격적"이라면서 "수요자 개개인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로 거주이전·직업선택의 자유, 재산권과 평등권까지 침해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또 번진 '풍선효과'…김포·파주 과열 조짐
'풍선효과'에 대한 문제도 여전하다. 정부는 사실상 수도권 전역과 대전·청주까지 포함해 규제지역을 대폭 확대했다. 다만 김포와 파주, 연천, 동두천, 포천 등과 인천 강화, 옹진은 부동산 가격 불안 요인이 없다고 판단해 '조정대상지역'에서 제외했다. 그러자 보란 듯이 김포와 파주 운정지구의 아파트 시장이 들썩거리며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김포시 풍무동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며칠 동안 문의전화가 엄청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면서 "당장 호가가 2000만~3000만 원 이상은 올라갔고, 향후 더 많이 오를 것이라며 매물을 거두는 집주인도 있다"고 말했다. 장기동 C 공인중개업소 대표도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상담 요청이나 문의가 꾸준한 상황"며 "일단 계약금부터 걸어놓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규제가 능사 아냐…세제혜택 철폐하고 공급 늘려야"
정부는 또다시 규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포 등 비규제지역에서 주택시장 과열 우려가 발생하는 경우 규제지역 지정에 즉시 착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규제지역 확대'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 같은 '뒷북 규제'를 수차례 반복해온 만큼,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이런식으로 매번 반복되는 규제대책은 주택 매수자와 매도자의 내성만 키우고, 부작용을 더 양산한다"며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유동자금이 산업 및 생산자본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국가경제 측면에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책 이후)늘 그랬던 것처럼, 전국 곳곳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투기꾼들은 규제망을 피해 돈벌이를 할 방법을 쉽게 찾아낼 것이 분명하다"며 "주택시장에 투기 억제의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려면 현행 임대사업자등록제하의 세제 혜택을 전면 철폐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적었다.
권대중 교수는 "현재 정부 대책들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반대 효과가 날 수밖에 없다"며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규제만 거듭하니 가격 폭등이 반복되는데, 중산층 주거 안정을 위한다면 서울 도심부터 공급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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