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안정적 승계 위한 주가조종" vs 삼성 "확인된 바 없다"
'李구속→경영마비' 초비상…삼성 "경영정상화 길 열어달라"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구속 갈림길에 섰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과 외부감사법 위반 등 두 가지다.
법조계는 이 부회장의 구속여부는 이러한 혐의와 관련해 이 부회장이 보고를 받거나 직접 관여했다는 점을 검찰이 얼마나 입증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에 이르는 과정이 모두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으며 이 과정에 분식회계와 주가조작 등 불법 행위가 동원됐다고 판단한다.
이에 삼성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변경은 모두 적법하게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또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어떤 불법적인 내용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맞섰다.
특히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결의 이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최소화하기 위해 청구 기간인 2015년 7∼8월에 호재성 정보를 집중적으로 공개하고, 대량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띄운 것으로 보고 이 부회장 등에게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혐의를 적용했다.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 23.2%를 보유한 제일모직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이 부회장의 지분이 없는 삼성물산의 주가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유리한 합병 비율을 산정했다는 것이다.
또 검찰은 "합병 결의 전후 호재성 공시가 집중된 것과 제일모직이 자사주를 대량 매입한 것 자체로는 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목적이 있었다면 시세조종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가 2015년 합병 이후 1조8000억 원의 부채로 잡으면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해 4조5000억 원의 장부상 이익을 얻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콜옵션을 반영하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데다 제일모직에 불리한 합병 비율이 산정될까 우려해 회계처리 기준을 부당하게 변경했다고 판단했다.
삼성과 이 부회장 측은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은 관련 법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했다고 주장한다.
2015년 삼성물산과 합병 당시 시세 조종은 없었고, 삼성물산이 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공시를 지연했다는 것도 검찰 수사에서 인정되거나 확인된 바가 없다는 것이다.
또 삼성은 제일모직이 자사주 대량 매입을 통해 주가를 관리했다는 주장에 "자사주 매입은 법과 규정에 절차가 마련돼 있고 당시 이를 철저하게 준수했다"고 말했다.
합병 비율이 이 부회장 측에 유리해지도록 제일모직의 주가를 띄웠다는 혐의에 대해서 삼성은 "주가 방어는 모든 회사가 회사 가치를 위해 당연히 진행하는 것이며 불법성 여부가 문제인데, 당시 불법적인 시도는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기준을 부당하게 변경했다는 혐의와 관련해서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처리했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은 "삼성바이오로 회계와 관련해 금융당국과 법원에서도 판단이 엇갈렸던 만큼 검찰이 제기한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은 2016년 12월 참여연대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제기에 '문제 없음'으로 회신한 바 있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 자료 증거인멸 혐의로는 기소된 삼성 임직원 8명에 1심에서 전원 유죄를 선고했지만, 본안인 분식회계 사건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
검찰과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승계 작업에 대해 구체적인 보고를 받고 불법적인 지시를 했는지 놓고도 치열한 공방을 벌일 예정이다.
검찰이 이 부회장에게 직접 구체적인 승계 작업이 보고됐다는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언론 보도들도 있었다.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부회장) 등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이 부회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보이는 미전실 내부 문건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또 수사 과정에 협조한 직원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당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러한 보도가 나가자 삼성은 반박 자료를 내고 "이 부회장은 어떤 불법적인 내용도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며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정황이 있다는 내용은 어떤 진술이나 근거도 없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합병과 경영권 승계 과정을 둘러싼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돼 1년간 수감생활을 하다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이 부회장이 이번에 또 구속되면 삼성은 2년 4개월 만에 총수 공백 상태를 맞이하게 된다.
코로나19와 미중·한일 갈등 등 대외 악재가 산적한 가운데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총수 부재'로 각종 사업과 투자 등 경영이 마비될 거라고 재계는 보고있다.
삼성은 검찰이 지난 4일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후 사흘 연속 입장문을 내며 경영권 승계가 불법이라는 의혹을 적극 부인했다.
전날에는 호소문까지 발표하며 "삼성이 위기다. 경영이 정상화돼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고 당부했다.
삼성 임직원들은 이날 밤늦게나 9일 새벽에 나올 구속심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이 부회장 구속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기소가 타당한지 다퉈보겠다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한 상태다. 삼성은 구속 심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법원과 수사심의위 등 사법적 판단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K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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