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인무역, 50% 이상 인원에 대한 무기한 무급휴직
노무사 "해고는 서면으로 진행해야 유효…일방적 임금삭감, 임금 체불" 최근 비정규직 노인의 일터에서의 차별을 다룬 <임계장 이야기-조정진>에는 '임계장(임시 계약직 노인장)'과 '고다자(고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쉽다)'란 말이 나온다.
패션업계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자 직원들을 이른바 '고다자'로 취급해 물의를 빚고 있다.
1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신성통상과 풍인무역의 부당해고, 일방적 임금삭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 따르면 탑텐, 지오지아, 올젠, 앤드지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신성통상은 최근 수출사업본부 직원 55명에게 당일 전화로 해고통지를 했다. 해고에 관한 별도의 사전 설명이나 공지도 없이 인사팀장이 전화를 돌려서 직원들에게 사직서에 서명하도록 한 것. 코로나19 사태로 수출 금액이 절반 이상 줄어들자 인력 감축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블라인드에는 "어제 오늘부로 55명 사원급 대상으로 1년 안된 사람들 정리해고 했다는데 같은 회사 사람으로 너무 수치스럽고 미안하다", "10년을 넘게 일했는데 당일통보 받고 짐싸고 해외 내보내놓고 예고도 없이 짜르고", "인사팀장이 개인 전화로 돌렸는데 공지 하나 없이 전화 받으면 싸인하러 오라 하고 바로 짐싸서 나갔다"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이에 대해 신성통상 관계자는 "전화로 당일 해고 통보를 한 게 아니라 면담 요청을 한 것"이라면서 "당장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었고 근로자들의 편의를 위해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다. 4월 30일까지는 근무한 것으로 계산해주고 급여까지도 모두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구조조정에 동의하지 않는 노동자들에게도 동일 업무, 동일 임금을 보장해줬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신성통상 오너인 염태순 회장의 둘째 사위와 외동아들이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입사해 받은 급여가 직원 수십명에게 준 급여와 맞먹는다는 점이다. 신성통상이 지난해 반기(7월~12월) 등기임원 4명·미등기임원 14명 총 18명에게 지급한 급여는 12억1500만 원이었고, 수출사업부 남직원 63명에게는 총 13억8200만 원이 지급됐다.
이처럼 신성통상은 오너들의 친인척 임원 급여를 삭감하며 고통분담에 나서기보다는 직원들을 일방적으로 구조조정하는 방법으로 비용 절감을 선택해 더욱 비난을 받고 있다.
풍인무역도 노동자들에게 코로나 사태의 충격을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다. 풍인무역은 3월 말 자사 임직원들에게 권고사직과 임금삭감을 통보했다. 블라인드앱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풍인무역은 △ 50% 이상 인원에 대한 무기한 무급휴직 △ 본인 희망에 따라 권고사직 처리 가능 △ 고용 유지 직원 급여 무기한 30% 삭감 등을 임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풍인무역의 경우 국내에 마크앤스펜서, 클럽 모나코, 쥬시 꾸뛰르 등 유명 브랜드를 들여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두 달여 만에 패션업계가 인력 감축에 돌입한 이유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의 '구조적 위험성'을 꼽는다. 수출에 의존하는 OEM 사업은 수출국의 시장 변동에 취약한데,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과 유럽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으면서 국내 패션업계 또한 도미노 타격을 받았다는 것.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산업계의 충격이 기업과 노동자 간 고통분담이 아닌 노동자들에만 고스란히 전가되는 상황이라고 평가한다.
법률사무소 일과 사람의 정승균 공인노무사는 "임금삭감은 일방적으로 진행할 수 없다. 근로계약이든 연봉 계약이든 계약에 의해서 이뤄진 관계기 때문에 한 쪽 당사자가 불리하게 명령(삭감)하는 것은 동의를 받지 않으면 애초에 불가능하다. 일방적으로 임금을 삭감하면 임금 체불이 된다"면서 "회사 사정이 악화되면 휴직을 시키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때는 평균 임금의 70%를 지급해야 한다. 물론 일을 시킨다면 당연히 100%의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고 문제에 대해 정 노무사는 "현행법상 해고는 서면으로 이뤄져야 유효하며 서면이 아니면 효력이 없다"며 "통보 기간의 경우에도 30일 전에 통보를 하거나 30일을 지키지 않는다면 30일치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 매체에 따르면 한세실업은 생활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는 지난 황금연휴 기간, 직원들의 출근을 종용했다. 한세예스24홀딩스 경영지원부의 한 간부는 각 계열사 본부장과 부서장에게 전체 메일을 돌리고 "코로나19가 걷혀가고 있으나 아직 많은 패션 회사가 비상"이라면서 "이번 5월 황금연휴기를 맞이해 4월 30일부터 5월 3일까지 백화점 등 매장의 판매를 지원할 수 있도록 팀을 구성해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세예스24홀딩스 관계자는 "메일이 실수로 직원들에게 나가게 된 것 같다"면서 "실제로 황금연휴 기간동안 출근을 한 직원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세실업은 H&M, 갭(GAP), 올드 네이비, 핑크(PINK) 등에 납품하는 주문자 상표부착생산(OEM) 및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다. 최근 회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까지 나와 직원들 전원이 재택 근무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KPI뉴스 / 손지혜 기자 sj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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