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물류회사 설립 의결…"신성장 동력이 고작 '일감 빼앗기'냐"

양동훈 / 2020-05-08 17:03:44
6조6700억 원 수준의 물류 비용 절감하려는 목적
일감 잃은 물류회사들 반발 "통행세만 취하게 될 것"
전문가 "철강산업 성장 한계 부딪혀 비용 줄이는 것"
포스코그룹이 8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물류 자회사 설립안을 의결·확정했다. 물류업무를 통합해 운영하는 법인을 연내 설립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신성장 동력이 고작 물류회사 일감 빼앗기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자 동반성장, 상생의 가치를 외면하고 일감을 빼앗는 방식으로 비용절감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 포스코 이사회가 8일 물류 자회사 설립을 의결하면서, 물류회사의 일감을 빼앗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2일 포스코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 [포스코 제공]

포스코는 별도의 통합물류 자회사를 설립해 그룹 내의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터미날 등에 흩어져 있는 원료 수송과 물류업무를 통합 수행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그룹 내 분산돼 있는 물류업무를 통합하고 전문화함으로써 기존 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며 "물류기능, 조직, 인력을 통합하는 것으로 포스코와 그룹사의 여러 접점에서 관리하는 계약관리 기능을 일원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를 설립하기로 한 것은 결국 지난해 기준 6조6700억 원(총 매출액의 약 11%)에 달하는 물류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물류 자회사 설립이 물류업계 일감을 빼앗는 결과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이다. 아울러 물류 자회사 설립이 포스코의 위기를 타개할 신성장 동력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 또한 논란을 부추기는 대목이다.

물류업계는 포스코가 자회사를 설립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시점부터 강하게 반발해 왔다. 해양물류산업의 생태계가 황폐화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포스코는 "(설립이 확정되면) 장기 전용선 계약을 포함해 운송사·선사·하역사 등 여러 물류 협력사와의 기존 계약을 유지하는 등 국내 물류업계와의 상생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물류업계는 이를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는 지난달 28일 청와대, 정부, 국회에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을 반대하는 '해양·해운·항만·물류산업 50만 해양가족 청원서'를 제출했다.

총연합회 관계자는 "포스코가 물류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통행세만을 취할 뿐 전문적인 국제물류 경쟁력 향상에 이바지할 여지는 너무나도 제한적"이라며 "가뜩이나 재벌기업의 물류자회사 문제로 시름을 앓고 있는 제3자 물류전문시장이 더욱 심하게 훼손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총연합회 등에 따르면 2010년 44조 원이던 국내 해운업 매출액은 2017년 29조 원으로 줄었다. 7년 동안 15조 원이 줄어든 것이다. 반면 주요 대기업 물류 자회사 8곳의 매출액은 같은 기간 동안 14조 원에서 36조 원으로 22조 원 늘었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은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포스코 물류 자회사는 많은 수출입 물량을 독점한 채 해운업계의 저가 경쟁을 부추기고, 그로 인한 고통은 선원들에게 모두 전가될 것"이라며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 설립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부산항발전협의회 역시 "대기업의 물류 자회사 설립은 제3자 물류 육성이라는 정부 방침에 어긋난다"며 "코로나 19 충격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산지역 해운물류 관련 중소기업들을 궁지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2018년 4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오는 2022년까지 해운업 매출액을 51조 원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포스코의 물류자회사가 현실화함에 따라, 정부가 발표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성공 역시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런 비판과 발반에도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 설립을 밀어붙이는 것은 그 만큼 절박하기 때문일 것이다. 포스코는 철강산업 위축으로 포스코 기업가치가 반토막난 상황에서도 이렇다할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증권업계 연구원 A 씨는 "우리나라는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니라서, 철강산업은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산업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철강이 주로 투입되는 분야는 자동차나 건설 등인데, 이 산업들을 통한 철강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A 씨는 "(포스코는) 포스코케미칼 등을 키워 소재 관련한 종합회사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아직 연결(재무재표)로 봤을 때 이들의 비중은 너무 낮고 철강 비중이 상당히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 포스코의 2019년 매출액은 64조3668억 원에 달하지만, 포스코케미칼의 경우 1조4838억 원에 불과해 포스코의 신성장 동력이라고 부르기에는 그 규모가 아직 너무 작다.

A 씨는 포스코 물류 자회사 설립에 대해 "성장이 힘든 상황에서는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플러스를 늘리기 힘드니 마이너스라도 줄이려고 하는 상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KPI뉴스 / 양동훈 기자 yd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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