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급매물 나와 하락폭 커진다는데…현장에선?

김이현 / 2020-04-10 15:02:48
통계는 '집값 떨어졌다'…현장에선 "급매물 겨우 한두 개뿐"
"가격 내렸다는데 실제 와서 거래하려면 그대로"
서울 아파트값 하락폭 확대…코로나19⋅부동산 규제 영향
코로나19 여파로 경기가 침체되자 부동산 시장에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19번의 부동산 대책에도 끄떡없던 서울 집값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특히 초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3구' 집값은 매주 하락폭을 키우는 중이다. 수억 원씩 떨어진 급매물이 나온다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다만 본격적인 하락세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강남구 도곡동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주변 재건축 단지는 조금 떨어졌을지 몰라도 일반 아파트 가격은 그대로"라면서 "일단 매물 자체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는 하락보다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기 때문에 관망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 코로나19와 규제 강화로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서울 집값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시내 아파트. [정병혁 기자]

10일 부동산114가 발표한 '수도권 주간 아파트 시장동향'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4%로 3주 연속 하락했다. 재건축 아파트가 0.22% 떨어졌고 일반 아파트도 0.01% 내렸다. 일반 아파트는 지난해 6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코로나19와 정부의 대출규제, 보유세 부담, 자금출처 증빙 강화 등이 맞물리면서 매수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영향이다.

특히 그동안 가파르게 치솟았던 강남권에서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서울 25개 구 중 송파구(-0.24%)와 강남구(-0.16%)가 가장 많이 떨어졌고 강동구(-0.3%)가 뒤를 이었다. 서초구도 고가 단지 위주로 내림세가 이어져 -0.02%를 기록했다.

실제 실거래가가 내려간 단지들도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강남권 대표 재건축단지인 은마아파트(전용 76㎡)는 지난달 10일 19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최고가 21억5000만 원보다 2억 원 떨어진 셈이다.

잠실동 트리지움(전용 59㎡)은 지난해 12월 실거래가 17억6000만 원을 기록했다가 지난달 16억2900만 원에 거래돼 1억3000만 원가량 하락했다. 같은 기간 도곡동 도곡렉슬(전용 84㎡)의 실거래가도 24억9000만 원에서 23억9000만 원으로 1억 원 떨어졌다.

강남권과 함께 상승곡선을 그렸던 마용성(마포·용산·성동)도 마찬가지다. 마포 래미안푸르지오(전용 84㎡)는 지난해 11월 15억7000만 원에서 지난달 9000만 원 떨어진 14억8000만 원에 거래됐다. 공덕동 래미안공덕5차(전용 113㎡)는 지난해 11월 15억8000만 원에 팔리면서 역대 최고가를 찍었지만, 지난달 14억7000만 원에 거래돼 집값이 15억 원 이하로 다시 내려왔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이같은 '통계수치 하락'과는 다르다는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잠실동 B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지난해 최고점을 찍을 때와 비교하면 호가는 1억 원 정도 내려갔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매물 가격은 그대로"라면서 "급매물이 나오는 건 한두 개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치동 C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거래가 없을 뿐이지 실거래가는 오히려 오르고 있다"면서 "언론에서는 내렸다고 말하는데, 여전히 평당 9000만~1억 원 선"이라고 말했다. 마포구 아현동 D 공인중개업소 대표도 "매도자가 던져야 누가 살 텐데, 던지는 사람이 없다"면서 "조금 싸게 나온 하나의 매물을 가지고 해당지역 아파트값 전체가 내려갔다고 말하지만, 직접 거래하러 와보면 예상가격보다 가격 차이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가격하락보다 '거래절벽'을 강조했다. 강남구 대치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정병혁 기자]

실제 거래량은 대폭 줄어들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3만2000여 건이었던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는 올해 1분기 2만2000여 건으로 31% 줄었다. 같은 기간 강남구 아파트 거래 건수는 1607건에서 444건으로 70% 감소했다. 특히 15억 원 초과 거래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10일까지 확인된 초고가 아파트의 이달 거래량은 단 3건에 불과하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신뢰할 만한 가격 변동을 보려면, 거래량도 일반적이어야 시장의 흐름으로 이해를 하고 받아들일 수가 있다"면서 지금은 거래가 없으니까 가격도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 집값은 워낙 올라서 당초 1억~2억의 변동폭이 별 거 아닌 정도로 인식된다"면서 "하락장 신호로 인식하고 매물을 내놓기보다는 다시 오른다는 상승기대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소수의 거래사례가 시가로 얘기되는 건 통계의 착시"라면서 "집값이 현격하게 떨어진 거래는 양도세나 취득세 등을 위해 두 사람 간 사정으로 이뤄지는 특수거래"라고 말했다. 이어 "좀 더 많은 거래량 가지고 분석해야만 본격 하락세에 접어들었는지 판단할 수 있다"면서 "당분간 거래량은 크게 늘지 않고, 하락기조나 약보합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 상승세는 꺾인 것 같은데, 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안 된다"면서 "저금리에 유동성 자금이 많고, 오른 가격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심리 때문에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코로나19와 정부 규제 강화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집값은 내려갈 것"이라면서 "매물의 경우 지금 당장은 아니고, 가을쯤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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