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도시 가치 폭락 막으려면 신도시 지정 철회해야"
주민들 표심은…"열악한 교통문제부터 풀어야" 잠잠했던 '3기 신도시'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격전지는 경기 고양 창릉지구다. 지난여름 3기 신도시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지역 주민들이 몇 달간 반대집회를 열었던 곳이다. 서울로 가는 길목인 고양 창릉에 신도시가 들어서면, 안그래도 발전이 더딘 주변 1·2기 신도시는 더욱 고립된다는 우려다.
'지정 철회론'에 또다시 불을 지핀 건 미래통합당 김현아 의원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낸 김 의원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총체적으로 비판해왔다. 이번 4·15 총선의 주요 공약 중 하나도 '창릉 3기 신도시 저지'다. 정부 계획을 막지 못하면 자산 가치 하락과 함께 도시가 방치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엔 물음표가 붙는다. 창릉지구는 이미 행정절차가 진행 중인데, 전면 철회가 가능하냐는 것이다. 특히 현재 국토교통부의 김현미 장관이 바로 이 지역구 국회의원이다. 김 장관은 "취소할 수도, 할 계획도 없다"고 단언한다.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김 장관 대신 '4차산업 도시'를 내건 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대표가 여권 주자로 나섰다. 하지만, 김현아 의원은 "이번 선거는 3기 신도시 찬·반 투표"라며 여론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경기 고양정의 표심을 가를 화두는 단연 '부동산'이 된 셈이다.
서울 수요 분산 위한 '창릉지구' 본격 추진
국토부는 현재 3기 신도시 5곳 중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등 4곳에 대한 지구지정을 완료했다. 앞으로 지구 계획 등을 거쳐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는 뜻이다. 이들 지역은 GTX와 S-BRT 등 교통망을 통해 서울과 '30분 내' 연결되고, 자족할 수 있는 복합주거 공간이 마련된다.
고양 창릉지구에는 총 3만80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육군 30사단 이전 예정지와 보전가치가 낮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등이 활용된다. 이는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으로 부동산 안정을 꾀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규모 공급 정책 중 하나다. 서울과 멀지 않은 곳에 신도시를 지어 서울 수요를 유도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김현아 의원의 말은 다르다. 김 의원은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창릉 신도시 지정과 관련해 고양정 주민들이 저의 의원실을 찾아온 게 총선 출마의 계기"라며 "주민들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 대해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계획대로 3기 신도시가 추진된다면 일산은 회생불능 상태로 방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양시 공시가격 하락…"신도시 되면 회생불능"
김 의원이 '회생불능'이라고 말한 이유는 빈약한 교통망과 전무한 기업유치, 공급 물량 과잉이 겹치면서 기존 자산의 가치까지 폭락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4.75%, 경기는 2.72% 상승했다. 반면 고양 일산서구는 지난해보다 5.29% 떨어졌고 일산동구(–3.49%), 덕양구(–0.28%)도 하락했다. 김 의원은 "공시가격 하락은 집값이 떨어져 자산 가치가 하락했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관건은 실제로 창릉지구 '지정 철회'가 가능한지다. 김 의원은 "과거 5건의 지구 지정 취소 사례가 있다"며 천안 성환과 신월지구, 하남 감북, 광명 시흥, 목동지구를 언급했다. 이들 택지개발지구는 주택시장 여건변화와 수요부족 등을 이유로 사업이 백지화된 바 있다. 김 의원은 "취소 사례와 현재의 경기상황을 고려할 때 철회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협의 거쳐 결정된 것…철회할 상황 아니다"
전문가들의 반응는 엇갈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창릉지구는 3만8000가구가 들어서는데, 1가구 2차량도 있지만 일단 차가 3만8000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교통정책은 제2자유로의 4차선 도로 확장밖에 없고, 나머지는 세절역에서 고양시까지 전철을 이용해야 한다. 말이 안 되는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토지 보상 금액이 책정돼 나가면 신도시 철회가 불가능하지만, 지금은 지구 지정만 됐기 때문에 취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오른 건 서울이지 서울 외곽이 아닌데, 유휴공간인 그린벨트를 해지해서 주택을 공급하는 것에 대해 원천적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지정을 재고해야 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철회 여부에서 중요한 건 사회적 합의가 아니라 이를 추진하는 정부의 의지"라면서 "국회의원 한 분이 공약으로 주장할 순 있지만, 이미 행정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라며 의문을 나타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신도시 지구 지정에 문제가 있거나,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가 강력하면 충분히 철회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행정과 정책의 신뢰성을 감안해서, 교통망 확충 등 자족 기능을 갖춘 신도시로 개발하는 게 더 올바른 방향"이라는 의견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택지지구 중 면적이나 규모가 큰 것을 신도시라고 부르는데, 신도시급이 철회된 사례는 없다"면서 "당정, 당청 협의를 거쳐 실행된 것이고 어마어마한 인프라 지원 계획이 다 연계돼 있어 취소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정부안도 완전히 무모한 건 아니기 때문에 누가 맞다 틀리다 얘기하긴 어렵다"면서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주민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주민들 "교통대책 시행이 우선"
주민들은 교통망 부족 등 현 상황을 우려하면서도 '철회 가능성'은 낮게 평가했다.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주민 A(58) 씨는 "아직 주변에 분양 물량이 많이 남은 상황에서 또다시 신도시를 건설한다는 것에 대해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면서 "이미 3기 신도시 철회 이야기가 나온 지 꽤 됐는데, 그게 실제로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탄현동에 거주하는 B(40) 씨는 "신도시 계획은 충분히 공감하는데, 열악한 교통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면서 "서울로 나갈 수 있는 지하철이 달랑 3호선 하나라서 자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자유로는 아침부터 주차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통 대책이 실제로 시행되는 공약이면 철회든 건설이든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가좌동에 거주하는 C(30) 씨는 "누구는 발전시키겠다고 하고 누구는 철회시키겠다고 하는데, 철회한다는 공약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면서 "많은 3기 신도시 중 유독 창릉지구만 철회할 수 있다는 명분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는 반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조기착공을 해야한다는 사람도 있다"면서 "개발 계획이 멈춰서거나 늦어지면 또 다른 불만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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