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귀환…갈길 먼 해외유산 환수

제이슨 임 아트전문기자 / 2025-07-09 14:41:26
일본서 귀환한 사경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과 불화 '시왕도' 공개
기환수 1만3000여 점 그쳐...아직도 해외에 있는 문화유산 24만7718점
"유산 환수는 역사 바로 세워 후대에 문화 주권 물려주는 일련의 과정"

아직도 약탈당한 수십만 점의 우리 문화재가 해외를 떠돌고 있다. 갈 길 먼 문화재 환수 과정이지만, 그래도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또다시 한 걸음을 뗐다.

 

두 기관은 8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일본서 환수한 두 점의 '불교문화유산'을 최초로 공개했다. 하나는 고려시대 사경(寫經)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이고 다른 하나는 조선 전기 불화 '시왕도'다. 

 

▲ 일본에서 귀환한 고려시대 사경(寫經)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 전체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제공]

 

사경은 불교 경전을 손으로 필사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번에 돌아온 사경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2'는 1334년 제작된 고려 시대 유물이다. 해당 유물은 감색(紺色) 종이에 금니(金泥·금물감)로 필사해 시각적으로도 매우 아름답고 정교하다. 내용은 '부처와 중생이 하나'라는 화엄종의 교리를 담고 있다. 표지에는 금·은니로 그려진 연꽃이 넝쿨무늬로 감싸 있는 등 당대의 '사경술'의 수준을 잘 보여준다. 발원문에는 '정독만달아'라는 인물이 부모와 황제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화엄경 81권을 필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 유물은 일본의 개인 소장자가 지난해 매도 의사를 밝히며 존재가 확인되었다. 이후 재단은 조사와 협상을 거쳐 올해 4월 해당 유물을 국내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 일본에서 귀환한 조선 전기 불화 '시왕도' 전체 이미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제공]

 

조선 시대에 그려진 시왕도(十王圖)는 저승의 재판관 역할을 하는 열 명의 시왕을 묘사한 불화다. 폭마다 한 명의 시왕과 그가 담당하는 지옥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근엄한 시왕의 모습과 그 아래서 체벌을 받는 망자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조선 시대 작품이지만 운문과 당초문, 소국화문 등 고려 불화의 전통 문양도 등장하는 특징이 있다. 염라왕이 쓰고 있는 면류관에는 북두칠성이 그려져 있어 기존 '염라왕도'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이 시왕도는 2023년 8월 일본 경매에 출품된 것을 재단이 직접 낙찰받아 환수한 작품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조선 전기 대표 '시왕도'다. 일찍부터 학계의 주목을 받은 작품"이라며 "현전하는 조선 전기 완질 시왕도 2점 중 하나로 그 의미가 크다"고 했다.

두 유물 모두 수백 년간 해외에 있었다. 또 그 존재조차 확인되지 않았던 문화재였다. 이들이 환수되기까지는 수개월에 걸친 조사와 외교적 협상, 그리고 정밀한 감정이 필요했다. 이번 성과는 단순히 돈을 들여 문화유산을 환수했다고 말하면 안 된다. 역사를 복원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행한 '능동적 문화 주권 회복 활동' 가운데 하나라고 평할 만하다.

▲ 환수된 여러 우리 문화유산.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홈페이지 캡처]

 

사실 우리 정부와 민간은 그동안 오랜 시간에 걸쳐 해외로 유출된 문화재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수백 년 전인 임진왜란을 비롯해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유출된 유물은 현재 수십만 점에 달한다. 대부분 외세가 약탈한 것들이다. 이런 우리의 유산은 아직도 세계 각국의 박물관, 개인 컬렉션, 심지어 온라인 경매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 가운데는 국보급 유물도 다수 포함돼 있다.

빼앗긴 유산을 되찾는 일은 국가의 본질을 일깨우는 일이다. 해외 주요 문화유산 보유국들도 유출된 자국의 유물 환수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탈리아는 '카라비니에리 문화재보호부대(Carabinieri TPC)'라는 전문 부대를, 이집트는 '이집트 문화재복원기구'(Egyptian Heritage Rescue Foundation) 활동으로 국제 경매 감시 및 정부 간 협의를 통해 자국의 유물 환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 그리스는 파르테논 신전 조각 반환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 중이다. 이들 국가는 이런 활동 이외에도 관련 국내법을 정비하고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문화재 환수의 가능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 역시 국가유산청과 2012년 산하에 설립된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전문 조직을 이끌며 본격적인 환수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단은 해외 유물 추적, 경매 감시, 학술 조사, 소장자와의 협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금까지 수백 점의 유물을 국내로 환수하는 데 성공했다. 민간의 참여도 점차 확대하는 추세다. 기부자들이 경매 낙찰을 지원하거나 학계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반환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외규장각 의궤실 개관 언론공개회. [뉴시스]

 

그 가운데 이미 수십 년 전 민관이 이룬 성과는 대단하다. 프랑스에서 반환된 외규장각 의궤는 해외유산 귀환 역사의 쾌거였다. 애초 외규장각의 존재는 1978년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서 근무하던 박병선 박사(당시 27세 역사학도)에 의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프랑스해군이 1866년 병인양요 당시 강화도에 침공해 외규장각을 불태우고 의궤 등 340여 권을 약탈한 지 112년 만의 일이다. 이 유물들은 이후 100년 가까이 프랑스 국립도서관 베르사유 분관의 폐기창고에 중국 서적으로 잘못 분류된 채 방치되어 있었다. 박 박사는 당시 해당 물건들을 발견, 학술적으로 이를 검증해 우리 정부에 보고했다. 이후 여러 외교적 성과가 겹치며 1993년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휘경원원소도감의궤' 1권이 상징적으로 반환됐다. 하지만 나머지 의궤는 2010년 서울 G20 정상회담 때가 돼서야 5년 단위 임대 형식으로 전량 고국에 돌아올 수 있었다.

 

또 다른 대표적인 환수 사례는 북관대첩비다. 이 비석은 1707년 조선 정부가 함경도에서 왜군을 무찌른 의병장 정문부의 승전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일본인들은 해당 유물을 일제강점기인 1905년 도쿄 우에노 공원으로 옮기고 이를 마치 '전리품'처럼 취급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와 북한의 공동 노력으로 1993년 비석은 다시 고국으로 돌아왔다. 북한을 경유해 인도된 이 비는 현재 함경북도 길주군에 복원되었다. 당시 성과는 남북 문화재 공동 환수라는 역사적 상징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이 외에도 미국에서 신라 시대 금세공 기술이 고스란히 남아 한국 고대사 연구의 핵심 자료가 되고 있는 황남대총 금 등 일본, 미국, 유럽 등지에서 환수한 불화, 불상, 고문서, 목판 인쇄물, 고려청자 등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 2025년 7월9일 현재 국외소재 문화유산 현황.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홈페이지 캡처]

 

그럼에도 올해 7월9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의 사이트에 게시된 통계(2025년 1월1일 기준)에 따르면 현재 해외에 남아 있는 우리 문화유산은 24만7718점(29개국 801개 처)에 달한다. 그 가운데 실태 조사가 된 유산은 10만8865점이다. 기존에 환수된 유산(2024년 1월 기준 12개국)은 1만2637점이니 아직 갈 길이 멀다.

더러 비전문가들은 해외의 우리 유산을 반입하는 데 "너무 큰 비용을 쓰는 거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낸다. 하지만 많은 역사 전문가는 "이는 단순히 유물을 다시 손에 넣는 일이 아니다. 어두운 역사를 바로 세우고 복원해 후대에 문화 주권를 물려주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일갈한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이번 귀환에 대해 "광복 80주년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 일본에서 돌아온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공개하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특히 이번에 공개하는 고려사경과 시왕도는 고려와 조선 전기 불교미술의 뛰어남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앞으로 많은 국민들이 보실 수 있도록 하여 그 가치를 나눌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지 두 점의 유산이 귀환했다'라는 뜻만이 아니란 얘기다.

 

KPI뉴스 / 제이슨 임 아트전문기자 Jasonyi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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