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하려 하면 미래 없어…우리만의 방향 잡아야"
"대기업 참여 긍정적이나 기업간 칸막이는 문제"
"공학자 존중받고 로봇·인간·환경 새롭게 정의해야"
로봇과 더불어 38년. 김진오 한국로봇산업협회장(65)의 삶은 로봇으로 대표된다. 기업연구원과 교수, 정책 입안자로 활동하며 인생 절반 이상을 '로봇 전문가'로 살았다.
일본 세콤연구소와 삼성전자 로봇사업부 수석연구원,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를 지낸 그는 산업자원부 지능형로봇기획단장, 로봇산업정책포럼 회장, 로봇융합포럼 실무위원장 등을 맡아 정책입안에 참여했다. 세계 로봇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에는 로봇계 노벨상인 '조셉 엥겔버그상'을 수상했다.
| ▲ 김진오 한국로봇산업협회 회장이 24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국로봇산업협회 사무실에서 KPI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
로봇 분야 최고 석학인 그가 국가와 기업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것은 '방향성 정립'. AI(인공지능)와 로봇 산업 시계가 어느 때보다 빨리 도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쳐야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제11대 한국로봇산업협회 회장으로서 취임 2년차를 맞은 김 회장을 24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국로봇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국로봇산업협회를 소개하면.
"한국 로봇기업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로봇산업발전을 이끄는 동반자다. 올해가 설립 26주년이다. 총 298개 기업 및 협단체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로봇앤드디자인, 유진로봇,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중견 로봇기업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 SK텔레콤, KT, HD현대로보틱스, 현대로템, 두산로보틱스, 한화로보틱스 등 로봇사업을 하는 대기업들이 회원이다."
- 방향성 정립을 강조한 이유는.
"제조 로봇은 일본, 서비스 로봇은 중국이 주도한다. 이대로 두면 5년, 10년 뒤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방향을 잡고 그에 맞게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적은 자본과 인력으로 살아남는 길이다.
우리는 선택과 집중이 아닌 모든 걸 다 하려 한다. 의료와 가전, 물류에 이어 지금은 휴머노이드를 띄우고 있다. 지난 20년간은 선진국에서 하는 것들을 복사(카피)해서 따라갔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다음에 무엇을 해야할 지 미래를 못 찾는다. 우리만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대기업 진출도 이어지는데.
"로봇은 위험하고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며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돕는다. 덕분에 로봇 산업은 역사적으로 행복한 시기를 맞고 있다. 로봇 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었고 가치 평가도 높아졌다.
대기업은 돈이 많고 생태계 안에 시장도 있어 산업적으로 긍정적이다. 하지만 칸막이는 문제다. 대기업 자본이 들어가면 그 로봇은 경쟁사에 팔지 못한다. 경쟁력을 기르되 판매는 해외에서 해야만 한다. 방향성을 제대로 잡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 ▲ 김진오 한국로봇산업협회 회장 [이상훈 선임기자] |
- 한국 로봇 산업의 어려움은.
"로봇 만드는 기업들은 돈을 벌지 못했다. 2000년대 들어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는 로봇, 돈 버는 기업들이 생겼지만 한국은 그마저도 늦다. 지금도 돈 버는 기업들이 별로 없다. 주가가 오른 거지 사업 대부분이 적자고 규모도 영세하다.
국가의 지원 없이 스스로 다 해결해야 해서 그렇다. 로봇은 복합 기술이다. 중국이나 일본 기업들은 몇 가지만 잘하면 나머지를 국가에서 지원받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시장도 작고 배타적이다. 로봇을 사주는 대신 다른 고객에게 팔지 말라는 곳도 있다. 여러 곳에 팔아야 돈이 되는데 어쩌란 말인가."
- 산업 육성책을 제안하면.
"한국은 몇 년 걸려 한 두 건 시범사업을 하는데 중국은 1년에 10건, 많으면 100건을 한다. 품질 상승도 빠르다. 그렇다고 우리가 중국처럼 할 수는 없다. 체제와 사회 제도가 다르다. 그래서 올해 역점을 두는 작업이 '우리의 길을 찾는 것'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는 제조와 국방이다. 국방은 부품부터 다 국산화해야 한다. 산업부는 제조, 국방부는 국방 로봇에 집중하고 다른 분야는 각 부처에서 나오는 기술을 통합하는 방안을 취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 한국로봇산업협회를 1년간 이끌었다. 성과와 계획은.
"인류의 수만큼 로봇이 생길 거라는 얘기가 있다. 로봇의 특성에 맞는 설계와 정책이 나와야 한다. 분산화되고 특화된 정책이 도출되도록 협회가 앞장 설 것이다.
협의회도 7개 정도 만든다. 로봇 부품과 도시, 제조, 시스템 등 제 분야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아울러 로봇 기업들이 고객과 만나는 장도 펼친다. 반도체와 바이오, 자동차, 국방 등 협회들과 협약(MOU)을 맺고 기업들과 연결 접점을 늘리고 있다.
융복합적 로봇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학들과도 협력, 현장의 교육 커리큘럼 정립을 지원하고 강연 등으로 협력할 예정이다."
- 4월엔 광운대 석좌교수로 부임한다. 로봇 석학으로서 조언은.
"로봇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사회의 대책이다. 로봇과 인간, 환경이 새롭게 정의되는 사회를 만들고 로봇을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공학자가 존중받는 분위기도 필요하다. 공학자를 우대하지 않은 정부와 사회, 공학만 했던 공학자들이 모두 문제였다고 본다. 내가 모범이 되고자 일주일에 70시간 이상 로봇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KPI뉴스 / 김윤경 IT전문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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