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있으면 문제없지만 사외이사 법적 책임 강화해야"
20대 증권사 사외이사 총 80명(4일 기준) 중 17명이 금융감독원과 정‧관계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외이사제도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1998년 도입됐다. 회사의 경영을 직접 담당하는 (사내)이사 외에 외부 전문가를 이사회 구성원으로 선임해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하려는 목적이다. 상법 제542조의8에 따르면 상장회사 사외이사는 3명 이상이며 이사 총수의 과반수여야 한다.
![]() |
| ▲ 사외이사는 경영진의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객관적인 입장에서 회사의 경영상태를 감독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게티이미지뱅크] |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금융권 취재를 종합한 결과 작년 기준 자기자본 상위 20개 증권사의 사외이사 80명 중 금감원 출신은 총 5명이다.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키움증권, 하이투자증권, LS증권(전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에 각 1명씩이다.
정용선 미래에셋증권 사외이사는 증권시장담당 부원장보를, 김창록 KB증권 사외이사는 수석부원장을, 유광열 키움증권 사외이사는 수석부원장을, 조선호 하이투자증권 사외이사는 증권검사 2국장과 신용회복위원회 사무국장을, 정갑재 LS증권 사외이사는 금융투자감독국장 등을 금융감독원에서 지냈다.
정 사외이사는 지난해 재선임 당시 의결권 자문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로부터 재선임 반대 평가를 받았다. 2019년 정 이사가 금호석유화학 사외이사로 활동할 당시 배임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아 취업제한이 됐던 박찬구 회장 사내이사 선임안에 찬성표를 던진 점을 문제삼았다.
금감원 출신 증권사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임기 당시 모두 이사회 안건에 대해 한 번도 반대표를 던진 적이 없다.
금감원 출신 증권사 사외이사들의 개별 보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들이 속한 증권사 사외이사들의 1인당 평균 보수액(감사위원 겸직의 경우 감사위원회 평균 보수액으로 집계)을 통해 추측할 순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사외이사 1인당 평균 보수액은 6800만 원이다. KB증권은 6200만 원, LS증권은 4600만 원, 하이투자증권은 4200만 원이다.
![]() |
|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19개 증권사 본사 및 부산은행본사 등 20개 금융사] |
20대 증권사 사외이사 중 정‧관계 출신은 KB증권, 키움증권, 삼성증권, 대신증권, 하나증권, IBK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7개 증권사에 총 11명이었다.
정계 출신으로는 박원주 삼성증권 사외이사가 문재인 정부에서 마지막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냈다. 기획재정부 출신으로는 김창록 KB증권 사외이사, 전병조‧곽범국 하나증권 사외이사, 김근수 IBK투자증권 사외이사 등 총 4명이 있다. 김창록 사외이사는 금감원 수석부원장과 기재부 관리관을 지내 금감원과 기재부에 모두 경력이 있다.
법조계 출신으로는 박성수 키움증권 사외이사, 김성호 대신증권 사외이사, 김용대 유진투자증권 사외이사가 각각 대법원장 비서실 부장판사, 58대 법무부장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및 서울가정법원 법원장 경력이 있다.
한승희 대신증권 사외이사는 22대 국세청장을, 남기명 하나증권 사외이사는 27대 법제처장을, 한만희 유진투자증권 사외이사는 국토해양부 제1차관을 각각 지냈다.
사외이사 중 증권사 유관기관 출신으로는 코스콤 상임감사를 지낸 BNK투자증권의 노희진 사외이사와 금융투자협회 5대 회장을 지낸 LS증권의 나재철 사외이사 등 총 2명이 있다.
![]() |
|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19개 증권사 본사 및 부산은행본사 등 20개 금융사] |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에 대해 "증권사가 금감원이나 정‧관계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현상이 과거부터 지속되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금감원이나 정‧관계 출신 사외이사가 규제 당국의 감시와 견제로부터의 방패막이로 사용될 수 있다"며 "또 나중에 사외이사가 될 가능성을 고려해 증권사에 대한 규제당국의 철저한 감시와 견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문성이 있다면 금감원, 정‧관계, 증권사 유관기관 출신을 사외이사로 임명하는 건 문제는 없다"고 했다. 그는 "회사의 수입, 비용, 리스크, 인사, 재무, 예산, 조직 등 전반적인 사항을 모두 파악하고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하기에 전문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제와 관련이 없는 정‧관계나 법조 출신의 경우 전문성 부족하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회사가 적자가 나거나 주주 가치 제고에 반하는 결정이 이뤄졌을 때 감시와 견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 사외이사에 책임을 강화하는 법적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손실배상 등의 문제로 증권사가 배임논란이나 이해상충 등 법적 리스크에 당면할 때는 법적 자문이 필요하다"며 법률 전문가 선임 이유를 설명했다.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안건에 대해 반대를 거의 하지 않아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비판에 대해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안건이 이사회에 상정되기 전에 비공식적으로 이사들끼리 논의한다"며 "반대표가 나오면 아예 이사회에 안건을 올리지 않아서 그런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KPI뉴스 / 김신애 기자 love@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