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세진 상급심에 국감까지…재계 '사법 리스크' 심화

김윤경 IT전문기자 / 2024-09-27 18:00:27
항소심·상고심으로 재판 다시 본격화
위기 상향되며 사법 리스크도 커져
정치적 이슈 얽혀 재판 향배 예측불허
재판 이슈 국감 도마로…숨죽인 재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재판이 본격화되며 재계가 한층 심화된 사법리스크에 휘말렸다.

세 사람 모두 항소심과 상고심으로 위기가 상향됐고 재판과 연관된 내용으로 검찰과 국회, 시민단체의 파상공세까지 이어진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월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관련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해, 구 회장은 LG 오너일가에게 부과된 상속세 중 108억 원에 대해 취소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최 회장은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과의 세기의 이혼소송이 대법원 상고심을 앞두고 있다.


결과는 예측불허다. 굵직한 정치적 이슈들이 얽혔고 과거 판결과 배치되는 재판까지 제기됐다. 이 회장 재판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최 회장 건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 비자금설에 각각 연루돼 있다. 구 회장 재판만 기업과 가족 관련 송사다.

내달 7일 시작하는 국회 국정감사도 재계를 옥죄는 요인. 재판 관련 정치적 이슈들이 국감 도마에 오르며 여론 재판까지 예고한다.

 

항소심 앞두고 무죄 선고 배치되는 손배소

 

이 회장 재판에서는 국민연금이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국정농단사건 관련 인물인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소송 대상에 포함된 점이 민감하다.

두 사람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당시 손해가 자명한데도 국민연금에 찬성을 압박한 혐의로 기소돼 2022년 4월 대법원에서 2년 6개월의 징역형을 받았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의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에서 정부가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위원들이 독립적 판단에 따라 표결했다'는 진술을 인용해 이 회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2022년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되지만 국민연금의 손해배상 청구와도 결이 다르다. 지속적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삼성전자 전·현직 임직원 등에 대해 오는 30일부터 11월 25일까지 2주 간격으로 총 5회에 걸쳐 공판을 진행한다.

첫 공판에서는 검찰이 2019년 삼성바이오로직스·에피스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 등의 위법성을 조사한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 자료들이 위법하게 수집됐다며 무죄 판결의 근거로 활용했다.

이혼소송에서 추가 비자금 조사로

 

최 회장의 이혼 소송은 2심 판결에서 뒤집혔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 비자금 유입설'이 문제였다. 비자금 논란은 증폭되는 양상이다.


대법원은 지난달 21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사건을 1부에 배당했고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이슈는 진위 여부와 국고환수 논란으로 전환하며 국회와 검찰로 확산됐다.

국회 법사위는 노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와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장, 딸 노 관장을 다음달 국감 증인으로 소환한다. 노 관장 측이 2심 재판에서 주장한 '300억'을 포함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노 전 대통령의 추가 비자금을 찾기 위해서다.

국회의 추가 비자금 의혹이 SK에 득이 될 지, 더 큰 어려움이 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 국감의 진위성 논란이 재판 흐름을 다른 방향으로 전환시킬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 측은 '비자금이 유입된 적 없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치지만 300억 비자금이 입증되면 3심도 복잡해진다. 노 관장 역시 2심 판결과 달리 비리 질의와 수사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비자금 국고 환수 요구도 높아진다. 국민의힘 박준태, 진보당 윤종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몰수와 추징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했다.

검찰도 300억원 비자금 메모에 대한 수사를 검토 중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지난 19일 이희규 한국노년복지연합 회장이 300억원 비자금의 진위를 수사해달라고 제출한 고발장을 접수해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유민종)에 배당했다. 범죄수익환수부는 범죄로 얻은 수익을 추적해 국고로 환수하는 기능을 전담한다.

세금 부과 취소 요구 패소…항소심은

 

구 회장은 모친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구연수씨와 용산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상속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 대한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첫 변론기일은 11월 15일이다.


구 회장과 세 모녀는 2018년 11월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으로부터 ㈜LG 지분 등 유산을 상속받으며 세무당국으로부터 약 9420억원의 세금을 부과받았다.

하지만 구 회장 일가는 2022년 9월 비상장주식인 LG CNS의 지분 1.12%(97만2600주)의 주식가치가 과대평가됐다며 세무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평가액이 문제였다. LG일가는 1주당 1만5666원, 세무당국은 2만9200원으로 평가하면서 차액이 발생했다.

구 회장 측은 1심에서 패소했다. 항소심에서는 소액주주끼리 거래한 금액을 시가로 산정하는 방식의 위법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세무당국은 비상장 주식이라도 정해진 기간 내 이뤄진 거래를 기준으로 주식가치를 산정해야 한다. LG일가 측은 시가가 없는 주식은 거래 금액이 정상적인 주식가액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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