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디즈, "크라우드펀딩은 중개업자"…규제 사각지대 악용
누적 펀딩 금액 1000억원을 돌파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대표 신혜성)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연이은 불량 제품 펀딩, 미흡한 후속 대처에 이어 최근에는 펀딩 제품에 불만을 제기한 소비자가 고소 당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국내 스타트업 A업체는 지난해 10월 와디즈에서 '맥을 윈도우로 바꿔주는 매직스틱' 펀딩을 진행했다. USB를 꼽기만 하면 윈도우 운영체제가 자동으로 설치되는 제품으로 이해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A업체는 프로젝트 오픈 1시간 만에 목표금액의 1659% 펀딩받았고, 총 5375만7000원 펀딩을 달성했다.
하지만 상품 설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당 제품에는 윈도우 운영체제조차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윈도우 설치를 위해서는 별도로 윈도우 라이센스를 구매해야 할 뿐만 아니라, USB를 이용해 윈도우를 설치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추가로 설치해야 했다.
더군다나 이처럼 USB를 이용한 윈도우 설치는 일반 USB로도 충분히 가능한 것임에도 펀딩 물품들의 가격은 최소 17만5000원에서 최대 41만3000원에 달했다.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펀딩 참여자들의 환불 요구와 사기 의혹 제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A업체는 와디즈에 낸 수수료 등을 고려해 지불 금액의 39퍼센트는 제하고 환불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소비자들의 불만은 증폭됐다.
A업체의 적반하장 대응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A업체는 와디즈 댓글을 통해 자사 펀딩 제품을 비판한 B씨를 상대로 지난해 11월 말 업무방해 및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사실 적시 명예훼손 등으로 민사 및 형사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G마켓, 옥션, 11번가 등 대형 오픈마켓에서도 판매자가 소비자를 고소한 사례는 알려지지 않아, 업계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 일색이다.
A업체가 문제 삼은 B씨의 댓글의 내용은 "제품을 기획하려면 이 분야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소프트웨어 지식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속도만 차이가 있지 똑같은 제품 제가 만들어드립니다" 등이었다.
현재 이 사건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중재 과정을 거치고 있다.
진물 안경 등 각종 불량 제품 논란 때마다 "플랫폼을 제공하여 온라인상의 거래를 중개하는 중개자이며 크라우드펀딩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와디즈는 이번 사건에서도 사실상 뒷짐을 지고 있다.
와디즈는 이 사건이 불거진 후 댓글창 상단에 "최근 메이커 또는 제3자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비방 목적의 댓글로 인해 당사자간 법적분쟁이 발생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악의적 댓글 작성자는 명예훼손, 모욕 등으로 법적 책임을 부담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명시했을 뿐, 불량 제품을 줄이기 위한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와디즈는 펀딩 프로젝트에 대한 사전 심사를 엄격히 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와디즈에 불량 제품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와디즈에서 고단백 영양식사 '비타밀'을 판매한 C업체는 펀딩 완료 후 지난해 11월 갑작스럽게 용량 변경을 공지했다. 이에 일부 펀딩 참여자들이 환불을 요청하자 제작이 어렵다며 전체 환불 결정을 내렸다.
환불은 1월 중순에서야 순차적으로 진행되기 시작됐다. 대다수 펀딩 참여자들은 몇달째 환불을 받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와디즈가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자, 펀딩 참여자들은 C업체와 직접 접촉도 시도했다. 하지만 C업체 관계자는 이미 잠적한 상태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재수 의원과 포털 쇼핑, 배달 앱, 오픈마켓 등 전자상거래 중개업체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상품 공급자가 아니라 플랫폼을 제공한 기업이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제하는 내용의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최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와디즈에서 진행되는 크라우드펀딩은 전자상거래로 분류되지 않아, 전자상거래법 개정 결과와 관계 없이 와디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당 법안 개정은 전자상거래 중개업자에게 판매업자에 준하는 책임을 부과하기 위한 취지"라면서도 "통상적으로 크라우드펀딩은 전자상거래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크라우드펀딩도 인터넷 쇼핑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와디즈 펀딩 참여자들 다수는 "크라우드펀딩도 사실상 쇼핑이나 마찬가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와디즈에서 펀딩이 진행된 목욕솔 D제품은 중국 제품을 수입해 판매한 것이었다. D제품 제조사에 따르면 와디즈 또한 수입 계약 내용을 인지하고 프로젝트 중개를 진행했다.
K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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