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2번째 단체 행동…'노동 존중 실천' 요구
성과급 '0원'으로 시작한 반발…조합원 수 급증
28일 노사 본 교섭…결렬시 단체행동 수위 높여
삼성전자 직원들이 24일 오후 삼성전자 서초서옥 앞에 대거 집결했다. 이들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조합원들로 2차 단체행동을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모인 삼성전자 직원 수는 약 2500명. 시간이 지나면서 합류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경찰 제지에도 지나가는 행인들까지 멈춰 서서 무대 위 공연을 관람, 행사에는 4000여 명 이상의 인파가 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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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조합원들이 24일 삼성전자 사업지원TF(옛 미래전략실)가 있는 서초 사옥 앞에서 '가자! 서초로!' 라는 구호를 내걸고 '3만 삼성전자 조합원과 함께하는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윤경 기자] |
삼성전자 직원들의 대규모 단체행동은 지난 4월 17일 수원 화성 DSR 에서 개최한 1차 행사 이후 두번째다. 1969년 창립 이래 지난 55년간 파업이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던 삼성전자로서는 창사 이후 2번째 직원들의 쟁의다.
전삼노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삼성전자 사업지원TF(옛 미래전략실)가 있는 서초 사옥에서 '가자! 서초로!' 라는 구호를 내걸고 '3만 삼성전자 조합원과 함께하는 문화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한기박 쟁의대책위원장의 진행으로 손우목 위원장의 대회사에 이어 뉴진스님과 가수 에일리, YB밴드가 공연하는 문화행사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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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삼노 조합원들이 삼성 서초 사옥 앞 바리케이트 안에서 문화행사를 진행하는 모습. [김윤경 기자] |
행사의 목적은 '노조 무력화 시도 규탄'이다. 회사측에 '노사협의회를 앞세운 노조 무력화 시도를 철회하고 노동조합과 대화를 통해 원만한 단체교섭을 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다.
전삼노는 "삼성전자 창사 이후 처음으로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하고 회사측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회사가 노조를 무시하고 직원들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현국 부위원장은 "우리가 마치 '임금 6.5% 인상과 휴가 사용, 성과급 200% 요구'를 위해 집단행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우리는 피땀 흘린 노동의 대가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요구하고 회사가 노동 존중을 실천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사장 옆에는 '임금 6.5% 인상 아니다', '격려 200% 요구 아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행사 참가자들은 검정색 조합원 티셔츠를 입고 공연을 즐겼다. 조합 티셔츠를 미처 구입하지 못한 사람들은 검정색 티셔츠를 입고 대열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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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삼노 문화행사의 구호가 적힌 표지. [김윤경 기자] |
전삼노는 이날 합리적인 성과급 지급과 실질적 휴가 개선책도 촉구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올해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에서 영업이익이 11조원이 나더라도 사측은 성과급 0% 지급을 얘기하고 있다"면서 "회사가 불투명과 불통으로 일관하면서 직원들에게 무한 경쟁과 충성을 요구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직원들의 노력으로 영업이익을 많이 냈으면 그만큼 정당하게 보상하라"며 "앞으로 성과급은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투명하게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전삼노는 "휴가 사용 건이 노사 합의 직전까지 갔다가 갑작스레 무산됐다"면서 "사업지원TF장인 정현호 부회장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고 이재용 회장이 약속한 무노조 경영 폐기 약속을 즉각 지키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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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삼노 집행부가 문화행사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윤경 기자] |
삼성전자 노사의 균열은 실적 악화로 올해 성과급이 대폭 줄어들면서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이 사상 초유의 적자를 내며 대부분 부서에서 성과급(OPI)이 줄었다. DS 직원들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2022년 역대급 실적으로 지난해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받았던 DS 직원들은 연봉이 사실상 30% 삭감되는 상황을 맞았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7조원 넘는 손실에도 직원들에게 성과급과 격려금을 지급한 점도 삼성전자 직원들을 자극했다.
노조는 '정작 책임져야 할 의사결정권자들은 성과급을 챙기고 열심히 일한 직원들만 피해를 입는다'며 책임론을 강조하고 있다.
이현국 부위원장은 "HBM(고대역폭메모리) 사업을 망가뜨린 사람은 '필요 없다, 미뤄라'고 지시하며 연구소 축소를 단행한 당시 김기남 대표였다. 직원들은 밤새워 열심히 일했는데 왜 피해는 우리만 지느냐"며 분노를 터뜨렸다.
경계현 사장이 용퇴하고 삼성전자가 반도체 수장까지 교체했지만 직원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노조 조합원들의 수도 급증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 가입자는 처음 3명으로 시작해 지난해 말 1만 명을 돌파했고 5개월이 지난 현재 3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20일 기준 삼성전자 노조 조합원 수는 2만8323명이다.
전삼노는 TF장인 정현호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행사의 구호에도 '응답하라! 정현호 부회장'이라는 문구를 담았다.
반도체 사업 새 수장으로 올라선 전영현 부회장의 사태 해결 여부도 주목된다. 직원 반발이 가장 심한 곳이 반도체 사업부문이라는 점에서 전 부회장이 어떻게 문제를 풀어낼 지 지켜볼 일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28일 회사와 본교섭을 진행한다. 협상이 결렬되면 29일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행동 수위도 높일 예정이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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