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품겠다는 퀄컴의 야심…'미안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

김윤경 IT전문기자 / 2024-09-23 17:45:14
'반도체 제왕' 이미지 구긴 퀄컴의 인수 타진
퀄컴의 야심에도 '실현 불가능' 분석 이어져
반독점 규제부터 제정 부담까지 곳곳에 복병
기술 특허 계약과 우군 지원도 퀄컴에겐 부담

경쟁자 퀄컴의 인수 타진 소식에 '반도체 제왕' 인텔이 이미지를 잔뜩 구겼다. 세계 최강 반도체 회사가 인수 매물로 전락했다는 조롱이 이어지며 인텔의 방만한 경영과 부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더 많다. 인텔 인수는 세계 최강 기술 기업을 꿈꾸는 퀄컴의 야심에 불과할 뿐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지어 제보자가 월스트리트저널에 왜 이런 소식을 전했는지 의심스럽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 인텔의 AI PC 경험을 알리는 이미지. [인텔 홈페이지]

 

23일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다수 외신들은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를 인용해 퀄컴이 인텔의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텔이 기술 리더십 부재로 AI(인공지능) 열풍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 경쟁자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는 내용이다.

주식 시장은 요동쳤다. 20일(현지시간) 인텔 주가는 3.31% 급등했고 퀄컴 주가는 2.87% 급락했다. 천문학적 인수대금 유입과 마련을 고려한 시장의 반응이었다.

충격은 오래가지 않았다.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뒤를 이었다. 인수가 성사되면 5G와 AI, 인텔의 x86 기술력이 더해지며 퀄컴 제국이 설립되지만 반독점 규제와 기술적 특허, 제조와 기술 중심으로 갈리는 두 기업의 문화적 차이로 '결합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쏟아졌다. 

 

인텔-AMD 특허 계약부터 손 봐야

 

영국 테크 매체인 더레지스터는 "퀄컴이 인텔을 살 방법이 없다"며 인수 가능성을 부정했다. 주된 이유로는 2009년 인텔이 AMD와 체결한 크로스 라이선스 특허 계약을 들었다. 

 

두 회사는 인텔의 모든 PC와 서버용 프로세서에 포함된 x86(32비트)과 x86-64(64비트) 명령어를 자유롭게 사용하되 둘 중 한 곳이라도 지배구조가 바뀌면 계약을 종료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테크 칼럼니스트 토비아스 만은 AMD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인텔이 설계한 x86-64 칩 생산이 불가하고 퀄컴이 얻을 이익이 크게 줄어든다고 봤다. 법정에서 문제를 풀어볼 수 있지만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흠. 정보기술(IT) 시장의 속도와도 거리가 멀다.
 

美 반도체 상징 '인텔을 구하라'

 

미국 정부를 포함, 인텔 우군들의 지원도 퀄컴에는 우호적이지 않다. 56년 역사 동안 미국 반도체의 상징으로 인식돼 온 인텔의 몰락을 정부와 우군들이 방관할 리 없어서다.

미 바이든 행정부는 인텔을 중심으로 반도체 부흥을 꾀하고 있다. 보조금 지급 1호도 인텔이었다. 인텔의 기사회생을 돕기 위해 미 정부가 꺼내 든 카드는 추가 보조금이다.

미 정부는 지난 3월 총 195억 달러(26조1300억 원)의 보조금과 대출 지원에 이어 지난 13일 국방부용 반도체 개발 생산 명목으로 35억 달러(4조6600억 원)의 추가 보조금 지원을 약속했다.

투자사도 나섰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자산운용사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는 퀄컴의 인수 타진 소식이 전해진 후 곧 인텔에 50억달러(약 6조7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제안했다. 투자 근거는 인텔에 대한 신뢰다.
 

넘기 어려운 반독점 규제 장벽

 

미국과 유럽, 중국 등의 반독점 규제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결합 논의가 무력해질 정도로 장벽이 높다. 인텔과 퀄컴 모두 반도체 거물이라 둘이 손을 잡으면 독과점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과도한 시장 지배력은 소비자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인텔과 퀄컴 모두 중국내 거래가 활발해 미국과 중국 정부 모두 두 기업의 합병을 저지할 것으로 본다. 두 기업이 손을 잡으면 반독점은 물론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인텔의 타워 세미콘덕터 인수 시도와 퀄컴의 NXP 세미컨덕터 인수 시도를 저지한 이력이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도 지난 2017년 퀄컴의 브로드컴 인수를 막았다. 브로드컴 본사가 싱가포르에 있었다는 게 문제였다.

거물간 결합이라는 점에서 각국 규제 당국의 저지 움직임도 거셀 전망. 유럽과 아시아 규제 당국은 2021년 독점 금지법을 근거로 엔비디아의 Arm(암) 인수 시도를 차단한 바 있다.
 

재정적 부담은 어떻게 극복할까

 

인텔이 지닌 부채와 인수 이후 주식 가치 희석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로이터는 인텔의 시장가치를 부채 포함 1220억 달러(약 163조5000억 원)로 보고 시장 가치 1880억 달러(251조9000억 원)인 퀄컴이 어떻게 인수 자금을 마련할 지 의심스럽다고 봤다. 퀄컴이 보유한 현금은 약 130억 달러(17조4200억 원)로 전해진다.

두 회사가 현금이 아닌 주식 교환 방식으로 결합을 추진한다면 최대 주주인 미 자산운용사 뱅가드그룹을 포함, 전세계 은행과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IT전문매체 톰스 하드웨어는 '두 회사의 합병이 가능할 수는 있지만 부채 문제와 주식 가치 희석이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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