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공방 돌입한 LG家 상속 분쟁 쟁점과 전망

김기성 / 2023-10-08 17:19:16
선대회장의 유지 메모 존재 여부 다툼
구광모 양자 입적 때부터 ‘차기 회장’ 중론
상속 다툼 길어지면 LG 이미지 타격 불가피

당사자에게는 참담하기 그지없지만, 3자 입장에서는 불구경과 싸움구경이 가장 재미있다는 말이 있다. 하물며 조 단위 재산을 두고 다툼을 벌이는 재벌가의 상속 다툼은 구경꾼에게는 놓칠 수 없는 재밋거리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LG가의 상속 다툼은 씁쓸한 뒷맛을 부정할 수가 없다. 장자상속·인화를 내세우는 LG가의 전통이 무너지는 것도 그렇지만, 법적으로 허점이 있으면 망자(亡者)의 유지(遺旨)도 지켜지기 쉽지 않다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고 구본무 전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 구연경·구연수 씨가 아들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지난 2월 제기한 상속회복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이 지난 5일 열렸다. 서로 고되고 긴 법정 다툼의 시작에 불과하지만, 대략적 쟁점은 엿볼 수 있었다.

 

이날 재판은 구본무 회장 별세 당시 그룹 총수 일가의 재산을 관리하고 상속 분할 협의를 이끈 하범종 LG 경영지원본부장(사장)에 대한 증인 신문으로 진행됐다.

 

▲ LG가 상속 분쟁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양자로 들어가 경영권을 승계한 구광모(사진) 회장을 상대로 고 구본무 회장의 부인과 두 딸이 제기한 상속회복 청구 소송이다. [뉴시스]

 

구광모 승계 메모” VS “메모 본 적 없어

 

하 사장은 이날 증언에서 법적 효력을 갖춘 유언장은 애초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구본무 회장이 뇌 수술을 받기 전에 병실에서 경영재산을 모두 구광모 회장에게 승계하겠다는 말을 했고 그 내용을 정리한 뒤 구 회장이 직접 자필로 서명한 메모가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 사장은 구본무 회장이 수술에 들어가기 직전 '광모에게 경영재산을 다 넘겨주라'고 말했고 그 내용을 A4용지 한 장에 문서로 만들어 선대회장의 서명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하 사장은 상속 절차를 세 모녀에게 보고하면서 이 메모를 여러 차례 보여줬고 세 모녀도 이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메모가 유언장도 아닌 데다가 상속이 메모대로 이뤄지지 않아 상속세 종결 이후 효용 가치가 없어져 업무 관행에 따라 폐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원고(세 모녀) 측은 상속 절차 과정에서 유언장이 있다는 언급을 여러 차례 했다면서 유언장이 있는 것으로 속았다고 주장했다. 또 구본무 회장의 유지가 담긴 메모도 세 모녀는 보지 못했다면서 메모가 파기된 경위에 대해서도 하 사장에게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구광모, 양자 입적 때부터 차기 회장으로 인정받아

 

고 구본무 회장에게는 75년생 친아들 구원모 씨가 있었다. 그러나 94년 불의의 사고로 19세 나이에 사망했다. 그 이후 고 구 회장은 아들을 갖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96, 51세의 늦은 나이에 자녀를 얻었지만, 아들이 아닌 막내딸 구연수 씨였다.

 

LG그룹은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유지에 따라 장자상속을 지켜왔다. 구인회 회장구자경 회장구본무 회장으로 3대째 이어진 장자상속이 끊어질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그러다가 2004년 고 구본무 회장은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맏아들 구광모를 양자로 받아들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연히 장자상속의 전통을 이어가려는 양자 입적으로 해석됐다.

 

그리고 2018517LG는 이사회를 열어 당시 상무였던 구광모를 등기이사로 추천하는 안건을 의결했고 사흘 뒤인 520일 구본무 회장이 타계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보면 구본무 회장이 타계하기 직전까지 차기 회장은 구광모라는 데 LG에서는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구광모를 회장으로 추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경영권을 위한 지분 상속은 고인의 유지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고 구본무 회장의 유지를 밝히는 재판돼야

 

물론 구광모를 양자를 들인 이후 고 구본무 회장의 마음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소송을 제기한 세 모녀 측이 이를 추정할 수 있는 가족 대화 녹음이 있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있다.

 

유지를 담았다는 메모의 존재 여부와 그 내용, 그리고 녹음의 내용, 이 모든 것들은 법정에서 법적으로 가려질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상속 절차상의 법적 요식 행위의 하자나 흠결이 아닌 고 구본무 회장의 유지가 무엇이었는지를 밝히는 데 집중돼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 재계에서 보기 드물게 상속 다툼이 없는 LG그룹의 인화를 이어가는 길이고 또 우리 경제의 버팀목 가운데 하나인 LG그룹의 안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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