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조주완 이어 윤 대통령까지…저커버그, 한국 방문 성과는

김윤경 IT전문기자 / 2024-02-29 17:58:12
마크 저커버그, 한국에 AI와 XR 협력·연대 제안
엔비디아·TSMC 견제하고 연관 생태계 확장 함의
윤 대통령과 반도체 지원·AI칩 생태계 확장 논의
협력 현실화되면 자존심 회복·시장 확보 결실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메타 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9년 4개월만에 한국을 찾아 AI(인공지능)와  XR(확장현실) 협력·연대를 제안했다. 한국 기업들과 협력해 1위 기업의 독주를 견제하고 관련 생태계를 확장하겠다는 함의가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저커버그 CEO는 2박3일 한국에 머무르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조주완 LG전자 대표, AI·XR  스타트업 대표 및 개발자 등과 만났다. 29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왼쪽)를 접견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논의 주제는 AI 반도체와 XR로 모아졌다. 저커버그 CEO는 이 회장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만찬을, 조 대표와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오찬을 함께 하며 AI 반도체 협력과 XR 신사업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윤 대통령과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에 대한 지원을 우회적으로 요청하고 현재 메타가 개발 중인 AI칩 관련 생태계 확장을 안건으로 도출했다. 저커버그는 지난 2021년 페이스북 사명을 메타로 바꾼 후 일반인공지능(AGI) 개발과 메타버스 등 AI 신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대통령실 브리핑에 따르면 저커버그 CEO는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점유율 2위인 삼성을 거론하며 협력 확대의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진다.

저커버그 CEO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대만 TSMC 의존도가 높아지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점이 협력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 투자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정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화답했다.
 

▲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퀘스트3'를 착용한 모습 [저커버그 인스타그램]

 

XR 제휴는 저커버그가 한국 방문에서 중점을 둔 주제였다. 저커버그 CEO는 삼성과 LG에 이어 스타트업들과도 협력을 타진했다.

조주완 LG전자 CEO와 권봉석 LG COO, 박형세 LG전자 사장과는 양사의 차세대 XR 기기 개발 전략부터 구체적 사안들까지 심도 깊게 논의했다. 

 

이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메타코리아에서 진행된 국내 스타트업 대표 및 개발자들과의 만남에서는 AI·XR 생태계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윤 대통령과도 XR 사업을 얘기했다. 윤 대통령은 메타의 XR 헤드셋을 언급한 후 "메타가 상상하고 설계한 것을 한국 산업이 적극적으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와는 여러 상황으로 추론할 때 XR 협력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저커버그 CEO는 2013년과 2014년 이 회장과 만났고 이후 양사가 합작한 VR 헤드셋 '기어 VR'을 출시했다. 
 

▲ 조주완 LG전자 CEO(왼쪽부터),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권봉석 (주)LG COO가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만나 XR(확장현실) 사업의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전략적 논의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저커버그 CEO가 이처럼 AI 및 XR 협력을 타진한 이유는 엔비디아 독주에 맞서 AI 반도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개발 중인 AI칩 생산은 TSMC에 의존하기 보다 삼성과 손잡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VR(가상현실)과 MR(혼합현실)을 포함한 XR 시장은 메타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도 협력사 확대가 불가피하다. 이 시장은 사실상 메타 독주 체제였지만 애플 '비전 프로'가 부상하며 저커버그의 자존심에도 금이 갔다.

애플과 달리 오픈 생태계를 지향해 온 메타로서는 경쟁력 있는 기업과 연대, 시장 주도권을 다시 잡고 협업 생태계까지 확장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메타가 지난해 10월에 출시한 '퀘스트3'는 출시 3개월 만에 100만 대가 판매됐지만 중국과 일본 기업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50% 밑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애플까지 이슈를 앗아가 자존심 회복이 시급한 실정이다.

저커버그는 지난 1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비전 프로 사용 후기를 남기며 "여러 면에서 메타의 퀘스트3가 더 낫다"고 강조했다. 가격면에서도 퀘스트3(500달러)가 비전프로(3499달러)보다 훨씬 저렴하고 무게 역시 120g 더 가벼워 "사용 편의성 면에서 비교할 바가 못된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모바일에서는 애플의 폐쇄형 모델이 승리했지만 PC 시대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개방형 전략이 이겼고 메타 역시 열린 생태계로 다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저커버그 메타 CEO가 2023년 5월 자체 개발한 AI칩을 첫 공개하고 있다. [저커버그 인스타그램]

 

한국은 최적의 파트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이들 역시 AI칩 개발과 XR 사업을 본격화하며 협력 파트너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HE사업본부에 XR 사업 담당을 신설하고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 언팩 2023'에서 구글·퀄컴과 'XR 동맹'을 선언하며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퀄컴의 칩셋을 장착한 XR 기기를 올 하반기 출시할 전망이다.

이들이 당장은 경쟁자로 만나지만 콘텐츠 확대와 생태계 확장,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는 동지가 될 수 있다.

AI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도 AI 생태계 확장이 거론됐다. 윤 대통령은 "스마트 가전,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카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한국이야말로 메타 AI가 적용될 훌륭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해 5월 'MTIA(Meta Training and Inference Accelerator)'라는 자체 칩을 공개하며 "AI 추천 시스템을 강화해 최고의 콘텐츠를 찾아 더욱 빠르게 보여줄 수 있도록 설계된 1세대 맞춤형 실리콘 칩"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메타의 칩이 한국 플랫폼에 적용되면 저커버그로서는 생태계 확장과 시장을 동시에 확보하는 결실을 맺을 수 있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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